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존재해야 할 방식 – 롤스와 복지에 관하여

저서 정의론(1971)으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석좌교수 존 롤스 John Rawls (1921 ~ 2002)

저서 정의론(1971)으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석좌교수 존 롤스 John Rawls (1921 ~ 2002)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새로운 계층, 소위 “재벌 계급”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이 축적한 부는 그들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부자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부는 그들이 취할 자격이 있는 노력의 과실이기에 남들보다 과중한 세금을 부여해 이들의 소득을 감하는 부자세(누진세)와 같은 정책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부자세라는 것은 누군가가 단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일부분 침해하도록 만들어진 세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상은 자유방임주의, 자유시장 등에 대한 지나친 확신을 담고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가난이 되물림 되는 사회에서 정부의 개입을 통한 부의 재분배는 필수적이다. 이 분배 정의(Distributive Justice) 실천의 일환으로 다양한 복지 정책들이 나오는데, 앞서 말한 바,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를 그 근거로 이러한 정책들을 비판하고 있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개입 없는 자유시장’ 원칙을 외치며 그들이 신봉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부를 분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들 주장의 이면에는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가난한 것은 그들의 나태함에 대한 결과라는 것이 자유 경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과연 이는 옳은 설명일까? 이를 존 롤스의 견해를 바탕으로 정의(Justice)의 측면에서 바라보자.

분배 정의에 도덕 철학적 근거를 부여한 존 롤스의 대표 저서 '정의론'

분배 정의에 도덕 철학적 근거를 부여한 존 롤스의 대표 저서 ‘정의론’

과연 부자는 진정 부를 가질 “자격”이 있어서 남들보다 많은 재화를 가지게 되었고, 빈자는 부를 가질 “자격”이 없어서 가난한 것일까? 롤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애당초 무언가를 가질 “자격”이라는 것을 비판하고 나선다. 우리의 존재에는 항상 “운”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돈이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자식은 부의 세습을 통해 부자가 된다. 부모의 재산을 이어받거나, 남들보다 더 좋은 교육 혜택을 받고서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부가 되물림 된다. 안타까운 사실은 가난도 이러한 방식으로 되물림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습은 개인의 가치있는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운이라는 요소의 개입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들에게 부를 가질 “자격”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운이라는 “도덕적 임의성”에 의해 무작위로 분배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에 의해 가지게 된 부를 일정 가지게 될 합법적 “권리”(그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법적으로 가질 권리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는 있을지언정, “자격”은 없다.

이 논의는 개인의 재능으로도 이어진다.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스포츠 선수의 성공을 생각해보자. 남들보다 뛰어난 운동신경 혹은 우수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 운, 내지는 그들의 재능을 인정해주는 환경에 태어나게 된 운 등이 있었기에 그들은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은 농구에 적합한 신체와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났고, 또 농구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현대 미국에 태어났기에 부자가 되었다. 만일 그가 농구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혹은 그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는 시대나 국가에 태어났더라면 어떠했을까. 마이클 조던이 한 세기 전에 태어났더라면 그는 흑인들이 노예에서 막 해방된 시대에서 심각한 차별 속에 살았을 것이다. 롤스에 따르면, 조던은 부자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이다. 한 세기 전에 태어난 조던이 현대 미국 사회의 조던보다 포상받을 권리가 적을지언정 그 가치가 적다거나 자격이 모자란다고는 할 수 없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사진. 과연 그는 막대한 부를 차지할 "도덕적 자격"이 있을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사진. 과연 그는 막대한 부를 차지할 “도덕적 자격”이 있을까?

그렇다면 개인의 노력에 의해 부자가 된 사람들은 어떠한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나, 열등한 신체조건을 노력으로 극복하여 성공한 스포츠 선수의 경우는 부를 거머쥘 자격이 있는가? 롤스는 여전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근면성실하고, 노력하는 기질 조차 운에 의해 임의적으로 부여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노력하고 도전해서 소위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려는 의지조차도 행복한 가정과 사회적 환경의 영향”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롤스의 관점에서 볼 때, 자유주의 체제 내에서 발생하는 명백한 부당함은 “분배되는 몫이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임의적인 요소 -운-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황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위의 논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사회의 최약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라고 주장했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운이라는 요소에 의해 더 많은 부를 가지게 된 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불평등의 일정 부분을 재분배해야한다는 것이다.

ㅁ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가난은 단순히 나태함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는 사회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이며,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 모두가 다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숙제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분배 정의(Distributive Justice)를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가진 자는 단순히 운이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불우한 환경에 태어나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본인이 운이 좋았기에 가질 수 있었던 부를 일정 나눠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 정부는 부의 재분배를 위해 누진세를 비롯한 각종 복지정책을 추진하고있다. “가진 자들의 권리”에 호소하며 이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롤스의 글은 훌륭한 가르침이 된다. 그의 주장이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삶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본인의 이기심을 변호하는 것이다. 롤스는 이러한 주장에 단호한 어조로 답한다. “삶은 공평하지도 불공평하지도 않다. 공평함이나 불공평함은 제도가 우리 삶을 다루는 방식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은 롤스가 “우리가 잊기 쉬운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실제로 존재하는 방식은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방식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사회 전반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부당함을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긍하고 있지 않은가. 인류는 환경에 순응하고 적응해가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환경을 개선해가며 진화해왔다. 우리 모두를 위한 개선을 두려워하지 말자.

참고문헌
Rawls, J. (2001). Justice as fairness: A restatement. Harvard University Press.
Rawls, J. (2009). A Theory of Justice. Harvard university press.
Sandel, M. (2009).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London, UK: Penguin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