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게 필요한 응징

새누리당이 삽질을 하고있다. 말 그대로 제 무덤을 파는 삽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연이은 참패는 새누리당의 독주를 불러왔고, 견제자가 빈사상태에 이른 지금, 당 내에서 자기들 밥그릇 싸움을 위해 사분오열하는 모습이 온 국민의 안방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_뉴시스

홍준표 경남도지사 ⓒ 뉴시스

최근 홍준표 도지사가 폭로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17대 공천심사 과정에서 수억원 대의 공천뇌물을 건네려 한 의원이 있었다며, 이러한 공천뇌물이 당 내에서 빈번하게 돌아다녔다는 뉘앙스를 내비췄다. 홍 지사의 폭로에 김문수 혁신특위 위원장이 나섰다. 당시 뇌물을 주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이를 수령한 일은 없었으며, 뇌물을 건넨 의원을 낙마시켰다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홍 지사의 폭로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러한 사실에 당 지도부는 크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를 두고 “워낙 한심해서 할 말이 없다”며 공개적인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의 이러한 노골적인 반응에는 그 이유가 있다. 홍 지사의 폭로에는 라이벌인 김 대표에게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최근 ‘성완종 리스트’에 의해 뇌물수수의혹을 받고 검찰에 출두한 바 있다. 대선출마 자리를 놓고 김 대표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발목을 잡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홍 지사 본인을 포함해 대권주자들이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되었다. 이 여파로 이완구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야당의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곤욕을 치르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김 대표는 이 폭풍을 피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홍 지사 입장에서 보면 성완종 리스트로 가장 큰 득을 본 사람이 바로 김 대표다. 게다가 김 대표는 최근 재보궐에서 새누리당을 완승으로 이끌며 유능한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홍 지사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김무성_중앙시사매거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 중앙시사매거진

만일 홍 지사의 폭로가 새누리당의 부정부패를 씻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면 기꺼이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폭로의 배후에 혼자 추락하지 않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보이는 듯 해 마음이 불편하다. 그저 물흐리기를 위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콩가루 집안을 연상시킨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했던가, 집안이 어지러우니 밖에서도 엉망진창이다. 각자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해 정작 중요한 정치활동을 외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연금 문제다. 새누리당은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사활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서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삐걱거리던 청와대가 드디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적연금 개혁안을 내놨는데, 여당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지를 않는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야당과 적당히 타협했다. 국민들이 이에 호통을 치자 그제서야 재협상하겠다고 하는데, 집안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 한 시가 바쁜 문제에 미적거리고 있다.

엉망진창인 새누리당을 정신차리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이 하루빨리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되찾아야 한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견제세력이 필요한 법이다. 새누리의 본격적인 타락은 한때 진보진영의 중심이었던 새정치가 진보 유권자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시작되었다. 새누리는 이 틈을 치고들어가 좌측으로 영역을 넓혔고, 그 과정에서 보수정당으로서의 원칙과 철학을 버렸다. 그렇게 좌우 유권자 모두의 표를 긁어모으는 것에 중점을 두는 기회주의 정당으로 거듭나버렸다. 새정치가 든든한 맞수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다.

투표독려포스터 미디어오늘

ⓒ 미디어오늘

새정치가 부활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투쟁일변도의 시대착오적 태도와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계파갈등을 청산하지 않는 이상, 새정치가 다시 정치지형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만 하는 일이다. 새정치가 믿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났을 때, 유권자들은 차악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최선을 뽑는 선거를 할 수 있다. 그때 새누리당의 안일함은 끝이날 것이고, 응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