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놀음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잘못된 규제들을 걷어내고 구조개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제로 성장을 향해 날개 없는 추락을 할 것

세월호 사고 이후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내수(內需)출하지수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3.70%를 나타낸 이후 올 1월까지 4개월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이어갔다. 통계로는 4개월째지만 흐름을 보면 사실상 6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출하지수란 기업들이 자체 생산한 제품을 국내 회사, 기관, 단체, 개인소비자 등에 판매하는 활동의 단기 추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는 것은 경기 침체로 그만큼 내수 판매가 부진했다는 뜻이다.

우리 경제를 나홀로 지탱해 온 수출도 2015년 들어오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등하기 마련인데 우리 경제는 반등의 조짐 없이 그대로 주저앉는 모습이다.

정부는 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리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내렸다. 금리가 1%대로 하락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자 비용이 낮다는 느낌은 돈을 빌려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낮은 이자율은 돈을 빌리는 부담감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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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1%대로 하락하면서 과연 금리인하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시중은행의 안심전환대출 창구. ⓒ 미래한국

그렇다고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고,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등 반짝 경기를 일으킬 뿐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업 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융비용이 낮아졌다 해도 투자를 늘릴 사람은 없다. 지금은 돈이 없어 투자를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물론 부채에 시달리고 자금 압박을 받는 기업이나 한계기업에게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경제 전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악화시킬 여지마저 있다. 현재는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를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기업 부실 심화로 인한 경기 악화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 의문이다.

ⓒ cpho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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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을 더 올리자는 주장이다. 낮은 경제성장률과는 다르게 2015년 기준 최저임금은 5580원으로, 2014년 대비 7.1%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임금 인상을 주장한 것은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경제에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저임금은 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제공하는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수익성이 거의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제로 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인건비를 높이게 되어 부실 정도가 더 심화되고, 결국 일자리만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일자리를 갖고 있는 소수의 소득을 억지로 높일 수 있겠지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 전체의 소득 규모는 증가하지 않은 채 정부의 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만 늘어날 것이다.

즉 금리 인하와 임금 인상은 근본 치유책이 아닌 임시방편이며 탁상행정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본질적인 해법은 외면하고서, 금리를 내리고 임금을 올리면 경기가 살 것이라며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책임 회피다.

경제 활성화의 해법을 실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정치권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한국은행에 떠맡긴 것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의 장기침체 현상은 왜 왔을까. 그 원인은 정책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양책, 경제 약자를 돕겠다며 늘려놓은 복지지출과 보호정책,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 경쟁을 가로막는 대기업 억제정책 등 잘못된 처방이 위기를 장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장기 불황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일본이 과거 구조개혁을 외면하면서 장기 불황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구조개혁 없이는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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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관치(官治)경제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는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해도 스스로 변화하고 적응해 나가기 어렵다.

방만해진 정부 부문은 구조적으로 우리 경제의 부담을 높인다. 더구나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 현장에서 문제를 알고도 혁신을 위한 변화에 나설 수 없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경직성을 풀지 않고서는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온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과 경제민주화 정책의 누적 효과로 인해 우리 경제는 저성장에 빠졌고, 정책 실패가 계속되다보니 산업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이다.

잘못된 규제들을 걷어내고 구조개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제로 성장을 향해 날개 없는 추락을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부실 부문을 해소하는 구조개혁과 경쟁력을 높이는 경쟁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없애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야 하고, 높은 임금과 과격한 노동운동이 산업 현장을 마비시키지 못하도록 사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도록 노동, 금융 분야의 유연성을 높이고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런 유연성 회복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하고 탄력성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그래야만이 각 분야의 경제 주체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고, 그 결과로 소득도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개혁의 노력이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본질적인 해법이다.

 

본 글은 “금리 인하, 임금 인상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링크)” <미래한국/최승노>를 수정, 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