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이유, 친절해지려는 이유

ⓒ 구글 노동절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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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이다. 나는 노동이라는 행위에 동기를 부여해주는 가장 큰 요소는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돈을 받지 않아도 부모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혹은 선생님에게 인정받기 위해 재롱을 부리거나 착한 일을 하는 것처럼, 우리가 노동을 하고, 나아가 노동을 하기 위한 직업을 선택하는 최우선의 가치가 바로 이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높은 연봉을 추구하는 것에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욕구가 일부분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을 하든지 내가 중요한 곳,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다. 지금의 직장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곳에서 설령 일자리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너무 대형화 되어서 나의 존재가 큰 의미가 없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은 도저히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급여가 적더라도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더 좋다.

내가 생각하는 노동의 가치가 이렇다 보니 타인도 내 방식대로 존중하곤 하는데 굉장히 간단하다. 식당에서 밥을 맛있게 먹으면 계산할 때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친절하게 잘해주셔서 좋았습니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상대의 노동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제스쳐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미소 짓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개 더 나은 서비스를 불러온다. 타인에게 인정받은 기쁨이 그들을 더욱 즐겁게 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국민의식으로써 자리잡은 나라들이 있다. 상대방의 노동을 존중하는 문화가 발달한 이러한 나라들은 상호간의 신뢰도 높아 사회 전체가 건강한 모습을 보인다.

ⓒ economy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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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국은 타인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직군, 연봉에 따라 평가한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에 따라 좋은 일과 하찮은 일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 중 제일 천대받는 것이 바로 육체노동이다. 나는 육체노동에 대한 이러한 편견이 한 분야에 오랜 기간 종사하며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지니는 장인의 탄생을 막고, 재능과 적성에 상관없이 모두가 대학을 가서 ‘안정적인’ 전공을 공부하려는 기현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대기업 사무직, 공무원이 될 필요는 없는데, 한국 사회가 만든 편견의 틀 안에 자신을 맞추려고 끙끙댄다. 그러다 이러한 직군에 속하는 것에 실패하면 결국 자신들이 하찮게 여기던 서비스직이나 육체노동자, 저임금 사무직이 되어 피해의식에 빠져버린다. 이는 자신들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질시로 변해가고, 결국 그들의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그들의 직업이나 인성을 폄하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 기독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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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의 노동 가치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은 사회다.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꿈꾸는 상위 10%의 직종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나머지 90%의 시기와 질투에 의해 뜯길 만큼 뜯기면서 사회적 존중도 받지 못한다. 결국 이들도 이들 나름의 피해의식에 빠져 행복하지 못하다.

타 OECD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빈부격차는 그리 심하지 않다. 소비 수준과 사회 인프라 수준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그런데 유독 자살률이 높고, 국민들의 행복도가 낮다.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바로 우리들의 행복을 막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간단하다. 노동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타인의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줄 알고, 이에 감사할 줄 아는 자세를 기르자는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적어도 당신이 자주 가는 식당의 음식은 더욱 푸짐해질 것이며, 당신을 대하는 종업원들은 더욱 친절해질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행운을 얻기도 할 것이다. 정말이다. 며칠 전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던 펜션에서 사장님의 서비스를 칭찬하며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떠나는 날 사장님이 차 트렁크에 몰래 김치 한 박스를 넣어두셨다. 마침 김치가 떨어졌었는데 최고의 선물이었다.

 

에릭호퍼

에릭호퍼

사회철학자 에릭호퍼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 이웃을 사랑하는 것보다 인류 전체를 사랑하는 쪽이 언제나 더 쉽다.”고,  SNS에서 정의를 부르짖으며 세상의 모든 부도덕한 위정자들과 권력자들을 욕하는 것보다, 개개인의 현실 속 자세를 고치는 것이 더 나은 노동환경과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