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갤러리 : 남자를 혐오했을수도 있는 여자들

 

메르스 갤러리

메르스 갤러리

‘메르스 갤러리’가 화제다. 온갖 욕설과 남성비하가 난무하는 그곳, 그리고 메갤러들은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를 자신들의 존재 이유로 내걸었다. ‘메갈리아(메르스+이갈리아의 딸들[<이갈리아의 딸들>은 성전복을 주제로 건, 남성중심사회를 풍자 및 비판하는 소설이다]’라는 신조어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남성들의 여성혐오가 너무 일상적인 일이기에, 자신들이 ‘일베’로 대표되는 여성혐오의 문법으로 남성혐오를 전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르스 갤러리가 주장하는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와 ‘일베’가 대표하는 ‘여성혐오’를 비교해보자. ‘일베’발 여성혐오가 ‘김치녀’로 설명가능한 것에 비해, 메르스 갤러리는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를 상징하는 단어로 ‘김치남’과 ‘실좆’을 선택했다. 그리고 메갤의 주된 이용자가 20대인 것에 비해, 그들은 ‘나이든 김치남’과 ‘젊은 김치남’을 실질적으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 TV조선

ⓒ TV조선

반면 ‘김치녀’로 대변되는 여성혐오의 경우엔, 철저하게 ‘젊은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다. 김치녀의 반대인 ‘탈김치녀(개념녀)’는 어머니와 닮은 존재, 즉 어머니의 유산인 ‘희생’이나 ‘모성’, ‘검소함’ 등의 가치를 물려받은 젊은 여성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구분지어 부르지만, 사실 ‘쉰김치’들은 김치녀 담론의 주변부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

 

결국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여험혐)’는 ‘여성혐오의 모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성혐오와 맥락이 다르다. 그리고 ‘김치남’은 메르스갤을 점령했던 해외연예인갤러리-남자연예인갤러리-여성시대 등의 여초 커뮤니티에서 예전부터 널리 공유되던 사고였다. 일베언어의 모방 또한 남자연예인갤러리를 비롯한 디씨의 갤러리들에서 이미 일베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쓰이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수면 아래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인 이들을 과연 ‘여성혐오에 대한 혐오’나 ‘여성혐오에 대한 풍자’라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폐쇄적인 여초커뮤니티의 특성상 수면 아래에 있던 ‘남성혐오’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

메갤이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혐오’에 가깝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메르스 갤러리는 6월 15일 현재 제대로 된 ‘여혐혐’ 글이 거의 안올라오고 있다. 원래 있던 갤러들은 다른 갤로 이동하였다가 사라진 상태이다. 그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원래 활동하던 곳, 즉 수면 아래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원래’ 남자를 혐오하던 여성들일까, 아니면 ‘일시적’으로 우매한 남성대중에게 여성혐오에 대한 자각을 주기 위해 페미니즘 전사가 된 평범한 여성들일까?

 

페이스북으로 진출한 남성혐오 정서

페이스북으로 진출한 남성혐오 정서

그리고 메르스 갤러리가 말하는 ‘혐오’는 그 정의가 상당히 애매하다. 메르스 갤러리는 한국사회에 여성혐오 분위기가 만연하며, 많은 남성들이 마음 속에 각자의 여성혐오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논리를 따르자면 메르스 갤러리를 지지하는 여성들 또한 각자의 남성혐오를 가지고 있는 것이 된다.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것과 남성혐오가 다른 일이듯, 남성혐오를 혐오하는 것과 여성혐오 또한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스 갤러리는 남성 혐오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여성혐오자로 동일하게 취급하며 스스로를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나는 메르스 갤러리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러한 맥락을 인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이가 아니라면, 메르스 갤러리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6월 8일 이후로 메르스 갤러리는 잠잠해졌다. 메르스 갤러리와 관련된 논쟁이 하나의 소동처럼 잦아들어가지만, 남성들이 여성혐오 발언을 조심하는 분위기는 분명히 생긴 것 같다.

 

그렇기에 메르스 갤러리의 순기능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메르스 갤러리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나 비난보다는 맥락적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여성혐오할 생각이 없는 남성들의 여성혐오에 대한 자각을 이끌어냈지만, 메르스 갤러리의 배경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혐혐’이 아니라 남성혐오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맥락의 설명은 여기까지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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