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불일치

<이미지 출처: 손혜원 홍보위원장 트위터>

새정치민주연합 손혜원 홍보위원장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트위터에서 ‘자신은 심한 워커홀릭이고, 직원들도 자신 때문에 혹사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는 늘 결과로 말한다. 자신의 회사는 일주일에 평균 60시간 일한다. 평생 이렇게 일해왔다. 이렇게 일했기에 경쟁력을 갖췄고, 직원들의 가치를 높여줘왔다.’는 멘션을 남겨 또 다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손 위원장의 발언에 공감한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여가를 즐기는 게 좋은 사람도 있지만, 죽어라 일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회사와 사회는 주로 후자의 사람들이 이끌어간다. 만약 손혜원 위원장이 시민의 신분이었다면, 회사의 대표이자 사회의 원로로서 발언한 것이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녀는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공당의 홍보위원장이다. 새정연(당시 민주통합당)의 2012년 대선 경선 후보였던 손학규 전 고문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 문재인 대표 측에서도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탐냈다는 후문이 돌 정도였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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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새정연은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맞서 ‘근로시간 단축’을 당론으로 밀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아닌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고 있고, ‘장시간 근로 유발 부담금’ 제도 신설을 추진하는 중이다. 환경노동위 소속인 새정연 장하나 의원은 지난달 23일 노동시간단축을 주요 골자로 한 ‘칼퇴근법 패키지’를 발의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야근 금지’와 ‘근로시간 단축’을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요 당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당의 홍보위원장이 야근과 혹사를 옹호하는 멘션을 남겼으니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등 발 빠른 언론사들은 이미 기사를 내보내 손혜원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개인의 노력과 생산성 증대를 아주 중요한 가치로 믿고 있는 우파로서 손혜원 위원장의 발언 자체가 잘못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손혜원 위원장이 대한민국 제 1야당 홍보위원장이라는 당직자 신분에 대한 자각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녀는 얼마 전 새정연의 재신임 파동 때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면 자신도 물러날 것이라고, 문재인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당에 들어왔다는 인터뷰를 했었다. 결기 넘치는 인터뷰였다. 역시 평당원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 동아일보

그러나 손혜원은 문재인 대표의 홍보위원장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의 홍보위원장이다. 마찬가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사당이 아니다. 답답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공당의 홍보위원장으로서 적합한지 의문이다.

홍보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셀프 디스 캠페인과 현수막 정비 등 색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한 손혜원 위원장은 순식간에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말싸움 하는 것 말고는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새정연에서 드디어 진짜 일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지지자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기에 본인의 SNS에서 비롯된 구설수가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정당의 홍보위원장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당론과 배치되는 개인적인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 그리고 당이 아닌 특정 지도부에 대한 과한 충정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또한 손혜원 위원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한 소통에도 무척 집중하는 편으로 보인다. 그런 소통이 민심이나 당심을 읽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SNS를 주로 사용하는 계층은 한정되어 있고, 홍보위원장의 역할은 SNS를 쓰지 않는 대다수의 유권자들에게 당의 긍정적인 측면을 알리는 것일 테니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번 혹사 논란은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꼬리표가 될 것 같다. 홍보위원장부터 당론과 언행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야근과 혹사의 장점을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이 외치는 야근 금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구호에 진정성을 느낄까?

정치는 결국 말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정책과 공약을 말하고, 제도 정립과 법안 발의로 행동을 하는 과정이 정치다. 그런데 말의 영역에서부터 정당과 홍보위원장의 의견이 엇갈리면 바라보는 국민들은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된다.

사실 손혜원 위원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의원 사무실의 보좌관과 비서, 인턴들은 그 어떤 직종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혹사를 당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야근은 고사하고 며칠씩 밤을 새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자기 식구들을 혹사 시키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부터 사무실 직원들의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법 준수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