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의 코스프레가 불편한 이유

정치극으로 유명한 극작가 아론 소킨이 제작에 참여한 미드(미국드라마) “뉴스룸”은 민주주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뉴스 프로듀서들과 저널리스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작품 중간에도 종종 언급되듯, 뉴스룸은 돈키호테로 비유되는 언론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돈키호테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늙은 당나귀에 몸을 싣고서 풍차를 향해 돌진했다. 미드 뉴스룸의 주인공들도 마치 돈키호테처럼 남들의 비웃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락하고 있는 세상에 고고하게 맞선다. 자본에 의해 변질되고 있는 저널리즘을 구하고자 발버둥치는 그들에게 뉴스 제작은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었으며, 언론인으로서 가지는 그들의 신념과 품위는 그들의 종교였다.

미드 좀 본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으며 널리 알려진 뉴스룸은 각종 명대사, 명장면을 낳으며 저널리즘의 교과서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뉴스룸은 얼마 전 세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JTBC 뉴스룸 개편

JTBC 측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던 기존 ‘뉴스 9’을 ‘뉴스룸’으로 개편했다. JTBC는 이를 광고하는 데에 대단한 공을 들였다. 각종 티저영상과 컨셉사진들이 미디어를 통해 방출되었다. <이미지 출처: JTBC>

 

2014년 9월, JTBC 뉴스 9은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 세월호 보도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인기 굳히기를 하겠다는 취지였다.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봤을 때, JTBC 뉴스 9의 세월호 보도는 대실패였다.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들은 객관성과 중립성에 어긋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와의 인터뷰는 뉴스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런데 JTBC의 경영인들과 보도국은 이를 기회로 본 모양이다. 젊은층에게는 감성 컨텐츠가 먹혀든다는 깨달음을 얻은 JTBC는 뉴스 이름을 뉴스룸으로 바꾸고, 미드 뉴스룸의 컨셉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미지메이킹의 힘을 깨달은 것이다.

언론인의 아이콘으로 떠받들어지기 시작한 손석희 보도사장은 스스로를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미드 뉴스룸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극중 주인공 ‘윌 매커보이’를 떠올릴 수 밖에 없도록 손석희 보도사장에게 윌 매커보이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JTBC 측은 뉴스룸 개편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노력을 했는데, 대부분의 광고가 미드 뉴스룸의 컨셉을 노골적으로 흉내내고 있다.

mediauscokr뉴스룸비평

JTBC 뉴스룸 홍보 사진(좌)과 드라마 뉴스룸 홍보 사진(우). 보는 바와 같이 JTBC 뉴스룸은 노골적으로 미국 드라마 뉴스룸 흉내를 냈다. <이미지 출처: 미디어스>

이러한 상품화는 언론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돈벌이를 그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언론인의 사명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권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스는 공적 서비스의 영역이며 자본 추구보다는 공익 추구를 그 목표로 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이자, 미드 뉴스룸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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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드라마 뉴스룸 홍보 사진(좌), JTBC 뉴스룸 홍보 사진(우)>​

JTBC 뉴스룸의 상품화는 실질적인 뉴스 컨텐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뉴스룸을 다른 뉴스 프로그램들로부터 차별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50분이었던 길이를 100분으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가 그 슬로건이었다. 허나 방송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편은 JTBC의 현 인력구조상 무리한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의 우려는 정확했다. 100분 구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JTBC 뉴스룸은 여러가지 새로운 코너들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컨텐츠의 양적증가는 뉴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JTBC 뉴스룸은 100분 동안 시청자들을 붙잡고 있을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는데, 오히려 이것이 시청자를 부담스럽게 만든다. 시간을 채우기 위해 장황하게 시작하는 각종 코너들의 도입부는 중요한 뉴스 소식을 보기 위해 TV를 튼 시청자들에게 지루한 감을 준다. 1부와 2부로 나눠져있는 현 구성에서 코너별로 뉴스의 전달방식을 달리 하다보니, 같은 뉴스가 여러 코너에서 중복되는 경향도 있다. 인터뷰 코너에는 종종 유명 스타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앵커와 탤런트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뉴스보다는 차라리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케 한다.

JTBC출처 손석희서태지 사진 2014년10월20일 방송전체3분의1을(30분)신변잡기적인터뷰에소모

2014년 10월 20일, JTBC 뉴스룸은 가수 서태지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무려 30분 동안 이어졌으며, 뉴스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이 시간 동안 뉴스 가치가 없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만 반복되었다. 위 사진은 뉴스 직후 JTBC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이미지 출처: JTBC>

​뉴스는 간단명료할수록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다. JTBC의 뉴스룸은 다른 뉴스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시간만 늘려놨을 뿐, 정보전달이라는 뉴스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이는 JTBC 뉴스룸이 이미지메이킹에만 집중한 결과다. 미드 뉴스룸의 극중 프로듀서들은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만을 전달하기 위해 뉴스를 거르고 또 거른다. 어느 정보가 더 중요한지를 논하며 가치있는 뉴스가 단 몇 초라도 더 보도되게 하기 위해 애쓴다. 한편 시류에 편승하기 위해 유행 트랜드를 방송하라는 방송국 소유주의 요구에 맞서며, 가치없는 뉴스는 단호하게 잘라낸다. JTBC는 미드 뉴스룸의 인기를 이용하려 하기 전에, 먼저 이 드라마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JTBC 뉴스룸의 기획은 뉴스를 연예프로그램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뉴스는 드라마가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끌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미드 뉴스룸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뉴스의 뒷편에서 바른 언론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들을 조명했기 때문이지, 극중 뉴스 컨텐츠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이 아니다. 손석희 보도사장은 예전 그가 몸담았던 MBC를 퇴사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을 찾아떠난다고 말했다. 현재 JTBC 뉴스룸의 모습이 그가 추구하던 저널리즘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배에 작은 구멍이 있어. 그 구멍은 절대 고쳐지지도 않고, 다른 자리로 옮겨지지도 않아. 그리고 넌 새 배를 얻을 수도 없어. 이건 너의 배야. 네가 해야 하는 건 물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더 빨리 물을 퍼내는 거야.”

미드 뉴스룸의 마지막을 장식한 대사다. 자본과 시청률 앞에서 뉴스는 구멍이 뚫린 배와 같다. 자본가들에게 이익창출을 끊임없이 강요받는 것이 뉴스와 언론인의 운명이다. 미드 뉴스룸은 물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더 빨리 물을 퍼내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저널리즘이라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대중적 유행과 이익창출 욕구라는 물을 배 밖으로 꾸준히 퍼내는 것이다.

손석희 보도사장과 마찬가지로 인기앵커였던 윌 매커보이는 어느 날 시청률을 포기하고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다. 비록 그것이 이익을 창출하지는 않았지만, 윌 매커보이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었다. 극중 보도국장은 그러한 윌 매커보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좋은 뉴스를 했어.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알아? 우리가 그러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손석희 보도사장은 좋은 뉴스를 할 수 있다. 그러려고 마음먹기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