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의 뻔뻔한 소리

민중을 위한 소식을 전하겠다는 매체, 민중의 소리는 최근 무상 복지 논의와 관련하여 열성적으로 그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무상 복지를 위한 재정 마련은 부자들에게서 좀 더 걷어서 하라는 것이 그 주장의 골자다. 반면 복지 재정 확충을 위한 다른 부분의 증세에는 결사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복지는 더 했으면 좋겠고, 이를 위한 세금은 안 냈으면 좋겠고, 부자들에게 돈은 더 거뒀으면 좋겠다는 것이 민중의 소리의 바람이다.

민중의소리
​<이미지 출처: 민중의 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경제학적 지식이 전무하더라도, 확실히 이 요구는 무언가 억지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상 복지 시리즈와 같은 ‘보편적 복지’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같은 복지 혜택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그 예로써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 급식’이 있다. 부잣집 아이나, 가난한 집 아이나 같은 공짜 밥을 먹이겠다는 것. 그런데 이를 위한 돈은 ‘선별적’으로 부자들에게만 걷자는 주장, 이는 소위 말하는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여론은 어떨까?​​

그런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무리한 요구에 공감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정부가 복지 정책을 위해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9%가 복지를 위한 증세에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비율은 고작 28.5%에 그쳤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확대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기로 했다면 더 낼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49.4%가 더 낼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세금을 더 내겠다는 비율은 39.2%였다. 즉 복지를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복지를 위한 증세에 응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응하겠다는 여론보다 더 큰 것이다.

반면 복지 공약의 이행과 관련해서는 양쪽 의견이 비슷한 비율로 갈렸다. 여당의 입장인 공약을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이 48.9%, 야당의 주장인 복지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45.5%로 두 의견이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즉,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국민의 반이 복지 공약 이행을 통해 복지 확대를 원하고 있고, 나머지 반은 복지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응답자의 반이 복지 확대를 원했다.​

세금을 걷는 방식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부자가 많이 부담하도록 소득세를 올려야 한다는 응답이 42.6%였고, 기업의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39.6%였다. 반면 모두가 동등하게 내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고작 10.4%에 그쳤다. 응답자의 반이 모두가 동등하게 혜택 받는 보편적 복지인 ‘무상 시리즈 복지’를 원하는데, 이를 위해 모두가 동등하게 내는 세금을 인상하자는 반응은 고작 열에 하나 꼴로 나타났다.​

​부자들에게 더 걷자구요?

모두가 동등하게 내는 부가가치세는 한국의 경우 고작 10%에 그친다. 유럽의 복지국가는 대부분 20% 이상의 부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복지 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은 25%나 된다. 심지어 중국조차 우리나라보다 높은 17%다. 우리나라의 1인당 담세율은 고작 20.2% (2012년 기준). 북유럽 복지 국가의 경우 평균 44~55%나 된다. 버는 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놓는 나라에서 실시하는 무상 시리즈 복지를 따라하고 싶은데, 세금을 더 내기는 싫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민중의 소리가 주장했듯, “부자에게서 더 걷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부자들에게서 충분히 많은 세금을 걷고 있다. 지금도 상위 1%의 부자가 전체 소득세수의 45%를 부담하고 있다. 상위 5%는 전체 소득세수의 80%를 부담한다. 법인의 납세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높다. 부자가 된 것이, 혹은 부잣집에서 태어난 것이 죄는 아니다. 그런데 단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상 시리즈 복지에 들어가는 모든 돈을 내게 하는 것은 징벌에 가깝지 않은가?

한국경제 정규재 논설위원실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법인세에조차 3단계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매우 특이한 국가다. 대부분 국가는 단일세율을 쓴다. 그만큼 세금은 내기 싫고, 불평등도 견디지 못한다. 인간은 평등해질수록 조그만 불평등도 견디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지금 한국인이 바로 그렇다고 봐야 하지 않을지. …. 좌파그룹은 법인과 부자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고 주장한다. 선별적 복지가 보편적 복지로 둔갑하고 나면 중산층들이 뻔뻔해 진다. 대부분 나라에서 보편적 복지는 보편적 세금으로 충당한다. 세금도 논리가 있는 것이다.

<출처: 한국경제 정규재 칼럼>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보편적” 증세 없이 “보편적” 복지 혜택을 누리겠다는 주장이 얼마나 뻔뻔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정부를 압박하려는 일부 정치 세력에 의해 이 뻔뻔한 주장이 당연한 것인 양 그려지고 있다. 이기심을 합리적 요구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

복지 공약 이행은 단순히 “부자들에게 좀 더 거두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제 구조상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쉽게 생각하면 이는 단순한 양자택일의 문제다. 세금을 더 내고 증진된 복지 혜택을 누리거나, 세금을 더 내지 않고 기존의 복지 혜택에 머물거나.

민중의 소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민중의 목소리를 담음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겠다는 이상과, 서민들로 하여금 부자들에게 맹목적인 계급투쟁식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국 경제 구조에 대한 현실적 감각 없이 무작정 “부자들에게 더 거두면 해결된다”라는 주장은, 사실에 기반한 주장이라기 보다는 가진 자들에 대한 적개심에 호소하는 선동에 가깝다. 세금은 더 내기 싫지만, 복지는 해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부자를 그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정부의 곳간이 비었다고요? 그래서 복지를 줄여야겠다고요?

<이미지 출처: 민중의 소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게시물의 일부 발췌>​

간단히 해결하면 될 일을 왜 어렵게 생각하세요

<이미지 출처: 민중의 소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게시물의 일부 발췌>​

재벌들에게 좀 더 걷으세요. 돈 쌓아놓고 투자도 제대로 안 하는 분들...

<이미지 출처: 민중의 소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게시물의 일부 발췌>​

재벌들에게 세금 줄여준다고 약속해서 그런가요?

<이미지 출처: 민중의 소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재된 게시물의 일부 발췌>​

 

민중의 소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일까. 민중의 소리가 게재하는 컨텐츠를 보고 있으면, 가지지 못한 서민은 철저히 보호받아야 하고, 가진 자는 그 부를 무조건적으로 나누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 같다. 이는 마치 계급투쟁을 부르짖으며 평등 사회를 외치던 세력을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구독자를 지니고 있는 매체가 ‘가지지 못한 자의 분노’에 호소하며 민중의 이름으로 부자와 정부를 적으로 만드는 것은 공산주의 혁명 때에나 등장했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