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국까다

중2 “사회는 썩었다(나는 빼고)”
대2 “사회는 썩었다(나도)”

ⓒ dreams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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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S의 확산에 관해 이번에도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과적으로 초기 검역에 완전히 실패하였으므로 대응이 합격점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는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무능한 윗대가리들’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깨어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어떤가.  마스크는 기본적으로 내가 남에게서 전염되는 것을 막는 도구가 아니다. 내가 만약에 감염되었을 경우에 남에게 옮기지 않도록 막는, 완전히 이타적인 방책이다.

ⓒ 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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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부가 전국민이 3천원짜리 마스크를 각자 구입해 사용하길 종용한다면, 무책임한 정부를 욕하던 사람들은 이 대책에 따를 준비가 되어있는가?

나 혼자만 쓴다면 이득은 전혀 없지만 모두가 쓴다면 나도 이득을 보는, 죄수의 딜레마 같은 이 물건은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할 의무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러나 행정적인 문제로 개인이 마스크를 구입해야 한다면, 3천원을 아끼기 위해 남에게 전염시킬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지금 당장 내가 편의점에 가면 구입할 수 있음에도, ‘한시가 급한 일’에 예산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 윗대가리들을 마음 편히 욕하면서 ‘며칠’을 미룰 사람들이 많다.

ⓒ 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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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누가 죽어도 그것은 마스크를 늦게 나눠준 정부의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다. 하다못해 기침과 재채기를 할때 공중에 대지 말고 어깨나 휴지에 할 정도의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정부는 왜 이리 무능하냐고 욕하기에 바쁘다.  애초에 정부가 잘하도록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 그리고 정부가 잘 못해서 계속 깔 수 있기를 은근히 바라면서.

거의 완벽한 대책은 간단하다. 계엄령을 내리면 된다.

ⓒ merka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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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간, 아니 동간 이동을 차단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과 극장과 클럽과 목욕탕을 폐쇄한다. 해외여행을 금지한다. 아예 통금을 부활시킨다. 너무나 간단하지만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데 극히 민감한 현대사회에서 이런 인권침해적인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하다못해 클럽이라도 폐쇄한다면 업주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길거리에 나설 것이다.

비행기에 탄 사람들을 왜 대책없이 귀가시키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들은 정부가 확진환자도 아닌 잠복기 의심자와 같은 버스를 탄 자신에게 자택격리를 명령한다면 그 중 몇 명이나 순순히 따를까. 반년동안 계획한 해외여행을 포기하면서 말이다.

정부는 신이 아니다.

온갖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이 보장된다 해도 막기 어려운 것이 바이러스의 전염이다.

현대와 같이 지구 반대편까지 하루면 도달하는 시대에는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 수단마저 제한되어 있다. 심증만으로 자택격리를 명령한다면 당사자들의 반발은 엄청날 것이다.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긴 쉽지만 자기가 당사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MERS의 전파 차단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실패가 예견된 일이었다.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는 시민의식도 마찬가지다.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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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미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부실공사로 무너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관계자들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말해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신뢰는 이미 저쪽에서 무너뜨렸으므로.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최근 제2롯데월드에 관한 일부 인터넷 여론을 보면, 롯데월드가 비판을 통해 안전해지기를 바란다기보단 내심 제발 무너지길 바라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렇게 자신의 불길한 선견지명이 들어맞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부와 기업을 마음껏 욕할 수 있으므로. 재개장 이후 그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소수는 아니건만, 정부와 대기업을 욕하는데 방해되는 생각없는 멍청이들은 붕괴로 깔려 죽어도 자업자득이라며 악담까지 퍼붓는다. 나는 착하고 똑똑하며 다른 사람들은 멍청하고 정부는 악하다. 편한 이분법이다.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문제다. 정부는 그냥 욕하고 닥달하면 되는 제3자 ‘윗대가리’들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포함된 사회는 나 자신 역시 문제의 일부다.

ⓒ yongkeu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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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부모가 아니다. 설령 부모라 하더라도, 국민이 미성년자는 아니다. 언제까지나 치마폭에 숨어 있을 수 없다. 성인이 되어놓고 자신이 가정을 이끌어나갈 생각은 안하고 언제까지 무능한 아비만 욕하고 있을 것인가.

짐이 곧 국가라고 외치지 않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내가 짐이 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도움은 커녕 짐만 되는 사람들이 나라 탓만 하고 있다.

시민의식을 뛰어넘는 정부는 없다.

마스크를 공짜로 줘도 답답하다며 쓰지 않을 사람들이 마스크를 나눠주지 않는다며 정부를 까는 모습에서 자기반성의 필요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