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저임금이 우리보다 높다고?

일본 시급 온라인 이미지

위 그림은 6,030원으로 최저시급이 오르기 전과 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던 그림이다. ‘한국의 시급이 적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그림인데, 일본 도쿄의 시급 현황을 담고있다.

일본보다 일부 생필품물가가 비싸져서인지, 아니면 ‘우리도 일본만큼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우측 하단에 있는 주(注)를 읽지 못하는 것 같다.

각주를 보면 2014년 5월 1일 현재 심야(深夜)시급 최고치(最高値)이다. 즉 일본내 유명 체인점의 야간 최고 시급 현황이다. 야간수당은 한국에서도 노동법상 ‘일반 시급의 1.5배’로 지정해놓은 바, 현재 최저시급 기준 야간 시급은 9,045원(상시근무 5인이상 영업장 기준)으로 이미지상 카페드 크리에 커피숍의 900엔 (현 환율 기준 8,325원)보다 700원이나 높다. 또한 한국의 경우도 최저시급은 말 그대로 최저시급이고 번화가나 일이 몰리는 곳의 시급은 훨씬 높다. 무작정 숫자만 보고 긁어오는 이런 자료의 인용은 현재 한국의 최저시급이 충분히 높다는 역설에 빠지게 된다.

이번에 시급이 8%이상 인상됨으로써 일본보다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도쿄도가 제일 비싸며 지방이나 촌으로 내여갈 수록 600엔대 인 곳도 많다. (나가사키, 쿠마모토현등 677엔/ 전국평균 780엔)

ⓒ mhlw.go.jp / 2015년 일본의 지역별 최저시급 현황

ⓒ mhlw.go.jp / 2015년 일본의 지역별 최저시급 현황

여전히 한국보다 높다고 생각된다면 일본의 경우 파트타이머의 연수입이 103만엔(952만원)을 넘게 되면 소득세와 주민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자. 또한 130만엔을 넘게되면 상당한 금액의 각종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한다.

각종보험료를 납부해야하는 연 130만엔은 물론이거니와, 103만엔부터 소득세등의 세금이 차등 부과됨으로써 소득을 그 이하로 맞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일본의 전업주부비율이 높은 이유중 하나가 이런 세금 폭탄 때문이다.

이제 한국을 돌아보자. 먼저 최저임금 상승추이.  2014년은 2013년대비 7.2% 상승했다. 2015년은 2014년 대비 7.1% 상승했으며, 2016년은 무려 8.1%가 상승했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과는 달리 최저임금 생활자에게 소득세나 주민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이미 한국의 최저임금 생활자들은 수익 면에서 일본의 최저임금 생활자들보다 앞서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역으로 한국의 중소상인들이 일본의 중소상인들보다 더 힘겨이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단순 최저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공시 최저시급이 전국 일괄 적용된다. 서울에서 일하든 논산에서 일하든 똑같은 최저시급을 보장받는다. 상당히 불합리한 시스템이다. 상대적으로 생활물가가 싸고, 매출이 떨어지는 지방의 경우 일본과 같이 최저시급기준에 차등을 두는 것이 맞다. 이렇게 일괄적용을 해버리면 지방 중소상인들은 버티기가 힘들다.

아르바이트에 대한 사고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농땡이를 치면 바로 “쿠비”(모가지)다. 잡담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메신저를 하는 등 한국의 아르바이트 현장에 일반화되어 있는 행동은 일본에서 절대금기시 되어 있다.

스키야 (서울신문)

작년 3월 인력 부족으로 임시 휴업에 들어간 ‘스키야’ 각 점포에 붙여진 사과문 ⓒ 서울신문

얼마 전 ‘스키야’라는 일본 최대 규동 체인점 중 한 곳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단체 집단 퇴사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한국 아르바이트 생들은 과연 상상이나 가능할까 싶은 수준의 노동 강도 때문이었다. ‘원오퍼레이션 제도’라는 걸 도입해서 직원 한 명이 계산·조리·설거지·청소를 전부 담당하게 했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주면서 1시간에 5천엔의 매출할당을 무조건 지키게 했고, 만약 5천엔의 매출을 내지 못하면 무급으로 일을 연장시켰다. 연속 12시간, 14시간의 오퍼레이션을 강요했고,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영업보고서 및 금전관리 기입을 요구했다. 또 근무시간 중 주문이 밀려서 잔무를 끝내지 못하면 끝날 때까지 연장근무를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끔찍한 노동을 모든 아르바이트생들이 소화해왔다는 것이다. 그들이 집단 퇴사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새로 도입한 메뉴 ‘나베정식’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준비과정을 가지고 있어서, 과중한 업무를 도무지 처리할 수가 없어서였다. ‘스키야’의 경우는 분명 극단적이라 할 수 있으나, 분명 일본 영업장에서는 파트타이머에게 평직원에 준하는 노동과 책임을 요하고 있다.

최저시급 인상을 원하는 건 좋지만, 일본 최저시급이나 노동환경과 비교하는 건 코메디다. 단순히 ‘얼마 차이도 나지않는’ 최저임금을 수평비교하기 전에, 저렇게 시급이 좋다는 옆나라 일본에 워킹홀리데이 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인원은 왜 소수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한국의 최저임금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단,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권리’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주휴수당, 야간수당, 주말수당, 휴무보장 등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집중을 해야 한다. 각 국가의 업무현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 나라, 저 나라와 최저임금 수치를 비교하며,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더 낮으니 인상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