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아이돌’ 손석희와 언론노조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의 존재는 조금 특이하다. 매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1, 2위를 다투지만, 그가 과연 ‘진정한 오피니언 리더인가’라는 질문에서는 늘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여론을 ‘선도’하기보다는, 여론에 ‘부응’하는 특유의 존재 방식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여론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여론에 끌려다닌다.

그가 어떻게 ‘스타’ 언론인이 되었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손석희가 승승장구하며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을 당시, 대한민국은 소위 ‘진보와 좌파의 시대’였다. ‘안티조선’ 붐이 일었고, 정권의 지원 속에 검증 안 된 인터넷 매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급속하게 성장한 오마이뉴스가 진보좌파 정권의 가장 사랑받는 언론으로 거듭났다. 그 시대, 정권의 언론관은 곧 오마이뉴스의 그것과 일치했다.

조중동과 같은 주류 언론이 이끌어가던 아젠다를 부수고, 사회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려던 세력은 주류 언론과 전면전을 벌였다. 언론의 권위를 해체시키는 과정에서 오마이뉴스 류의 변종언론들이 등장했고, 그렇게 파편화된 언론은 스스로 신뢰도를 상실해갔다.

이렇게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이들 중 한 명이 바로 손석희다. 진보좌파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는 1998~2007년 무렵 MBC에서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TV로는 ‘100분 토론’ 등으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100분 토론’은 노무현 정권의 출범과 함께 시작해 노무현 정권과 함께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석희는 2002년 101회를 시작으로 2009년 11월 19일 마지막 방송까지 ‘100분 토론’을 통해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의원 시절부터 ‘100분 토론’에 자주 출연했고, 이는 ‘100분 토론’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그 정점에서 손석희는 2005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선정됐고, 이후에도 줄곧 소위 진보좌파 진영을 넘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손석희 JTBC 방송화면

손석희가 이끄는 JTBC는 ‘메르스 선동 보도’ 사례처럼 좌파 진영 논리에 맞춰 끊임없는 의혹 제기와 과장 보도를 양산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JTBC 방송화면 캡쳐)

손석희, 자극적 선동적 보도가 인기의 비결

그러나 언론의 권위가 해체되던 시기 진보좌파 정권이 만든 스타 언론인은 대중영합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사실보도를 추구하기보다 대중이 원하는 뉴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역할에 치중했고, 그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당연히 자극적이고 선동적으로 흘렀다.

손석희는 여론을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가 아닌, 여론을 충실히 따라가는, 특히 진영 여론을 충실히 반영하는 전략으로 대중적 영향력을 얻게 된 경우다. 이런 그의 인기 전략은 2013년 종편 JTBC 보도 담당 사장으로 옮기면서 JTBC 뉴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가 JTBC로 옮기면서 강조한 말이 “진실과 시민사회, 약자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건과 이슈의 중심이 아닌, 특정한 편에 서겠다는 선언이었고, 이것은 언론 고유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손석희의 이런 대중 영합적이고 정치적인 태도는 JTBC 보도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런 보도가 다른 동종(同種) 언론매체들과 동시에 정치·사회·문화 영역 전반에 영향을 끼치면서 한국 언론의 사실보도 기능은 점점 더 망가지고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JTBC의 뉴스보도는 반(反)보수, 반(反)여당 프레임을 지독하게 고집했다. 야권과 진보좌파 진영, 그들이 생각하는 진실만을 말했다. 그들만의 시민사회, 그들이 정의한 ‘약자’의 목소리가 유일한 사실이고 진실이며 정의인 것처럼 둔갑됐다. 한편 대한민국은 어느덧 하나의 사건에 두 개의 사실이 존재하는 비정상적 국가가 되었다.

JTBC의 메르스 사태 보도나,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 제기 보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손석희의 뉴스룸을 비롯해 JTBC는 사실이 무엇인지에는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끊임없는 의혹 제기와 과장, 부풀리기 식의 추측보도로 시청자들 머리에 의혹을 주입시키는 수준의 행태를 고수했다. 과학적 보도가 중요한 감염병 보도준칙 따위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식의 보도였다.

언론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감염병 보도준칙을 만들고 “감염병 보도는 현재 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감염병 보도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사실이 전달되지 않도록 과도한 보도 경쟁을 자제한다” 등 기준을 세워놓고 있었다.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를 삼가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아끌어 시청률 올리기에만 혈안이었던 JTBC에게 이런 보도준칙은 소용이 없었다.

 

공포심 조장, 정부 비판, 의혹, 원망…

한 우파언론이 JTBC의 메르스 보도 행태를 관찰한 결과를 보면 기가 찬다. 지난 5월 20일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 보도 이후 JTBC는 ‘[뉴스키워드] 한국까지 온 신종 전염병 메르스, 위험성은?’이라는 꼭지부터 시작해 메르스 사태 초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교민과 전화 인터뷰, 카타르 거주자 전화 인터뷰 등을 하면서 진행자가 “불안합니다” “우려됩니다” 등의 코멘트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불안감을 조장했다.

메르스라는 감염병이 어떤 질병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우선돼야 하는 데도, ‘만일 ~라면’ 식의 가정법까지 동원해 메르스 공포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감염병이 막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언론이 먼저 정신줄을 놓고 이런 병적 수준의 보도 행태에 매달리고, 시민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는다. 여기에 더해 정부 비판, 원망이란 소스도 살짝 얹는다. 그야말로 강력한 선동 마취제로 작용하게 된다. 이게 JTBC가 시청률을 올리는 방법이고 반(反)정부 여론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한 보도는 또 어떠했나. 이탈리아 해킹 팀 거래국 정보가 유출되면서 JTBC 뉴스룸이 7월 10일 첫 보도한 리포트 제목이 <‘감청 프로그램 구매 의혹’ 국정원 “확인해줄 수 없다”>였다.

리포트는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불특정 다수에 대한 감시용으로 활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라면서 국정원이 마치 목적이나 의도 없이 ‘대(對)국민 무차별 해킹’이란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보도했다.

이때까지 밝혀진 사실이라고는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구매했다는 단 한 가지 사실뿐이었다. 이런 보도를 과연 정상적인 언론사의 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 정보기관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활용했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런데 JTBC는 일단 의혹부터 내지르고 본다. 그 의혹이란 것도 단 1%의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그냥’이다. 뉴스 보도가 애들 장난인가? 아니면 말고 식인가?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단 하나의 사실을 ‘무차별 국민해킹 의혹’으로 비약해서 보도하는 이 사례만 보더라도 JTBC가 정상적인 방송사, 언론사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진실과 시민사회, 약자 편에 서겠다”고 일찌감치 ‘사실보도’ 포기를 선언했던 손석희의 뉴스는 이렇게 언론의 기능을 잃고 선동, 거짓의 확성기로 타락해가고 있는 것이다.

JTBC의 이런 보도 경향은 보도 담당 사장 손석희의 색깔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JTBC는 대중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언론이 아니라, 흥분한 대중에게 더 자극적인 먹잇감을 던지는 선동 매체가 되었다.

이렇게 언론을 타락시키는 손석희가 신뢰 받는 언론인,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의 아이콘처럼 상징화된 것은 이미 이 나라 언론이 갈 데까지 갔음을 의미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월터 리프먼은 “우리는 우선 보고 그 다음에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정의부터 하고 그 다음에 본다”고 했다. 편견에 좌우되는 대중의 입맛을 좇는 언론의 타락은 언론과 여론에 대한 불신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손석희와 JTBC 뿐만 아니라, 무수한 군소 언론매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기도 하다. 모두가 대중의 입맛을 좇고 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기존의 신문, 그리고 갖가지 인터넷 매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면서 언론 환경은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다. 뉴스의 질이나 보도의 가치가 더 이상 언론의 생존방식이나 주요가치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언론노조

좌파 언론, 인터넷 매체의 선동 보도는 결국 정치 조직화된 언론노조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에서 비롯된다. ⓒ 미래한국

 

약자를 위해서라면 ‘사실(fact)’은 중요하지 않다?

기행적으로 많은 언론매체들이 생겨났다. 이제 언론의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다보니,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극적 소재와 사건들이 뉴스로 소비되고, 충족되지 못한 여론의 욕망과 분노는 계속해서 희생양을 요구하게 된다. 이제 언론은 자극적인 이야기에 굶주린 대중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역할 수준으로 전락해버렸다. 국가는 먹잇감으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여기에 더해, 언론의 심각한 정파성도 언론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 언론의 정파성과 이념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그 수준은 국가 분열, 국민 분열로 가는 심각한 상황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사건을 각각 ‘국정원 음해사건’으로 보는 것과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사건’이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객관적 사실(fact)을 왜곡하거나 과장, 의혹을 덧붙여 자신들만의 또 다른 사실을 만들어내는 좌파 언론의 프레이밍은 대한민국을 두 쪽으로 가르고 있다. 어떤 사실이 밝혀져도 다시 음모의 덫을 씌워 팩트를 흐리는 행태를 되풀이 하는 방식이다. 앞서 살폈던 손석희의 JTBC 뉴스의 특징이고 손석희의 선언적 주장 “진실과 시민사회, 약자 편에 서겠다”와도 일맥상통한다. 자기 진영 시민들이 수긍하는 진실, 그들이 생각하는 약자를 위해서 ‘사실’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좌파 언론의 태도는 그들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지상파 방송사의 언론인 집단은 기득권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어 사실상 그들의 컨트롤을 받는다. 종이신문도 마찬가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내 노조 역시 전국언론노동조합에 가입돼 있고, 좌파 성향의 군소 언론매체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대주주다. 다시 말해 좌파 언론의 프레임은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단순한 선동적 구호처럼 보이는 좌파 언론의 프레임을 이해하려면 언론노조의 정체성 파악이 필수다. 그래야 KBS에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친일파 마녀 사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한 조작 보도가 나올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파 정권으로 바뀐 후 2012년 MBC 언론인들이 왜 우파 정권이 임명하는 사장을 거부하면서 판을 뒤집어엎으려 했고, 170일간 사상 최장기 파업을 벌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등 좌파 언론 보도의 관습적 행태, 편집 방향, 추구하는 목표, 이 모든 것들이 결국 한 가지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하면 맞다. 언론노조의 강령과 규약 등에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반(反)자본, 노동계급의 단결, 민주언론 수호투쟁과 같은 강령 속 핵심 단어들은 언론노조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는 좌파 언론들이 객관적 사실보다 왜 선동으로 흐르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언론노조는 언론이 아니라 사실상 정치 조직

또 언론노조의 규약 규정에는 정치위원회라는 게 있다. 2조에는 정치위원회의 목적과 사업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정치위원회는 조합의 강령과 규약, 정치 방침에 따라 조합의 정치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 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한다.”

각 호의 사업은 다음과 같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진보정당 활동 관련 교육선전 ▲노동자 정치활동 역량의 조직화 ▲정치방침 수립 및 정책개발 ▲각종 정치 행사 주관 및 참여 조직화 ▲각종 정치사업 관련 회의와 활동 참여 ▲정치위원회 조직화 및 회의 준비 ▲기타 정치 사업 등을 한다고 돼 있다.

이렇게 언론노조는 언론이 아닌 정치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 조직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을 지키는 것보다 투쟁력이고, 투쟁력의 핵심은 바로 선동 기능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언론노조가 좌파 언론의 컨트롤 타워나 마찬가지라는 점이고, 공영방송 내부든 좌파 주류 언론이든 언론노조가 프레임 세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좌파언론의 현실과 문제점을 비판할 때마다 우리가 언론노조를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언론노조의 전신은 1988년 만들어진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노련)이고, 이 단체의 창립 초대위원장이 민주노동당 초대 당 대표를 지냈던 권영길이다.

손석희 JTBC 보도의 문제점이나 좌파 언론에서 흔히 발견되는 강한 선동성과 사실 왜곡은 줄기를 따져 올라가면 언론노조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상업성이 더해져 시청률 경쟁, 클릭 수 경쟁에 내몰려 점점 더 저급화되는 것도 좌파 언론의 한 특징이다.

이 현상은 우파 언론도 마찬가지지만, 이념과 정파성에서 더 강한 선명성을 드러내는 좌파 언론이 상업주의와 만나면 언론 기능이 더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건 손석희의 JTBC 보도가 그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도 문제 뿐 아니라 언론 윤리관도 타락하게 된다. 손 사장이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를 무단 도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나, 경향신문의 성완종 특종을 사실상 가로채 논란이 됐던 사건들은 의미심장하다. 언뜻 개별적인 문제로 보일 모르지만 손석희의 JTBC 보도나 공영방송의 문제나 좌파 신문, 인터넷 매체의 선동 보도는 결국 언론노조의 문제라는 얘기다.

언론노조의 문제가 공론화 돼 해결되지 않으면, 상업주의와 만난 좌파 언론의 선동보도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중에 끌려가고 방관자로 남는 한 대한민국이 두 개의 국가로 쪼개질 날도 멀지 않았다.

 

※본 글은 “[좌파 언론들의 보도] 강력한 선동, 사실 왜곡, 反정부 여론 자극” <미래한국/박한명>을 수정, 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