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60년과 그 이후

2060년 통계청 인구 피라미드

2060년 적립금이 고갈되도 문제가 없다?
7일치만 적립하는 독일이 잘 돌아간다?
2060년 한 해에만 394조 원의 연금수지 적자
이후 한 해 약 4백조 원의 적자 행진이 최소한 10년 이상 지속된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 수 백권의 책보다 진실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네이팜탄 소녀”로 잘 알려진 닉 우트(Nick Út)의 사진 한 장이 베트남전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16년 한국에서 전개되는 국민연금 개혁 논쟁도 그러하다.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도망치는 소녀를 통해 베트남 전쟁의 참혹상을 전달하는 닉 우트의 사진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도망치는 소녀를 통해 베트남 전쟁의 참혹상을 전달하는 닉 우트의 사진

 

글머리에 첨부한 그래프는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2060년 한국의 인구 피라미드다. 인구 피라미드가 그려내는 2060년 한국의 미래는 우울하다. 급속한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가 맞물려 있다. 2060년 이후는 생산에 참여하는 한 사람이 노인 인구 한 사람을 부양하는 시대가 온다. 그 고난의 행군도 금방 끝나지 않는다. 이 흐름은 위 그래프가 보여주는 시간 동안 악화되면 악화되었지 개선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 이후에는 더 적은 인구가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위 그래프가 보여주는 미래상과는 전혀 다른 시대에 설계되었다.
생산 인구는 매우 많고 노인 인구는 매우 적은 시기에 설계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 세상의 변화를 이겨내고 이후에도 생존 가능할까?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진영 국민연금 개혁방안의 총괄기획자는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다. 그는 현재 40%인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자고 주장한다. 지금의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두어도 기금이 고갈되는 2060년에는 국민연금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파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는 2060년까지 우리사회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주는 그래프가 위의 인구 피라미드 그래프다. 이 그래프 한 장만 보아도 국민연금 파산 가능성이 없다는 김교수나 그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 현행대로 하여도 그럴진데, 보험료의 획기적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이 인상된다면 국민연금의 파산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그 부담은 모두 우리의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한다.

 

적립금이 고갈되어도 파산할 가능성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김교수의 근거가 너무 취약하다. 적립금이 고갈된 독일의 경우 7일치만 적립하고도 잘 돌아 간다는 것이 그가 내세우는 유일한 근거다. 그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일의 실제 경험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독일은 김연명 교수의 말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가?

검증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독일이 실제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여부다. 둘째, 만약에 그렇다면 독일이 김교수의 주장대로 해서 잘 돌아가고 있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일은 김교수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메르켈 총리부터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면 안된다고 개인연금 가입을 권유한다, 소득대체율은 김교수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계속 낮아져서, 지금은 40%대 까지 내려갔다. 보험료를 18%까지 올렸는데도 그러하다. <“국가가 책임진다던 독일 연금제”>참조

 

요약하면 독일은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김교수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하고 있다. 이것은 김교수나 지금의 새정연 주장이 아니라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개혁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당시 70%였던 소득대체율을 60%로 내렸다. 노무현정부는 이를 다시 40%까지 끌어 내렸다. 이렇게 한 이유는 분명하다. 내버려 두면 적립금이 조기에 고갈되어 미래세대에 모든 부담을 떠넘기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보험료율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여론의 반대가 심해 보험료율 인상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 둔 것이다.

 

기금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까? 적립금이 없으니 보험금 내는 사람들한테 받은 보험료로 수령자들의 연금을 바로 지급하는 부과방식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김교수는 독일은 이렇게 하는데도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아래는 강정수가 슬로우뉴스에서 진행되는 관련논쟁에 대해 밝힌 입장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슬로우뉴스 팩트체크: 독일 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독일은)부과방식만으로는 작동할 수 없어 현재는 세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0년 약 810억 유로의 세금이 연금지불금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이용되었다. 그렇다고 100% 부과방식이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과방식의 지속가능성이 없기에 이미 (국가의 지원과 감독 아래 운영되는) 사적 연금이 크게,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부과방식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세금 지원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점점 증가하는 세금 지원은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내면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독일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게 아니었다. 결국 세금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세금은 또 어디서 나오나? 엎치나 메치나다. 국민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국민에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 단지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다를 뿐이다. 65세 이상 은퇴자들이 받고 일하는 65세 이하가 낸다.

 

독일은 김연명 교수가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독일도 문제가 많지만,
문제는 2060년 이후 한국은 독일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데 있다.

우리의 경우로 되돌아가 보자. 1988년부터 올해 2월까지 총 595조 원의 국민연금 기금을 쌓았다. 납입한 보험료가 373조원,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얻은 운용 수익금이 221조 원이다. 이 595조 원 중 지금까지 연금으로 지출한 액수는 113조 원이다. 따라서 남은 돈, 즉 적립금은 482조 원이다.

 

이하 국민연금관련 자료는 2013년 3월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공동명의로 발표한 <제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재정전망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이 자료를 발표한 시점인 2013년 3월은 현재의 국민연금 논쟁이 발생하기 이전이며, 보건복지부는 적립금이 고갈되어 국민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는 오지 않는다는 점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5년 전인 2008년에 발표한 내용과 큰 틀에서 동일한 결과다.

 

2043년은 적립금 규모가 최대가 되는 해다. 예상치는 2,561조 원이다. 지금부터 2043년까지 28년 동안은 들어 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해는 한 해도 없다. 그래서 2043년에 적립금이 최대치가 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한다. 2,561조 원에 이르던 적립금이 2060년이 되면 모두 사라질 뿐 아니라 적자로 돌아선다. 2060년 적립금은 마이너스 280조 원, 즉 적립금이 고갈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80조 원이 펑크나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2천조 원을 넘던 적립금이 어떻게 단 17년 사이에 마이너스 280조 원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 방식에 대한 기본 이해에서 출발한다.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은 1)적립금, 2)당해 년도의 보험료 수입과 연금급여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2060년 적립금 = 2059년 적립급 + 2060연금수지
연금수지 = 총수입 – 연금지출
총수입 = 보험료수입 + 투자수익
당해 년도 연금수지가 흑자면 적립금 증가, 적자면 적립금 감소

당해 년도 총수입이 연금으로 나간 돈(지출)보다 많으면 연금수지는 흑자가 된다. 역으로 나간 돈이 더 많으면 적자가 된다. 당해 년도 연금수입이 많으면 당연히 돈이 남아서 적립되므로 적립금은 증가하고, 그 반대면 감소한다. 당해 년도 총수입은 보험료 수입과 이전 적립금의 수익금, 즉 투자수익의 합계다.

 

예금통장 잔고의 증감으로 이해하면 복잡하지 않다. 2014년 12월 31일 은행 통장 잔고로 천만 원이 있었다고 해보자. 2015년 12월 31일 통장 잔고가 얼마가 될 것인가는 올 한 해의 수입과 지출에 달려 있다. 올 한해 번 돈과 쓴 돈이 정확하게 같다면 은행 잔고는 2014년과 똑 같을 것이다. 만약 번 돈보다 쓴 돈이 많다면, 예를 들어 백만 원 적자라면, 2015년 12월 31일 잔고는 작년의 잔고 천만 원에서 백만 원 줄어든 9백만 원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43년 2,561조 원이었던 적립금이 2060년에 마이너스 280조 원이 되는 이유는 그 사이 즉 2044년부터 2060년까지 17년 동안 연금수지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적립금 최대를 기록한 2043년의 바로 그 다음 해인 2044년부터 연금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 연금수입은 283조 원인데, 지출은 285조 원으로 2조 7천억 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한다. 1988년부터 시작하여 이후 55년 동안 한번도 발생하지 않던 연금수지 적자가 2044년 처음으로 발생하지만, 다행히 그 적자 폭이 크지는 않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2044년 2조 7천억 원으로 시작한 적자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060년 한해에만 394조 원의 연금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실로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하다. 이 한 해 보험료 납입과 투자수익을 합친 총수입은 263조 원인데 반해 연급급여로 나간 지출은 655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사실 2060년부터는 이미 적립급이 고갈되어 투자수익은 0이 되고, 보험료 납입금만이 유일한 수입원이 된다. 즉 보험료로 납부한 돈이 263조 원인데, 이 한 해 연금으로 받아가 돈만 655조 원, 제반 경비를 포함한 총지출은 657조 원 이어서 한 해에만 394조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위 표지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이후 10여년간 인구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즉 이 적자 패턴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대략 한 해 보험료 수입은 200조 원 대인데, 지출은 600조 원 규모다.
한 해 대략 4백조 원의 적자가 최소한 10년 이상 쌓이는 것이다.
2060년부터 2070년까지 10년 동안 대략 4천조 원의 적자가 쌓인다.
2015년 국가 전체 예산이 375조 원이다. 국민연금 적자폭을 실감할 수 있다.

2043년 적립급 최대치를 기록한 국민연금이 이후 17년 만에 적립급이 고갈되고도, 한 해 4백조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런 극적인 반전의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 인구구성의 특수성에 있다. 무슨 해변의 기암 절벽처럼 특정 연령대를 기점으로 인구수가 확확 줄어든다.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1995년은 출생아수가 70만 명을 넘은 마지막 해가 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2002년부터와 그 이후는 50만명을 넘지 못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 사회는 2030년 전후하여 또 한 번의 인구절벽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 명(인구의 72.9%)을 정점으로 감소하여, 2060년 2,187만 명(49.7%) 수준이다.
  • 65세이상 고령인구는 2010년 545만 명에 비해, 2060년 3배 1,762만 명이상으로 증가한다.
  • 2060년 생산가능인구 1.25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 즉 연금수령자 한 명의 연금을 대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부양인구의 비율이 가장 적은 해는 2012년으로 대략 세 명이 한 명을 부양하는 구조다. 부양의 의무를 지는 청장년 세대에게는 그나마 지금이 가장 좋은 호시절이다. 2060년으로 근접할수록 봄날은 간다. 2060년은 1995년에 출생해 지금 대학 2학년 정도 청년이 65세가 되어 처음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해다. 이 때가 되면 대략 보험료 납부자 한 명이 연금수령자 한 명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2060년 이후, 두 가지 시나리오

보험료율 9% (본인부담금 4.5%), 소득대체율 40%라는 현재의 제도대로 하여도 2060년에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모두 고갈된다. 적립금이 고갈되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김연명 교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다음 두 가지 플랜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첫 번째 방법은 국민연금제도가 파산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이를 플랜 A라 하자.

 

  • 플랜 A: 적립금이 고갈되는 2060년부터 국민연금을 파산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낸 보험료의 댓가로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1995년 생부터는 그 동안 얼마를 보험료로 내었든,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너무 잔인한 방법이다.
  • 플랜 B: 플랜 A는 너무 잔인하고, 공정성이라는 사회 정의와도 배치된다.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이 플랜 A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급할 것처럼 말한다. 플랜 B는 정부가 어떻게 해서라도 연금을 지급하는 경우다. 정부는 어디서 이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까?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마큼의 예산이 들어가야, 국민연금이 지속될 수 있는가다. 2060년 한해 연금수지 적자만 394조 원이다. 이 394조 원만 세금으로 충당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보험료율이 현행 9%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개인이 4.5%를 부담하고 고용주가 나머지 4.5%를 부담한다. 고용주가 민간사업자일 경우 그가 이 4.5%를 부담한다. 그런데 직장에 근무하지 않는 지역연금 가입자들이 있다. 이들의 경우 고용주가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를 대신 부담한다. 김연명교수는 소위 ‘강남아줌마’들도 국민연금에 가입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 언급한 강남아줌마가 정부가 고용주 대신 보험료를 내주어야 하는 지역가입자들이다.

 

현재 20대들의 경우, 대략 세 명 중 한명이 실질 실업자로 분류된다. 청년 실업이 유지될 경우 실업자가 지역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이 때 이들이 4.5%를 내고 나머지 4.5%는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즉 연금수지 적자 394조 원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몫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지역연금 가입자의 고용자 부담분 4.5%도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2043년 적립금이 최대일 때의 총수입이 277조였다. 이중 156조가 당해 년도의 보험료 수입에서 나왔고, 120조가 기존 적립금의 투자 수익에서 나왔다. 적립금이 없으니 이로 인한 투자수익도 사라진다. 394조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서는 매년 국가재정에서 이만큼을 써야 한다. 쉽지 않다. 결국 정부가 빚을 내야 한다. 이렇게 정부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가 빚을 낼 경우 이에 대한 이자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2043년까지는 보험료 수입말고도, 이에 버금가는 적립금 투자수익이 국민연금 재정에 보탬이 되었다. 정부가 빚을 낼 경우는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일어난다. 즉 394조 원의 연금적자 보존에 그치지 않고, 지역연금 가입자에게 정부가 고용주분으로 내야 할 4.5% 보험료, 그리고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 등이 덧붙혀진다. 최소한 한해 500조 원이 국민연금을 유지하는 비용으로 들어가야 한다.

 

2060년 기금이 고갈된 상황에서는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을 올리면 재정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엎치나 메치나다.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느냐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부담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즉 정부 세금이라는 다리를 거쳐서 가느냐, 아니면 월급통장에서 바로 뽑아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들이 주장하듯, 개인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그 비율은 대략 25% 정도가 되어야 한다. 2060년에는 보험납부자 한 명이 연금수령자 한 명을 담당해야 되기 때문이다.

 

2060년 소득대체율 50%를 맞추기 위해서는 보험로율도 50%로 올라야

 

개인이 25%, 고용주가 25%를 보험료로 내어야 은퇴자 한 명의 소득대체율 50%를 맞춰 줄 수 있다. 이 경우 개인의 부담도 부담이지만, 지역가입자의 경우 정부가 대신 내주어야 하는 고용주 부담분도 25%로 증가한다. 민간 고용주들도 바보가 아니다. 한 사람을 고용할 경우, 그의 월급뿐만 아니라 이의 1/4에 달하는 고용주 부담분을 내주어야 한다는 것은 그들 입장에서는 25%의 임금 인상과 똑같은 것이다.

 

악순환이다. 민간사업자가 그만큼 신규고용을 회피하려 할 것이고,
이는 실업수당, 지역연금 가입자의 급증으로 인해 그대로 정부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2060년 연금적자 394조원에 그쳤지만, 실제로는 국민연금에 관련된 정부의 부담이 최소 5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것이 2060년 한 해에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소한 인구구성이 유사한 향후 7-8년 동안은 이 패턴이 지속한다. 그전까지 보험료 납부자였다가 2060년 최초로 연금수령자가 되는 1995년 생부터 이후 출생자가 지속적으로 연금수령자 대열에 합류한다. 이들 1995년생부터 2002년 출생자 이후에 인구절벽이 또 한 번 등장한다.

 

2015년 올해 우리나라 1년 예산이 대략 375조 원이다. 45년 후인 2060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1년에 4백조-5백조 원의 정부 재정 적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한국경제는 최근 저성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실질 경제성장율은 마이너스 또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 저성장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지금보다 경제 규모가 커져서, 1년 예산도 그에 비례하여 많아진다고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206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는 2015년에 비해 6.26배로 커진다. 2015년 국가예산이 375조원인데 이에 비례하여 2060년 예산이 편성된다면 2,347조가 된다. 2060년 연금수지 적자폭만 계산해도 이는 전체 국가예산의 16.7%에 이른다.

 

2015년 현재 전체예산이 375조원인데, 이 중 10%인 37조 5천억원이 국방비 예산이다. 2060년 국민연금 수지 적자만 전체예산의 16%를 넘는다. 이 수지적자는 이제까지는 한번도 국가예산에 들어온 적도 없는 신규예산이다.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방비의 1.5배에 달하는 국민연금 적자가 새롭게 예산 항목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가장 큰 수혜자는 그나마 번듯한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과 강남아줌마들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2030과 미래세대다.
부자에게 걷어서 약자를 지원하는 것이 복지정책이다.
국민연금은 빈익빈 부익부의 ‘짝퉁 복지’다.

국민연금은 국가예산의 전체 틀을 흔들 정도의 핵폭탄급 정책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부담을 짊어질 정도의 값어치가 있느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국민연금은 복지정책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원래적 의미의 복지는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가 그 목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국민연금은 제대로 된 복지정책도 아니다. 부자에게 걷어서 가난한 사람게게 주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혜택은 이제까지 꾸준하게 보험금을 낸 사람들이다. 번듯한 직장 생활을 오래한 사람들과 직장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보험금을 계속 낼 수 있었던 사람들, (김연명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강남아줌마들이 가장 큰 수혜자들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보험료는 꾸준히 내지만 받을 수 있는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받더라도 자기가 낸만큼도 받지 못하는 2030과 미래세대다. 급속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는 복지정책의 필요성을 증대시키지만 동시에 이의 실행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요인이다. 세금 낼 사람이 급속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늬만 복지정책이고, 실상은 부의 재분배라는 복지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짝퉁복지정책들은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이다.

김연명교수와 새정연의 주장 뒤에 숨겨진, 그들이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진실은 이것이다.

 

오랫동안 일하고 세금을 내야 하는 청년과 미래세대가 가장 큰 부담을 짊어진다.
이렇게 내고도 그들은 막상 낸 연금을 되돌려 받을 가능성도 낮다.
기성세대, 특히 중산층 이상은 적게 내고 많이 받아 간다.
미래세대는 많이 내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40-50년이나 남은 먼 미래의 일을 미리 앞서서 걱정할 필요까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40-50년은 그렇게 먼 미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어제 일처럼 얘기하는 박정희 대통령이 5.16 군사구테타를 일으킨 것이 1961년, 지금으로부터 대략 55년 전이다. 45년 남은 2060년은 이 보다 시간상으로 더 가까운 미래다.

 

폭발시점이 앞으로 당겨지는 시한폭탄, 국민연금

 

이 글은 일단 정부가 적립금 고갈 시점으로 추산하는 2060년에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전개하여 왔다. 적립금 고갈 시점에 대해 다른 기관들에 비해 정부가 그 시점을 늦춰 잡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시점을 정부안보다 7년 빠른 2053년으로 잡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2060년이든 2053년이든, 국민연금과 같은 시한폭탄은 원래 예상된 시점보다 앞당겨 터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이 그 이전 40년 동안 연금을 꾸준히 납입하고 2060년에 처음으로 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1995년생이라고 가정해 보자. 국민연금이 2060년에 파산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플랜 A로 가든, 아니면 그래도 몇 년간은 정부가 무리해서라도 파산만은 막을 것이라고 믿는 플랜 B로 가든, 당신이 1995년 또는 그 이후 출생자라면, 이 불확실한 지급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연금을 40년 동안 계속 납입하겠는가?

 

2060년에 적립급이 고갈된다는 정부의 주장은 이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다. 즉 보험료를 납입해야 할 사람들이 자기가 납부할 몫을 꾸준히 납부한다는 전제하에서 추정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보험료 납부자 일부라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적립금 고갈 시점은 그에 비례하여 계속 앞으로 당겨질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폭탄돌리기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한폭탄이다. 자신이 받을 시점을 넘어서도 충분히 긴 기간동안 국민연금이 고갈되지 않는다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즉 자신이 받아야 할 수령 기간 어느 시점에라도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면, 보험료 납부자는 납부를 거부할 것이고, 납부 거부가 쓰나미처럼 앞으로 앞으로 당겨져 밀려 올 것이다. 폭탄돌리기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