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취업률 96.7%의 진실

일본 대졸자 취업률이 96.7%, 고졸자 취업률이 97.5%라는 뉴스가 국내 미디어들을 통해 보도된 후, SNS에서는 “헬반도 성토의 장”이 다시 열리고 있다. 이런 환상적인 수치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비판적 관점에서 의문을 가지기보다는 ‘따봉’을 눌러대기 급급하다.

일본취업률 보도

이미지 출처: 네이버 뉴스 캡쳐

일본 정부의 취업률 발표는 “XX대학교 5년 연속 취업률 100%”와 같은 흔하디 흔한 대학들의 광고슬로건과 다른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대졸자 취업추이를 보면, 일본은 지난 10년간 대졸 취업률이 90%를 넘지 않았던 적이 없다 (1997년 ~ 2015년 대졸 취업률 추이 자료 참고: 일본 후생노동성). 금융위기 직전에는 무려 96.9%였으며, 금융위기 직후에도 91% 이상을 유지했다. 현재는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로, 96%대로 복귀했다.

대졸 취업률

ⓒ 후생성

거품경제가 꺼진 다음 “잃어버린 20년”의 경제불황과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던 기간 중에도, 또 2008년 전 세계 경제를 무너뜨린 금융위기 중에도 대졸 취업률이 90%가 넘는 일본. 이런 청년 구직자들의 천국에서 왜 ‘프리타족’이니 ‘사토리세대’니 하는 절망적인 신조어가 생겨나 한국으로 수출되는 것일까?

재미있는 점은 전 세계의 경제가 휘청거렸던 시절조차도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0%가 넘었는데, 이 경이로움에 관해 보도한 한국 기사는 몇 건 없으며, 정작 일본 내 청년구직난에 대한 기사를 일본미디어에서 검색하면 후생성의 자료와는 정반대로 청년 10명중 3명이 취업이 안 된다느니, 실질적인 실업자는 이의 두 배가 넘는다느니 하는 기사가 난무한다는 점이다. 기사의 댓글들은 대개 인위적인 취업률 조작을 비판하고 있다.

왜 일본 정부의 취업률 발표와 현실은 이렇게 다른 것일가?
먼저 일본 취업시장의 특성과 후생성의 취업률 산정기준부터 살펴보자. 일본의 경우 ‘취업 내정제’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서 졸업 1년 전부터 취업내정이 시작된다.

 

취업내정율 변화추이

시기에 따른 취업 내정율 변화추이 ⓒ후생성

또 신규졸업자(신졸자) 일괄채용제를 채택하고 있어 한국과는 달리 졸업 예정자가 아니면 취업이 아예 불가한 회사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취업자들 대부분이 졸업예정자인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처럼 일본에서도 취업실패자는 곧 졸업유예자로 이어지며, 기존에 이미 졸업한 사람(기졸자)의 경우 아예 취업통계에서 제외된다.

平成26年度大学等卒業者の就職状況調査 (2014 년도 대학 졸업자의 취업 상황 조사) – 일본 문부과학성 PDF 링크

문부과학성 PDF

2014 년도 대학 졸업자의 취업 상황 조사 ⓒ 일본 문부과학성

이렇게 신졸자 기준 내정율 최종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도 신졸자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적용되는 기준이 있다. 모든 신졸자의 취업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립 21개교, 공립 3개교 등 112개교의 6,250명만을 대상으로 하여 표본추출조사를 한다. 현재 일본에 800개가 넘는 대학교가 있고, 한국과는 달리 상위권 대학교는 대부분 국립대학교라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조사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 내 탑이라 할 수 있는 국립대학교중 무려 21개교가 조사대상에 포함되고, 사립대학교는 고작 38개교 뿐이다. 이는 마치 서울에 있는 대학교 중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취업률을 조사한 다음, ‘이게 한국의 취업률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취업상황조사문구

관련 보고서 조사결과 요약에 따르면, “2015년 4월 1일 현재 졸업 예정자 대비 취업률은 70.3%다” [本調査における卒業者全体(※)に占める就職者の割合(大学のみ)「70.3%」 (平成27年4月1日現在)]라고 명시되어 있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96.9%라고 하지 않았나? 자료를 좀 더 살펴보면 그 이유가 나오는데, “취업률은 취업 희망자에 대한 현재 취업자의 비율이다” [就職率とは、就職希望者に対する現時点での就職者の割合である。]라 되어있다. 쉽게 말해서,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은 제외하고, 전체 졸업예정자중 취업을 원하는 72.1%만을 데리고 데이터를 뽑아냈다는 말. 결과적으로 일본에서 발표하는 취업률은 800개가 넘는 대학교 중 112개교를 추출, 그 학교의 졸업생 중에서 조사대상 6,250명을 다시 추출하고, 다시 그 중 취업희망자 72.1%를 가려낸 다음 취업내정율을 확정한 96.9%라는 수치다. 결국 졸예자 전체를 기준으로 한 실질 취업률은 70.3%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취업률 70.3%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직업의 질’은 어떨까? 이는 일본 문부성의 지침공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부 과학성 공문 (링크)]

이 문건에서는 취직자를 정규 직원 (1년 이상의 비정규 직원으로 취직한 사람포함- 1年以上の非正規の職員として就職した者を含む)으로 취직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로 여겨지는 일도 일본에서는 비정규 직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이소’든 ‘패밀리마트’든 1년 계약을 하게 되면 비정규직에 포함되게 되며, 1개월 후에 그만두거나, 1년 후에 해고된다 하더라도 이미 ‘자랑스런 취업자’로서 취업률에 반영되어 있다.

현재 일본의 전체 피고용인중 비정규직 비율은 37.4%로 (후생성 자료 기준 [링크]) 한국의 32%보다 훨씬 높다 (e-나라지표 기준 [링크]). 일본의 경우 1991년부터 거품경제가 꺼지고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극심한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평생고용시스템이 붕괴되었고, 이로 인해 비정규직 고용 형태가 심화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고용시스템의 충격은 고스란히 현세대들이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 미디어나 경제학자들은 체감 청년실업률을 이야기할 때 청년의 60%가 무직 상태이거나, 불안한 비정규직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 취업 방송 연합뉴스

일본 취업준비생과의 인터뷰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쳐)

기본적으로 나라별 취업률 산정방식이나, 기준의 차이를 모르는 기자들이 타국의 발표통계에 대한 내용 확인조차 하지 않고서 취업률 96%, 97% 왈가왈부하며 자극적인 기사를 써대니 오늘도 한국 사회는 한반도의 암울한 현실과 ‘살기 좋아 보이는’ 이웃나라의 현실을 비교하며 불만을 토로한다.

한국도 기관에 따라 각기 다른 취업률 산정방식이 있지만, 교과부 산정방식은 아래와 같으며 아래 기준에 따른 한국의 대졸 취업률은 58.6%이다.

(교육부 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기준)
1) 졸업자 : 전년도 후기 졸업자 및 해당 연도 전기 졸업자 *전국 대학 전수조사
2) 취업대상자 = 졸업자-(진학자+입대자+취업불가능자-수형자, 사망자, 해외이민자, 6개월 이상 입원자-+제외인정자*+외국인유학생)
3) 취업률 = (직장건강보험가입자+해외취업자+영농업종사자)/취업대상자×100

*제외인정자 – 의료급여법 제3조(수급권자)에 의한 의료급여법 수급권자, 대학 및 전문대학의 산업체 위탁교육과정 중 영농․ 어업인 자격으로 입학하여 졸업한 자, 항공교육기관 교육대상자, 종교지도자 양성학과(139학과, 11년 기준), 여자입대자 중 임관전 훈련생

경기부양책과 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団塊) 의 은퇴, 기존 정년보장 정규직들의 임금피크제등이 안착함으로써 현재 일본의 고용시장은 한국의 그것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산정기준과 방식이 완전히 다른 통계자료를 보고서 이를 검증해보지도 않고 한국의 취업률 수치와 1:1 수평비교하는 것, “일본 96.9% VS 한국 56%”라는 자극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며 독자들을 오도하는 것은 언론사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프로의식’마저 없는 뻔뻔한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