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식인들은 거짓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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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ixabay.com>

작년 TV 토론회에서 한 논객이 이런 발언을 했다. “우리나라 GDP가 2만달러 후반이니까, 4인가족으로 환산하면 11만 달러, 즉 1억 2천만원이 가구평균소득이다. 그러니 평균 7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노조는 귀족노조가 아니라 서민노조다.”

저 발언을 듣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GDP는 정부, 기업, 국민 등 국내의 생산자 모두가 생산한 부가가치의 합이다. 그렇기에 가구소득은 저 총액에서 정부와 기업부문을 빼고 계산해야 한다. 이것을 PGDI, ‘가계총가처분소득’이라고 한다. 2012년 PGDI는 1인당 1367만원, 여기에 가구당 평균인원인 2.7명을 곱하면 3704만원이 된다. 4인 가족이라도 5400만원 정도이다. 저 논객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과연 저 논객이 이런 기본적인 상식을 몰랐을까? 그럴 리가 있나. 내가 알기로 그 논객은 경제전문가였다. GDP와 PGDI의 개념차이를 모를 리가 없다. 더군다나 경제에 문외한인 나도 4인가족 연 평균수입이 1억 2천만원이라는 주장을 듣는 순간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저 숫자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월 천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나야 하는데, 내 경험상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런 주장을 한 논객이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리는 없을 것이고. 결국 문제의 논객은 본인의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송에서 저런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기고문삽입이미지_김창엽씨

<이미지 출처: 주간경향 1115호, “‘3만 달러 시대’ 행복하십니까?” 기사 일부 캡쳐>

 

오늘 이 기사를 쓴 기자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주장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기사를 썼을 것이다. 설마 정말 몰라서 이런 기사를 썼다면 그건 기자의 자질 부족이다. 그런데 상식부족의 기자가 저지른 ‘실수’라고 보기에는 이런 류의 기사들이 너무나 많다. 의도적으로 이런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왜 이런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이는 그들이 주 타겟으로 하는 독자층의 특성 때문이다. 이런 기사가 겨냥하는 독자들은 타인에게 고상하고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지적 허영심이다. 하지만 본인의 생각으로 스스로 주장을 만들어 낼 지적 능력은 없기에 유명한 논객의 말을 빌려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대개 타인의 주장을 따라하는 것을 통해 주변 사람으로부터 지적인 우월감을 느낀다.

이런 유형의 독자들은 비판적, 분석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 TV에 나와서 떠드는 논객들이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자들이 왜곡한 팩트와 주장이 비논리적임을 깨닫지 못한다. 사실 본인이 무슨 말을 따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TV에 나와 인용한답시고 떠들어대는 ‘유명인’을 “뇌가 섹시한 남자”라고 떠받들 정도니 말이다.

게다가 이 문제의 독자들은 자존감 마저 낮아서, 본인의 생각이 틀리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낮은 자존감을 유명인의 말을 빌어 보상하였는데, 그것이 틀리게 되면 자신이 못난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무엇이 틀렸는지 설명을 해줘도 못 알아듣는 것은 설명을 해주는 사람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런 연유로 궤변과 선동에 열광하는 집단이 지속된다. 그리고 그런 집단을 이용하려는 지식인들의 거짓말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선동가가 된 지식인은 독자들에게 지적 허영심을 주고, 독자들은 선동가에게 대중적인 명성을 주기에 공생관계가 지속된다.

그들의 공생관계를 깨뜨리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 필요할까? 우선 우리들 스스로가 정보를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또 권위 있는 사람의 말에 기대지 않고, 본인 스스로의 머리로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무지한 사람들은 틀린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주장을 계속하는 것이 자존감이 높은 것이라 생각한다. 실은 그 반대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언제든지 자기 주장이 틀렸다고 인정할 수 있다. 스스로의 지성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사실과,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것이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지식이란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보상하고 허영심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 편집자 주: 위 칼럼은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 원문을 편집 후 익명으로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