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과 메르스

정치적 견해를 가급적 배제하고 의학적 견해를 중심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긴급 기자회견에 대한 의학적 견해

지난 6월 4일 밤 10시 반,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자기 메르스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35번 감염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증세가 있는 상태에서 1,565명이 모인 재건축회의에 참석하였고 송파구 문정동 쇼핑몰을 방문하고 그곳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많은 사람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직접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는 등 메르스 방역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독점함으로써 메르스 방역에 실패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정보공유를 주문했습니다.

ⓒ YTN 뉴스화면 캡쳐

YTN 뉴스화면 캡쳐

1) 긍정적 요소

 

리더십, 그리고 관심 집중

박원순 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지난 6월 4일은 중동에서 입국한 환자에게 메르스가 처음으로 진단된 후 보름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메르스는 연일 확대되는데 전문성 없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초동대응의 실패에 대해 연일 쏟아지는 질타를 맞으면서도 병원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국민이 크게 불안해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박원순 시장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위기의 시기에 리더가 과단성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긴급 기자회견은 메르스에 대한 정치인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효과도 가져왔습니다.

 

정보공개 등국면전환

이 때까지 정부는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면서도 철저히 비공개를 고수함으로서 메르스 감염의 확산을 키우고 있던 정부는 박원순 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이후 다소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그런 태도 전환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했고, 정부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의 대응 변화

삼성서울병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기 전까지 35번 의사의 감염사실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등 독자적이고 은밀한 대응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이러한 삼성서울병원의 대응방식의 전환을 가져온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2) 부정적 요소

 

부정확한 팩트로 희생양 만들어

박원순 시장의 긴급기자회견 후 언론들이 보도한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서울 메르스 확진 의사, 1,500여 명 행사 참석 – KBS 뉴스

메르스 확진 의사, 1,500명 넘는 시민과 접촉 – SBS 뉴스

메르스 의사, 1,500여명 행사 참석…서울시 “참석자들 자발적 격리해야” – MBC뉴스

서울시 “메르스 감염 의사, 확진前 1500명 모인 행사 참석” – 조선일보

서울 ‘메르스 확진’ 의사, 시민 1600명과 접촉했다 – 한국일보

메르스 확진 의사, 서울시 시민 1500명 모인 행사 참석 – 오마이 뉴스

박원순 “메르스 확진 의사, 1500명 이상 접촉” – 프레시안

서울서 메르스 확진 의사 시민 최소 1500명 이상 접촉 – 뉴시스

 

누가 보아도 메르스 확진을 받은 의사가 서울시를 활보하면서 많은 시민을 위험에 빠뜨린 사람으로 오해하도록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35번 의사가 활보한 것은 5월 30일이고, 그가 스스로 자가격리를 한 것은 5월 31일이었으며, 그가 메르스 확진을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날짜는 6월 2일이었습니다. 즉, 그는 언론의 보도처럼 메르스를 확진 받은 후 행사에 참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언론들은 일제히 이렇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긴급 발표에서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들을 했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곧 “무개념 의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졸지에 시민들의 공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의 발표와 다른 사실이 곧 드러났습니다. 35번 의사는 증상이 없는 잠복기인 5월 30일에 부인과 아이 등 가족들과 함께 일상활동을 한 것이었으며(그가 메르스 감염을 알았다면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지 않았을 것입니다) 31일 증상이 시작되자 자발적으로 병원내 감염관리학교실과 보건소에 연락하고 스스로 격리조치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는 또 5월 27일 메르스 감염환자가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 옆 침대 환자를 진료했으며 증세가 발생하자 자발적으로 병원측에 연락하고 자가격리를 한 상태였기에 더욱 억울해 했습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서울시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팩트가 아닌 사실을 발표하는 바람에 환자 진료에 매진한 의사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의사로 몰린 것입니다. 35번 의사는 크게 분노했고 적극적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가지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6월 11일, 즉 박원순 시장의 발표가 있은지 일주일 후에는 심정지가 한 차례 일어나고 혈액으로 직접 산소를 공급하는 ECMO장치에 의존해야 하는 위중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족은 억울함으로 인한 급격하고 심한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빠르게 떨어뜨림으로써 그의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급격하고 과도한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의학적 사실입니다.

 

환자를 진료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되었다가 오해를 받은 후 병세가 위중한 상태에 빠지게 되자 35번 환자에 대한 동료의식으로 그의 건강상태를 크게 염려하던 의사들은 박원순 시장을 크게 원망하였으며 일부 의사들은 박원순 시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 YTN 뉴스화면 캡쳐

YTN 뉴스화면 캡쳐

 

의학적 근거 없는 조치로 불필요한 공포 양산

박원순 시장은 또한 1,565명에 대한 즉각적인 격리조치가 필요하며 서울시가 직접 1:1 밀착 격리조치를 실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잠복기 환자는 바이러스를 내뿜지 않아 전염력이 없고, 특히 밀폐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공간에서 감염 위험이 없으므로 1,565명에 대한 격리조치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조치였습니다. 35번 의사의 동선 공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5번 의사의 동선 공개는 마치 그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위험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재개발조합원행사에 참석한 1,565명에게 불필요한 불편을 강요하고, 의학적 지식이 없는 시민들에게 근거 없는 공포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은 직접 35번 의사의 동선을 직접 공개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선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동선 공개에 대한 의미 해석을 시민의 몫으로 남겨놓음으로써 이 같은 박원순 시장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은 마치 메르스 감염의사의 동선에 포함된 지역을 방문하면 메르스가 감염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시민들의 공포 확대와 해당 지역의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대형쇼핑센터인 가든파이브는 10일이 지난 지금까지 텅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1,565명에 대한 격리조치가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35번 환자의 동선공개가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오직 의학적인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는 의료전문가가 배석하여 그가 의학적 문제를 발표하게 하거나 의학적 자문을 한 전문가단을 공개하는 것이 설득력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시급성 없음

정치적인 이유를 배제한다면, 긴급히 야간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을 의학적 타당성이 없습니다.

 

방역체계의 혼선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 발생시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은 매우 일사불란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중앙부처와 지자체간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정부의 비밀주의를 강하게 질타하고 비난하면서 “정부가 감염자를 방치한 사이 서울시를 활보했다. 정부를 믿지 못하겠으니 앞으로 메르스로부터 서울시민의 건강은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만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표 이후, 강남구청장이 “서울시를 못 믿겠다. 강남구민의 건강은 내가 지키겠다”고 하고, 그 다음 날 도곡동의 동장이 “강남구청을 못 믿겠다. 도곡동 주민의 건강은 내가 지키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박원순 시장의 말대로 ‘준 전시상황’이라면 국민 앞에 마찰음과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더욱 적절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의 메르스 대처 실패로 인해 지방정치 득세 현상이 벌어졌다”고 정부와 지자체를 함께 비판했습니다.

 

의료인의 사기 저하 초래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가 증세 발현 후 자진 신고하고 격리조치를 하는 등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개념 의사’로 둔갑하고 비난을 받자 비슷한 처지의 많은 의사들은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상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의료인 가족들이 학교와 주변 등에서 기피 대상자로 몰려 수난을 받는 상황과 맞물려 의료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대한 의학적 견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4일, 의학적으로 비위험군에 속함으로써 격리대상이 아닌 1,565명(재건축회의 참석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격리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6월 13일 전국적으로 약 13만 명이 모여 시험을 치르는 공무원 시험은 일정을 바꾸지 않고 예정대로 치렀습니다. 이를 두고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1) 긍정적 요소

 

의학적으로 타당한 결정이었습니다.안전합니다.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고 공무원 시험 강행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밝힌다면 공무원 시험 강행은 의학적으로 타당한 결정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옥외감염이나 지역감염이 단 한 차례도 일어난 사례가 없고 병원환경 밖에서는 공기감염의 가능성이 “없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낮습니다. 이 때문에 발열과 기침 등 증세가 있는 감염자만 스크리닝을 통해 가려낸다면 13만 명이 모여 시험을 치른다고 해도 메르스 감염에 대해 안전합니다.

또한 기침 등 시험 중 증세를 보이는 응시자들도 즉각 격리조치 하였기 때문에 이 시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메르스 감염의 위험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과도한 메르스공포를 불식시키는 효과

메르스와 관련한 과도한 공포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고 야구장이 텅텅 비며 메르스의 최초 근원지가 되었던 평택성모병원이 있는 평택은 유령도시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비합리적인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뒤덮는 가운데 여러 장소에 분산되어 시험을 치르기는 하지만 13만명이 모이는 행사가 강행되었다는 사실은 메르스 공포를 불식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리더십

메르스 사태를 맞아 병원정보의 공개가 늦고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모두가 ‘책임’을 두려워함으로써 결정(decision)이라는 process를 미뤘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공포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13만명이 모이는 행사를 강행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그런 점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필요한 과단성 있는 리더십을 보였다 평가합니다.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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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정적 요소

의학적으로는 뚜렷히 부정적 요소로 언급할 만한 사안이 없습니다.

다만 감염위험이 없는 1,565명은 격리조치를 하고 13만명이 모이는 시험은 강행한다는 사실에 대해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특별조사를 하자는 주장에 대한 의학적 견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글을 작성하는 6월 14일 오늘,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삼성서울병원을 특별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타당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