또봇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영실업인수_중소기업뉴스

ⓒ 중소기업뉴스

 

영실업이 최근 중국계 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에 팔렸다. “또봇”의 흥행 덕이다. 이미 또봇은 동남아에서 방영되며 큰 호응을 얻고 있고, 5월부로 중국시장에도 진출한다. 또봇이 어린이TV채널에 방영됨과 동시에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요 백화점에서는 또봇 완구가 유통될 예정이다.

영실업의 이른바 “또봇 대박”은 요행이 아니었다. 정확한 타겟 소비층 설정과 (4~6세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완구 제작을 총괄하는 훌륭한 기획이 뒷받침된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리 아들이 딱 또봇의 ‘타겟 소비층’이라 영실업의 훌륭한 판매전략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영실업은 애니메이션 또봇을 기획한 회사이자 또 완구 또봇을 제조한 완구회사다. 즉 장난감을 팔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다. 조악한 비유일 수는 있겠지만, 우산장수가 우산을 더 팔기 위해 비구름을 만드는 기계를 발명한 셈이다.

또봇, 재능방송

이미지 출처: 재능TV <변신자동차 또봇> 방송 캡쳐

 

애니메이션과 완구를 연결하는 이 똑똑한 시스템은 일본 반다이가 제법 오래 전부터 이용하던 사업방법이다. 현재는 레고도 이 시스템을 차용하여 키마, 닌자고 등의 훌륭한 완구들을 성황리에 판매중이다.

이 시스템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성공을 바탕으로 완구를 만드는 고전적 스타일에서 벗어나, 완구 회사의 통합 기획 안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포함시키는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고전적 스타일인 “선 방영, 후 제조”와 새로운 시스템인 “동시 기획”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시차’에 있다. 시리즈 애니메이션 방송 기간은 짧으면 3개월, 길어야 6개월이다. 애니메이션이 한참 인기를 끌 때는 방송이 이미 절반 이상 나간 시점인데, 이때 완구 제작에 들어가면 수요와 공급이 제때 맞지 않는다. 즉 이미 인기가 식어가는 시점에 완구가 시장에 풀려서 뒷북만 치게 되는 셈이다.

영실업이 또봇으로 대박을 내고, 또 이윤창출능력을 키워 중국계 펀드에 우선 인수될 수 있었던 비결은 이렇게 애니메이션과 완구가 동시 제작되는 반다이 시스템의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영실업의 성공 배경에는 반다이 시스템 차용뿐만 아니라, 영실업만의 독특한 사업전략도 있다. 영실업은 컨텐츠가 빈약한 케이블의 아동 애니메이션 채널에 애니메이션 또봇을 거의 무료에 가깝게 제공하여 반복 방송토록 한다. 이 경우 케이블 채널은 싼값에 컨텐츠를 얻는 셈이니 이익이고, 영실업 측에서는 무료로 완구 광고를 시키는 셈이니 이익이다.

영실업을 다른 회사와 차별화시키는 또 다른 전략이 있다. ‘낮은 퀄리티를 활용한 빠른 제작’이다. 반다이와 레고는 애니메이션 한 시즌에 다양한 종류의 완구를 만든다. 부모가 재벌이 아닌 이상, 수십 종에 달하는 완구를 매 시즌마다 모두 사줄 수는 없다. 따라서 일단 수십 종의 완구를 제작해놓고, 이후 매출을 보고서 주요 판매 상품을 결정한다. 이 경우 재고가 남는 완구가 생길뿐더러, 잘 팔리는 완구는 공급이 모자라 못 파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 큰 회사가 아니었던 영실업은 반다이나 레고처럼 한 시즌에 수십 가지 장난감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시간차 공격을 한다.

또봇은 한 시즌이 짧은 편이다. 편당 5분에서 15분 내외로, 시즌 별로 총 6편에서 10편 정도로 짧게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게다가 요즘은 케이블 방송국 입맛에 맞게 한 시즌을 두 토막, 세 토막 내서 방송하고 있다. 다 합쳐봐야 한 시즌이 한 시간, 한 시간 반이 채 안 된다. 게다가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민망할 지경이다. 배경도 날림이고, 색도 단색 위주로 칙칙하다.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퀄리티를 좌우하는 것은 랜더링이라 이에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데, 또봇은 랜더링도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심지어 성우까지 아이들을 써서 어눌하기 짝이 없다.

처음 볼 때만 해도 이런 저급한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생각이었다. 영실업의 또봇은 그들이 타겟으로 삼는 연령의 특성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었다. 그들의 소비자들인 4~5세의 아동들은 색상과 사물의 디테일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 로봇의 다채로운 색상이나 섬세한 랜더링 보다는 로봇이 얼마나 크고 웅장하며, 실제 차처럼 그럴듯하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나이다. 이는 또봇의 아류인 카봇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에서 살펴볼 수 있다. 카봇은 퀄리티 향상에 신경을 썼으나 또봇의 흥행에 따라가지는 못했다. 그들은 또봇이 왜 퀄리티를 낮췄는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또봇장난감_위메프

ⓒ 위메프

 

시즌 하나에 로봇 하나. 2~3개월마다 시즌 하나가 새로 나오니, 4~5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지갑도 자연스럽게 주기적으로 열린다. 한번에 여러 가지가 쏟아져나오면 그 중 하나를 사주게 말게 되지만, 시간차 공격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모든 시리즈의 완구에 지갑이 열리게 된다. 내 주변에 비슷한 연령의 아이를 둔 부모들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또봇은 3년여만에 무려 17개의 시즌을 뽑아냈다. 17개 완구 모두를 구매한 부모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작은 회사인 영실업의 성공 비결은 이것이다. 영실업이 팔려갔다고? 훌륭한 선택이다. 또봇의 성공에 회사와 공장의 유형적 자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영실업을 판 자본으로 또 다른 성공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