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생각하는 메르스

그젯밤 의과대학 선배님 모친상에 다녀왔다. 의사들끼리의 대화 도중 메르스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집에 오니 와이프는 동네에서 떠돌아다니는 각종 괴담들이 과연 진실이냐는 질문을 늘어놓는다. 사람이 많은 곳에 다녀왔으니 얼른 손부터 씻으라는 주문과 함께.

의사들이 느끼는 메르스의 위험도와 일반인들이 느끼는 메르스의 위험도 간에는 상당한 온도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의사들은 왜 메르스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메르스를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다루는 질환들이 훨씬 더 위험하고, 위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뭐가 더 위험하고, 뭐가 더 위험하지 않은지에 대한 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비교를 해야할까?

같은 전염병의 일종인 결핵만 하더라도 매년 꾸준히 2천 명 정도를 사망케 하고 있다. 만 명 가까이 사망케 하다 그나마 감소한 것이다.

JTBC 닥터의정석

이미지 출처: JTBC 닥터의정석 방송 캡쳐

슈퍼박테리아(*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는 어떨까? 슈퍼박테리아는 병원내 감염을 일으켜 매년 수천 명 정도를 사망케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행히도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병원 내 감염 사망자 1만여 명 중에서 반 이상이 슈퍼박테리아에 의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현 의료여건으로는 파악도, 통제도 되지 않는 문제다.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 계통인 인플루엔자는 어떨까? 인플루엔자는 사망 추정통계치와 실제 사망자 보고 사이의 차이가 크다. 인플루엔자가 사망원인으로 보고되는 케이스는 매년 70명 정도인데, 감염내과의 주장에 따르면 인구의 5~20%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고, 그 중에서 8% 정도가 사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매년 1,600명이 인플루엔자 감염과 관련되어 사망한다고 한다.

한편 국내에서 메르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현재까지 (*6월 5일 오후 4시 기준) 네 명에 그친다. 사망자는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노약자들이었다. 호흡기 질환을 앓아 상당기간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있어 병에 대한 면역이 떨어져있는 50대 여성, 신장암수술을 한 경험이 있고, 만성폐쇄성 질환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70대 노인 등이다. 네 분의 생명을 앗아간 안타까운 병이지만, 다른 질병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메르스 과잉공포_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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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을 화재에 비유하자면, 의사들은 매일 아파트, 빌딩, 공장, 정유소 화재와 같은 대형 화재들과 맞서 싸우는 이들이다. 한편 국민들은 방화범이 저지르는 극소수의 주택화재 때문에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 형국이다.

실재하는 위험과, 공포로 인해 과장된 위험은 구분해야 한다.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풀려진 메르스의 위험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메르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기침을 할 때에도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있다. 또 손씻기를 자주하는 등 위생관념을 되돌아보고 있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인플루엔자나 결핵 같은 기타 전염병의 유병률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