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더 이상 우리의 꿈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이 통일을 원하는 이유 <이미지 출처: KBS 방송화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 자주 들어온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는 통일은 원하고 있는가? 통일이 되면 한 민족이 다시 한 나라에서 평화롭게 살게될 것이라는 감상적인 상상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남북의 격차

독일은 통일 당시 서독(1인당 소득 1만5천불)과 동독(1인당 소득 1만불)의 경제력 격차가 크지 않았다. 서독이 인구는 동독의 4배, 경제규모는 6배 정도인 상황이었고, 동독은 당시 동구권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전국민이 1가구1차량 트라반트를 굴릴 수 있는 나라였다. 참고로 당시 한국의 1인당 소득은 동독의 반토막인 5천불이었다.

이렇게 격차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독은 동독에 3,000조 원의 이전지출을 쏟아부었고, 그 중 60%가 동독 주민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복지지출이었다. 이렇게 밑빠진 독에 물을 퍼부었어도 오늘날 동독 출신은 여전히 스스로를 2등국민이라 여긴다.

지금 남북한의 경제규모 차이는 100배다. 동독과 서독의 6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구는 2배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당시 세계 최상위권 서독인이 세계 중상위권 동독인을 서독인의 80% 레벨까지 끌어올리는데 4명이 1명의 비용을 분담했는데 비해, 현재 세계 상위권 한국인이 세계 최하위 극빈층 북조선인을 끌어올리는데는 2명이 1명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한국은 그럴 여유가 없다

들어갈 돈은 수십 배지만 분담할 사람은 절반이다. 이런 상시 전면전 상황에 준하는 재정 부담을 한국이 과연 감내할 수 있으리라 보시는가? 이 재원을 세금으로 조달한다면 현재 한국인들의, 국채로 조달한다면 미래 한국인들의 해결 불가능한 부담으로 귀착되고, 결국 국가부채 폭증으로 남유럽 PIGS를 가볍게 넘어서는 부실재정과 남북 공동몰락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노력과 행운, 우연이 겹쳐져 얻은 한반도 2천년 역사상 최고의 경제적 번영을 허무하게 무너뜨려야 할만큼 통일이라는게 중요한 일인가?

당장 보육이니 급식이니 다 공짜를 원하며 복지는 더 달라고 하면서 세금은 더 내기 싫어 부자증세만을 앵무새처럼 외치는 자들이 통일로 인한 전국민의 보편증세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꿈깨시라. 현재 한국의 복지수요만으로도 50%를 넘는 면세계층 서민들에 대한 전면적 보편증세 및 간접세의 대대적 인상이 필요하다. 만만한 게 법인인지 자꾸 법인세 타령만 하지 마시라. 현재 한국에서 서민들은 무임승차자이고, 그나마 외국 수준으로 세금 내면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주체가 법인이다.

세계적으로 인구는 적고 자원은 넘쳐나는 북유럽 2개국에서만 시행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애들 밥먹이자는데!” 라는 감성문구를 내세워 재정건전성이나 재원조달방안은 다 팽개치고 무작정 도입하라는 방만복지를 원하는 한국인들이 과연, “동포들 먹여살리자는데!” 라는 문구에는 귀를 닫으리라 보시는가?

통일은 곧 한국에서 좌파정당의 권력독점으로 나타날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북조선 2,500만명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아르헨티나 페로니즘 따윈 비교도 안 되는 포퓰리즘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 한국의 자칭 서민들만 해도 흙수저니 빈부격차니 하며 남(부자,기업)의 돈으로 자기 삶을 끌어올려 주기를 원하는데 기계적 평등개념이 충만한 북조선인들의 요구는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할 수가 없다.

같은 나라가 되는 순간 잠시의 차별은 받아들이더라도 몇년 안 가서 지금의 한국인들과 같은 레벨의 삶을 요구할 것이다. 자신들의 기여는 생각하지 않고 대우만 같게.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동독은 지금 북조선과는 레벨이 달랐다. 심지어 여성인권은 서독보다 더 높았을 정도. 세계 유일한 제정일치 신정국가 북조선 출신들이 과연 한국이라는 현대문명사회에 쉽게 적응하고, 자유만큼이나 책임도 중요하다는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보시는가? 경쟁은? 노동윤리는? 거래개념은? 사회 갈등과 범죄율 급등, 낮은 생산성에도 같은 한국인이라며 고임금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다른 선택지는?

그렇다면 최선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냥 북조선이 알아서 중국, 베트남처럼 자체적으로 체제를 개혁하고 불량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변모하면 된다. 거기 들어가는 비용을 왜 한국인이 부담해야 하는가? 그 비용은 북조선이 알아서 개혁 개방하고, 시장경제로 변모하면서 자체 부담하면 된다. 그냥 다른 나라로 영구히 각자 제갈길을 가면 된다는 말씀이다. 한국은 북조선을 중국, 베트남처럼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국외 생산기지 겸 한국산 상품의 수출 판매처로 활용하면 될 일이다.

독일 제2제국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식민지 확대에 부정적이었다. 식민지 인프라 투자에 드는 돈에 비해 경제적 효익이 별볼일 없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영국, 프랑스 등 식민지를 적극 경영하던 나라들의 동기요인은 경제적인 것보다는 다분히 당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화두인 ‘국가 위신’에 기인한 바 컸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비스마르크를 실각시킨 빌헬름 2세의 삽질 결과를 오늘날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결국 영국, 프랑스는 돈만 들고 허세에 불과한, 별 쓸모도 없는 식민지를 횡단정책이니 종단정책이니 하면서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그 결과 종합국력에서 독일에 처참하게 발리고 2차 산업혁명에선 미국, 독일이라는 후발주자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기에 이르렀다. 일본제국만 해도 한반도에 쏟아부은 투자비용에 비해 회수는 한없이 미약한 적자 식민지 경영을 했다.

요약하자면 발달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인 두 나라 사이에서, 북조선을 억지로 병합해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불안정을 선진국인 한국이 감내할 이유가 없다. 북조선에 자원이 있어봐야 경제성 없고 별볼일 없는 수준이고, 한국인들에게 이득을 주지도 않는다. 비용은 천문학적인데 편익은 쥐꼬리라는 말씀이다.

 

민족은 상상의 개념이지만 군사외교적 문제는 현실이다

민족이라는 형체도 없는 개념에 경도되어 유전자가 비슷하다고, 한때 역사상 같은 나라였다고 계속 같은 나라여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모두 한때 같은 나라였고, 대독일주의에 의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따로 잘 산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독립과정에서 입장차로 다른 나라로 갈라섰다. 그래도 따로 잘 산다. 한국과 북조선도 따로 잘 살면 된다. 사실 북조선이라는 외국이 잘살든지 말든지는 한국이 신경쓸 바도 아니다. 군사적 위협만이 현 상황의 문제일 뿐.

이산가족문제? 적대적이지 않은 인접국가간 국민의 여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외국에 가족이 산다고 해서 그 나라와 합방해야 하나? 모든 문제의 단초는 북조선의 폐쇄성과 비정상성에 있을 뿐이다.

이 기회에 ‘북한’이란 근거없는 용어도 좀 폐지하고, 그냥 ‘조선’ 또는 ‘북조선’ 이라고 부르며 국제사회에서 명칭도 DPRK니 NK니 할 게 아니라 CHOSUN 으로 해서 공연히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엄한 일로 손상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과 ‘북조선’이지, ‘남한’과 ‘북한’이 아니다. 결국 현재 세계적인 불량국가이며 국제사회의 모든 규범과 현대 문명을 거부하는 북조선이 중국, 베트남 수준의 정상 교역국가로만 탈바꿈해 준다면 양국 평화공존과 각자 번영은 충분히 가능한 스토리다.

중국이라는 G2 군사대국과 국경을 접하는 것은 종이호랑이 북조선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적 부담이다. 그 사이에 완충국가로서 북조선이라는 버퍼를 두는게 방위적 측면에서도 한국에 확실한 이득이다.

다행히 얼마전 <내일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북조선에 대해서 기성세대는 민족주의적 접근을 하는 반면, 20대는 자유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러니까 미국과 북조선이 운동경기를 할 경우 40대는 북조선을, 20대는 미국을 응원하는 응답이 더 많았다는 내용이다.

무리하게 통일을 시도하려거든, 이 모든 사실을 국민들이 알아야 하고, 각자 지갑에서 매달 월급의 절반을 떼어줘야 할지도 모를 통일이라는 게 과연 필요한 물건인지부터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