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타령을 하기 전에

ⓒ 이투데이

 

 

미국에 있는 학교로 교환 학생을 간 적이 있다.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시골 중의 시골에 있는 학교였다.

당시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공부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는데, 가장 큰 부분은 교수가 학생을 가르치는 태도였다. 100%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80%이상은 학생들을 상당히 배려하면서 가르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교수라는 직책에서 오는 권위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한국 수업으로 따지면 전자과 3학년 수업인 통신시스템 수업이었다. 교수님이 orthogonal에 관한 개념을 가르치려고 했던 것 같다. 전공 심화로 분류된 과목이어서 12 명 정도 들었던 작은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모두가 이해했는지 물었다. 그때 한 백인 학생이 거의 썬베드에서 일광욕을 하는 자세로 수업을 들으면서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교수님이 몇 번 더 질문을 하자 학생은 “why don’t we google it?”이라고 정확하게 대답했다. 난 순간 “저 새끼 왜 이렇게 싸가지 없지? 교수님한테 왜 이렇게 건방지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교수님의 대답이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너희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몇 번이고 물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내가 천천히 다시 설명해줄게~”

놀라웠다. 같이 간 한국 교환학생 후배도 놀랐다. 그리고 다시 교수가 설명했고 학생은 조금 더 이해했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지식인에 물어보면 안 되나요?” 상상이나 되는 일인가? 나는 그 때 처음으로 내가 대학교에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만큼 올바른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싱가폴국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들을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지도교수님이 한화로 80억짜리 펀딩에 메인 PI로 프로포절을 열심히 쓰고 계실 때였고, 그 외에도 중요한 일들로 엄청 바쁠 때였다. 때마침 학생들에게 tutorial 클래스가 있는 타이밍이어서 내가 그런 건 연구원에게 시키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러나 교수님은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싱가폴국립대의 교수들은 그렇게 무책임하게 강의를 때우지 않는다고 한다. 또 제도적으로 학생평가가 고과와 연결되어 있고, 고과는 연봉과 연동되기 때문에 수업의 질 유지와 향상에 교수들이 상당히 신경 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습적인 휴강은 본 적도 없다. 학회가 있을 경우 철저하게 학생들과 사전 조율을 한다. 보충 수업도 아주 칼 같이 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도 한 학기 동안 실험 수업의 짧은 강의와 진행을 맡은 적이 있다. 기왕 하는 것 재미있게 해보려고 매일 재미있는 전자전기 관련 에피소드를 말해주려고 했다. 상당히 효과적이었고 학생들의 수업참여도가 다른 실험반보다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요즘에 한국에서 강연을 해도 그렇다. 처음에는 질문을 아무도 안 하다가 능동적인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모두가 득달같이 질문하는 것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 제대로 가르치면 다 제대로 한다.

 

사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되는 중심에는 <대학교>가 있다. 가정의 사교육도 대학교 입시 때문이고, 또 대학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사회로 나와서 눈만 높아지는 것도 다 대학 때문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특히 지방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수업준비를 열심히 하면서 학부생들을 가르치고 있을까? 좋은 교수님들도 사실 매우 많다. 하지만 수준 미달에 인성도 안 되는 가짜 교수가 더 많다. 이런 교수 행세를 하는 사람들을 자꾸 걸러내야 좋은 교수님들이 더 빛이 난다.

 

노벨상 시즌만 되면 똑같은 뉴스가 줄줄이 나온다.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된다, 연구의 자율성을 더 줘야 한다, 등등. 교수들이 똑같은 칼럼을 득달같이 찍어낸다. 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렇게 구조의 문제를 말하기 전에 기본을 먼저 따져야 한다. 우선 학생부터 열심히 가르치고 볼 일이다.

4년제 대학 나왔으면 어떤 업무도 OJT 2달 받으면 바로 투입 될 수 있게 학문적 기초체력과 탐구정신을 가르칠 일이다. 특히 지방대 교수들은 학생들의 소양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2시간 가르칠 것 3시간 가르쳐서 부족한 자신감을 실력으로 채워줘여 한다. 그게 바로 교수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일 하기 싫으면 나오면 된다.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칠 젊은 박사들이 널려있다.

학생들한테 기본을 따지기 전에 제발 교수님들부터 국가 경제 수준에 맞게, 등록금 수준에 맞게 아이들을 가르쳐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 드린다.

학생들이 질문을 안 한다라는 구차한 변명도 하지말자. 그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 교수들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