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바라본 세월호, 그리고 우리들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에 사는 한 고등학생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들은 그 아이들과 같은 국경 안에 한 민족의 이름을 달고 서로 비슷한 목표를 향해 달리던 동료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그들을 위해 작은 노란색 리본 하나 달아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공감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기 때문일까요?

정권퇴진운동 코리아연대

ⓒ 코리아연대

사건 이후 대한민국의 온 이목이 팽목항에 집중되었고, 인터넷을 통해 양산된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사람들을 엄습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실’이라는 말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저의 친구들은 그 ‘진실’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진실’에 접근하는 게 엄청난 일인 양 포장되어버렸던 탓입니다. 저희는 이유도 모른 채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 밖으로, 인터넷 너머로 처음 본 사람들이 진실을 외치던 5월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생존자를 제외한 피해자 친구들의 대부분이 ‘실종자’로 분류되어 시체를 찾고 있는 중이고, 또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이 사건으로 우리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가르치던 어른들이 얼마나 모순적인 사람들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드러난 무능함, 이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던 모습들을 여과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진심으로 애도하는 사람들보다 편을 갈라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짐승들이, 사건의 본질을 논하고 진지하게 마음 쓰는 사람들보다 분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고, 그것이 저를, 제 친구들을, 사람들을 이 비극에서 점점 등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일 년이 넘도록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교조 교사 정권퇴진운동_민노총 안옥수

ⓒ 안옥수, 민노총

“세월호 사고는 우리 나라가 지난 시간 동안 너무나도 급하게 달려오느라 미처 쓰다듬지 못했던 상처들이 곪고 곪아 마침내 터져버린 것이다.” 인터넷에서 본 말입니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였음을, 우리가 만든 안전불감증의 문화였음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뀌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의 고난들을 미리 경고받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우리들의 잘못된 점을 하나하나씩 찾아내 개선시키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단히 애써야 합니다.

지금 이 모습은 아닙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필히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자처한 현 좌표에 대해 반성해야 하고, 많고 많은 과제들을 해결하여 제 2의 세월호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코리아연대 전단지_국민뉴스

ⓒ 국민TV뉴스

어른들은 여전히 서로 헐뜯는 것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의 죽음을 그 명분으로 삼아 정권퇴진을 외치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을 정치적 도구로써 이용하는 그 모습에 저는 분노했고, 결국 리본을 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성적인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나라 안팎으로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희망이나 다름 없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그 작은 희망에 기대어 펜을 잡은 것입니다. 리본을 다는 것보단, 제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 익명의 고등학생 구독자가 기고한 글을 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