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통계로 본 대한민국, 이 나라는 정말 지옥일까?

얼마 전 핀란드 헬싱키를 들릴 일이 있었다. 평소 정신과 의사로서 이 동네에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평소 우리나라의 좌익들이 이 동네를 “완성된 복지국가”라며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는데, 정작 이 동네의 우울증 유병율과 자살율은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당연히 일조량이 이에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좌익들이 대한민국의 롤모델이라며 떠받들 정도로 잘 사는 복직국가가 아니던가.

북유럽물가비교 도표

EU 28개국 평균 물가를 100%로 놓고 봤을 때 북유럽 국가들의 물가지수. <자료: EU통계청> ⓒ 중기이코노미

공항 내 매점에서 5천원에 가까운 금액에 판매되는 무시무시한 콜라캔을 보며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비록 이 나라의 국민수입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지만, 세금을 엄청나게 뜯어가지 않던가. 반면 우리나라는 세금 자체도 낮을뿐더러, 우리나라 근로자 절반 이상이 세금을 안 내고 있다. 어쩌면 개인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의 크기는 핀란드가 우리나라보다 적지 않을까? 게다가 물가는 우리나라의 두 배에 가까우니,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어쩌면 일반적인 생활수준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못하지 않을까? 번 돈의 절반이나 뜯어가고, 물가가 워낙에 높아서 자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으니, 이것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을 해봤다.

OECd 구매력기준 임금수준_연합뉴스

ⓒ 연합뉴스

그런데 며칠 전 OECD에서 아주 재미있는 통계를 내놓았다. 구매력으로 환산한 소득을 비교한 차트에서 우리나라가 OECD중 무려 14위, 세금을 떼고 난 후에는 무려 6위라는 통계였다. 그 다음 찾아본 것은 핀란드였다. 세금 떼기 전 한국이 46,664 달러, 핀란드가 46,165달러다. 한국이 근소하게 앞섰다. 세금을 뗀 이후에는 한국은 40,400달러, 핀란드는 32,000달러로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내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심지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같은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세후 PPP가 낮다.

입만 열면 우리나라는 지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지옥에서 탈출해서 다른 나라로 이민 가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이 다른 나라 어딘가에 다시 태어난다고 생각해보자. 이들은 40% 이상의 확률로 중국이나 인도에 태어날 것이다. 그 다음 30% 확률로 아프리카나 남미, 20% 확률로 동구권이나 중동에 태어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선진국’들, 즉 일부 북유럽국가에 태어날 확률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나라들보다 우리나라의 세후 소득이 높다.

북유럽국가는세금을 얼마나낼까

ⓒ cappies.tistory.com

이 통계를 보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돈을 얼마나 받아먹고 ‘알바질’을 하냐고 아우성이다. 설령 그들이 그리 싫어하는 청와대에서 정말 OECD를 매수했다면, OECD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나라에 사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지, 왜 역정을 내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그런 황당한 댓글을 달기 위해 그들이 사용한 스마트폰은 현 인류의 90%가 평생 구경도 못해볼 물건이다. 전세계 인류의 소득분포의 50분위 수준으로 생활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그들의 생활수준이 대한민국 하위 10%보다 훨씬 열악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는 점심메뉴를 고민하지만, 그들은 점심을 먹을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소득수준이 높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여행한 제 3세계국가의 사람들은 여유 있고 행복해 보였다고 말한다. 그럼 왜 행복한 방글라데시와 부탄에서 살지 않고, 지옥같다고 말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모두가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이 보이지 않는 나라의 사람들은, 물질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착할 물질을 아예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고작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이 그곳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매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너희는 배가 고파도 여유가 있어서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몹시 비인간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주관적 느낌보다는 객관적 통계를 믿어야 한다. 통계가 항상 말해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은 지옥이 아니다. 전세계 인구의 80%보다 좋은 생활수준을 갖춘 나라이고, 제3세계 국가들이 닮고싶어 난리인 나라이다. 이래도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 태어났든 그 나라를 곧 지옥으로 느낄 확률이 높다. 이 땅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전세계 인류 상위 20% 안에 든다는 것을 부디 알았으면 좋겠다.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삶이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 위 글은 정신과 의사로 재직 중인 익명의 독자로부터 받은 기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