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그리스 위기를 결코 남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실제 우리 정치권이 최근 내세운 여러 복지 정책이나 공약들이 그리스의 그것들과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다.

그리스위기_한경

ⓒ 한국경제

그리스 위기의 내부원인은 한 마디로 “비효율적 공공 지출과 부패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공공 지출은 복지를 포함해서 공공 근로자 고용, 연금 등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개념이다. ‘소비적’이고, 또 동시에 ‘보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비효율적인 그리스의 공공 지출이 그리스라는 배에 난 구멍이었다.

여기서 ‘소비적’이라는 말은 그 공공지출이 노동생산성 향상이나 인프라 구축과 같은 투자개념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현금이나 혜택을 일방적으로 나눠주는 식의 개념을 뜻한다. ‘보편적’이라는 말은 소득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둘다 양극화 해소나 경제 발전, 빈곤 척결과 같은 선순환을 유도하지 못하는 정책의 전형적인 특성들이다.

그리스 위기

그런데 바로 이 두 가지 성격이 우리가 그리스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이유다. 우리나라가 최근 시행한 여러 복지정책과 공공 지출이 ‘소비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무상급식이다. 무상급식은 실질적으로 공공지출을 통해 급식비를 온 국민에게 조건 없이 나눠주는 것으로, 그리스 복지와 유사하다.

이러한 복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비효율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반드시 ‘부패’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그리스의 경우 연금 정책을 실시하는 일종의 대행사(agency)가 수백 개에 달했고, 이후 간신히 13개로 통합을 했으나,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한 채 재정 낭비의 주범이 되고 있다. 무상급식도 정확히 똑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실제 친환경도 아니면서 친환경이라는 딱지를 붙인 탐욕스러운 업자들이 이 거대한 재정에 달라 붙어 이윤을 취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장과 가까운 정치세력이 공정한 시장 경쟁이나 외부 견제를 피해 농수산물 납품을 독점하는 폐해도 드러나고 있다.

친환경 농약급식 게이트

서울시는 이미 “급식 게이트”가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의 측근인 배옥병씨가 친환경유통센터 자문위원으로서 납품업체 선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이러한 배옥병씨의 남편이 서울시 감사관으로 재직중이다.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 감사를 하야 할 사람 모두가 박원순 시장의 측근인 셈이다. 이런 식의 “게이트”가 바로 그리스식 공공정책에서 나타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복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지출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시장을 튼튼히하고, 시장의 낙오자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스처럼 정부가 일종의 ‘사업자’ 행세를 하기 시작하면, 그 정책의 효과도 제대로 거두지 못할 뿐더러, 국민들의 혈세가 정치권과 가까운 소수 세력의 금고로 새어나가게 된다. 그리스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엄중한 재정지출 준칙과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