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논란에 관하여

사이버망명

최근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세간의 관심이 높다. 인터넷과 연계되지 않은 서비스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개인의 삶 깊숙이 스며든 인터넷은 사람들의 생활 그 자체를 고스란히 기록해두고 있다. 그렇기에 인터넷을 통한 개인 정보 유출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실시간으로 이를 감시한다고 하고, 또 마침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하니, 도무지 공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의 시대가 시작된 것일까? 대중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이 공포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사태까지 불러오며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두려워하는 공포는 실존하는 것일까?

 

​사이버 검열 논란의 배경

사실 사이버 검열 논란과 카카오톡 검열 논란은 서로 다른 이슈로서, 별개로 다루어져야 할 논의이다. 검열 논란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이 이슈가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된 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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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16일 박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단호한 어조로 인터넷 문화를 지적하고있다.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인상적인 발언을 한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 사이버 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 대통령 모독과 관련하여 박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사를 밝힌 이 발언은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주목을 끈다. 이틀 뒤, 대 검찰청은 유관기관 회의를 가지고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 전담팀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회의 중에 박 대통령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인터넷 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 훼손 행위에 대해 적극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관련 소식들이 전해지자 “인터넷 검열”이라는 키워드는 빠른 속도로 세간의 주목을 끌게 된다.

 

사이버 전담팀의 수사 범위

“인터넷 검열”이라는 자극적인 보도는 루머를 만들어내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나, 페이스북과 같은 개인 SNS 계정이 모두 실시간 모니터링 될 것이라는 루머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밝힌 사이버 전담팀의 수사 범위에 따르면 이는 사실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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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기관의 인물, 연예인, 기업 등에 관한 허위 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그리고 특정 개인에 대한 악의적 신상 유출 등을 수사 대상으로서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의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팀’은 “공개적 인터넷 공간” 만을 직접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따라서 검찰이 발표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수사 대상 공간’에서 메신저와 개인 SNS는 사적 공간으로 간주되어 제외되었다. 다만 특정인이 고소, 고발할 경우에는 수사할 방침이며, 이는 법원에서 발급한 영장 절차에 따라 집행된다. 따라서, “카카오톡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될 것”이라는 소문은 근거 없는 것이며, 범죄에 연루되지 않는 한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정부 기관을 통해 감시될 우려는 없다.

반면 악의적 허위 사실 적시 및 신상 유출 등으로 악명 높은 일간베스트나 오늘의유머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경우 상시 모니터링 여부가 미정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을 “사적 공간”과 “공개적 공간”으로 분류하여 수사 대상 공간을 설정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커뮤니티 사이트는 공개적 공간으로 분류되어 모니터링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 검찰이 상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발표한 사이버 공간은 현재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 한정 되어있으며 수사 대상에 선별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카카오톡 “검열”은 왜 뜬금없이 이슈가 되었나?

전담팀 설치와 카카오톡을 엮어 ‘사이버 검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정진우 부대표에게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 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을 압수수색 했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즉 이는 소위 “사이버 검열 시대”를 열었다고 하는 박 대통령의 ‘모독 발언’ 훨씬 이전의 일로서 전담팀의 수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검경의 기존 수사 방식이었다.​

정진우노동당부대표

▲ ​10월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단체가 압수수색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전담팀 설치 이후 감시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자, 정 부대표를 필두로 한 인권단체들은 감시에 대한 공포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이 시기에 (10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들끓었다.​

검경은 증거 및 정황상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큰 용의자에 대해 법원에 수색 영장 발부를 요청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검경은 법적으로 정당화된 카카오톡 수색을 한다. 실로 카카오톡 수색은 각종 범죄를 추적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검경은 지난 7월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청부 살해 혐의를 그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통해 입증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경기도 의정부 오피스텔에서 폭행에 의해 숨진 여고생 살인 사건도, 범인이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검거할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책임 소재 수사의 경우에는 선원들과 피해자들이 사고 당시 주고 받았던 카카오톡 메시지가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검찰은 카카오톡 수색이 제한될 경우, 중요 범죄 수사에 있어 증거 확보 등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호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감청영장을 총 161건 발부 받았다. 이는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살인, 성폭행 등 일부 중 범죄에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카카오톡 수색은 범죄에 한정되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기존 수사 방식인 셈이다. 그러나 기막힌 타이밍에 이루어진 야당 의원의 기자회견은 실체 없는 공포를 확산시켰다. 야당 의원들이 ‘텔레그램’을 언급하며 사이버 망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정부가 본인의 카카오톡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대중들이 이를 뒤따랐다.​

 

​첫번째 논의; 인터넷 모니터링 기관 설치는 옳은 것인가?

정부 기관이 개인의 사생활을 모니터링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당신에 대한 모독이 도가 지나치다며 운을 뗀 발언이 불러온 여파가 지나치게 큰 감이 있다. 물론 인터넷에서 근거 없이 퍼지는 허위 사실, 심각한 수준의 명예 훼손, 신상털기 등을 통한 사이버 폭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다. 저열한 인터넷 문화가 여론을 오염시키고 바람직한 정치의 장을 구축하는 것을 방해하며 민주주의를 중우정치의 형태로 타락시키는 요소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개인의 의사표현이라는 자유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칙의 어쩔 수 없는 부산물이기도 하다.

극단론자, 편향론자, 음모론자 등과 같은 집단의 발언이 공동체에 해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불가피한 민주주의의 부산물들을 처리하고자 이 원칙을 깰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를 위협한 것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부산물들’이 아니었다. 역사가 끊임없이 증명하듯,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시민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제한하려 하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었다. 그리고 이 간섭은 언제나 “시민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시작되었다.​

대통령이 말한, “사이버 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 등과 같은 인터넷 문화의 문제는 바로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 상의 부적절한 발언, 행위는 합리적인 시민들이 형성한 이성적인 여론에 의해 물러나야 하며 그렇게 됐을 때만이 진정 민주주의적 토론의 장이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문화의 성숙을 기대할 수 있고, 시민 덕성을 고취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시민들의 철저한 자유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처벌에 의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판사이자 자유주의자로 유명한 러니드 핸드(Learned Hand)는 “자유는 우리 마음 안에 있고, 그 안에서 자유가 죽어버린다면 어떠한 법으로도 이를 되살릴 수 없다”고 했다. 인터넷 문화를 고쳐나가기 위해 공권력을 통해 이를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겉으로는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을지언정, 국민들의 자유를 속에서부터 죽이는 행위이며 또 민주주의의 발전 가능성을 죽이는 행위이다.​

 

​두번째 논의;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의 발언

영장응하지않겠다 기자회견

▲​ 10월13일 오후 6시, 많은 수의 기자들이 프레스홀을 가득 메웠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거세지자, 10월 13일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는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초강수를 던졌다. 10월 7일부터 감청 영장에 대한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긴급 기자회견은 13일 오후 6시에 열렸으며, 다음카카오톡은 예정 시각까지 불과 1시간 30여분 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메시지로 기자회견 일정을 알렸다. 정황을 볼 때, 실정법을 위반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 폭탄 발언의 배후에는 현 시국을 역전시키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짐작된다. 갑작스러운 기자 회견 일정 발표와 굳이 대부분의 일간지 1차 마감이 끝났을 시간인 오후 6시에 회견을 잡은 이유는, 이석우 대표의 폭탄 발언이 매체를 통해 그 의도가 해석되지 않은 채 최대한 직접적으로 보도되길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법을 어기더라도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라는 직접적인 메시지의 효과는 컸다. 기자회견 다음 날은 코스닥 시장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 다른 신주 4300만여주가 추가상장 되는 날이었으며, 사이버 검열 논란 이후 하락세를 맞고 있던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다음날 무려 8.3%나 오르게 되었다.

이후 본인 발언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하기는 했으나, 분명 이석우 대표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공개적으로 실정법을 위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쟁점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현행 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의사인데, 같은 논리대로라면 검경에 의해 실시되는 대부분의 수사 형태를 부정하는 꼴이다. 영장을 통해 집행되는 수사, 수색은 범죄의 가능성이 있는 대상에 한해 이루어진다. 개인 정보 및 사생활을 ‘법으로 정당화된’ 과정을 통해 침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석우 대표의 발언은 개인 정보 보호를 근거로 이런 검경의 권한을 거부한 것이다. 검경의 가택 수사, 압수 수색, 계좌 추적, 통화 내역 추적, 프로파일링, 전과 기록 확인 등 대부분의 수사 행위를 부정한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 법조계 출신인 이석우 대표는 영리했다. 표면적으로는 ‘법을 어기더라도 고객의 편에 서겠다’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위법 행위를 피하기 위해 검경 수색 방식의 빈틈을 파고든 것이다. 지금까지 검경은 감청 영장을 통해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수색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감청’은 미래 시제의 행위로서 상대방의 대화를 ‘엿듣는’ 행위를 일컫는다. 카카오톡 측은 실시간으로 대화를 감청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그간 검경이 제시한 감청 영장에 응하는 방식으로서 감청 대상자의 대화 기록을 모아 이를 검경에 넘겨왔다. 그러나 이제부터 이런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검경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석우 대표의 해명이었다.​

물론 그의 폭탄 발언은 계산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많은 대중들에게는 이석우 대표의 발언은 마치 ‘검경의 부당한 카카오톡 검열에 맞서겠다’라는 의지의 표명으로 비춰졌다.​

과연 이석우 대표의 발언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그의 해명에 따르면 그의 발언이 법적인 문제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체 없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진실 해명을 통해 대중의 오해를 풀기보다는, 오히려 자극적인 발언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등에 업고 대중의 오해를 역으로 이용하는 행동은 문제가 있다. 그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익극대화의 과정에서 진실보다는 오해를 택했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에 대한 분노, 검열에 대한 공포 등 오해로부터 비롯된 대중의 부정적 감정에 편승하여 마치 편가르기 놀이처럼 ‘고객의 편에 서서 정부의 부당함에 맞서겠다’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성숙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선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자 중우정치 행위이다.​

 

​결론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오해와 음모론은 국민 여론을 특정 정치 세력에게 유리하게끔 오도한다. 이렇게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면 민주주의는 너무나 쉽게 타락한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이석우 대표의 폭탄 발언은 군중 여론이 얼마나 위대하며, 또 위험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검열에 대한 실체 없는 공포가 불러낸 정부에 대한 분노는 거대한 군중 여론을 만들어냈고, 이는 민간인이 공개적으로 ‘현행법을 무시하겠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군중의 여론이, 특히나 그 여론이 오해 혹은 음모론으로부터 비롯됐을 때, 법과 질서를 흔든다면 이는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보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성숙한 민주적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여론을 조성하고, 또 이를 존중하며 법치주의를 실천해가는 국가관을 지향해야 한다. 오도된 여론이 법과 질서를 무너뜨린다면, 대한민국은 독재자의 변덕에 따라 마음대로 사람을 투옥하고, 고문하고, 사형하는 전체주의 국가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독재자는, ‘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