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국 가족이 친일파라고?

SNS에 떠도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글들과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고 있으면 아무 말이나 그대로 믿는 사람들의 순진함에 놀랄 때가 많다. ‘선동’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유행이 될 만큼 거짓 선동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비판적인 사고 없이 이를 무작정 수용하는 군중들이 많다는 말이다.

하긴, 선동하는 글들을 읽어보면 대중의 열렬한 반응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근거 없는 음모론에 정체 불명의 거짓 자료들을 첨부해서 본인이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양 독자를 오도하는 작성자의 능력은 천부적인 사기꾼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허위 학술자료와 사진자료를 첨부하여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글들은 오랜 시간 조사를 해보지 않으면 그 진위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최근 이와 같은 형태로 SNS에 심상치 않게 등장하여 대중에게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글이 있다. 바로 배우 송일국의 일가가 친일파라고 주장하는 글이다. “송일국네 미디어 노출이 위험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이 게시글은 이미지메이킹으로 유명한 송일국 집안이 귀여운 세 쌍둥이를 통해서 친일파였던 송일국 외가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있다고 말한다. 작성자는 “조금만 공부하고 찾아보면 알 수 있듯 김두한(송일국 외 할아버지)은 친일파 중에서도 악질 중 악질이었다”며 글을 시작한다.

송일국 삼둥이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송일국과 그의 세쌍둥이 아들 ‘삼둥이’.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결국은 새누리당에 대한 비방?

​작성자의 글에 따르면 김두한은 일제 강제징용시 조선 사람을 팔아넘긴 일제의 앞잡이였으며, 일제에 달라붙어 특권을 누린 인물로 친일파 연구소에서도 가장 혐오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의 아들임은 거짓이며, 김두한의 딸인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이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친일깡패였던 본인의 아버지를 독립투사의 아들이자 애국자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성자의 글이 김두한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김두한의 딸 김을동 의원이 “대표적인 친일 뿌리 정당 새누리당”의 최고의원으로서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작성자는 새누리당과 김을동 의원의 이미지메이킹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김 의원의 아들인 인기 배우 송일국과 송일국의 자식들이라며 개탄하는데, 그 결론이 퍽 이채롭다.

“심지어 (김두한이) 친일파가 아니라 할지라도 현재 새누리당 최고의원인 김을동네 집안이 이렇게 거대한 미디어를 통해 호감을 얻을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과는 점점 멀어지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한다고 생각하시는 경각심이 생기셨으면 합니다.”​​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이 너무 많아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친일파가 아니라 할지라도”라는 부분에서 이 글의 진짜 목적이 드러난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다분히 느껴지는 그 어조에서 이 글이 결국 새누리당과 김을동 의원을 비방하기 위해 작성된 글임을 알 수 있다.​

김을동 송일국

▲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과 아들 송일국. <이미지 출처: 더타임즈>

 

김두한은 친일파도, 항일영웅도 아니었다

​애초에 새누리당을 비방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점부터가 이 글의 문제점이지만, 그 수단으로 사실관계를 오도하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점에서 이 글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작성자가 김두한의 진실이라며 주장한 부분들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작성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부정한다.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좌진 장군의 부인 등 유족들이 김두한을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라 인정했으며, 안동 김씨 일가 역시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의 핏줄이라 말했다.

더군다나 항일의 선봉에 있었던 백범 김구 선생 또한 김두한을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라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김두한이 1947년 대한민청 사건으로 미군정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 김구는 김두한의 “범행이 애국적 동기에서 나왔다고 간주할 수 있으며, 또 그가 위대한 애국자 김좌진 장군의 영사(令嗣)라는 점” (백법어록 1948. 3. 21.)을 고려하여 그의 구명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임에도, 아무 근거 없이 이를 부정하는 것은 억지다. 또한 김두한이 친일파였다는 주장도 근거가 불충분하다. 작성자는 김두한이 친일파였다며 김두한 조직에 있던 부하들과 기생들이 징용에 끌려가지 않은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관계를 조금만 살펴보면 이는 징용을 피하기 위해 김두한 및 그의 조직원들이 조선총독부와 협상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협상책으로써 ‘반도의용정신대’를 조직하여 일제에게 정신교육을 받는 대신에 전쟁터로 나서지 않기 위함이었다. 한편 김두한은 일본 헌병대 무기고를 습격하기도 했고, 학도의용군 참모장을 맡아 일본에 대항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 김두한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그가 친일파가 아니었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1946년 4월 김두한 패는 우익청년단체인 대한민주청년동맹에 가담한다. 이 단체의 명예회장은 이승만과 김구였고 총무부장은 유관순 열사의 오빠인 유우석이었다. 김두한은 이 조직에서 감찰부장이 되어 행동대 역할을 수행하며 좌익 공산주의자들과 친일 세력에 대항했다.

이후 김두한은 한국독립당에 입당한다. 김구, 신익희, 이시영 등의 민족주의자들이 창당한 한국독립당은 1930년 상해 임시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65년 한국독립당은 김두한을 보궐선거에 당선시켜 원내에 진출하고, 박정희 정권에 맞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일국교 정상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반일 감정으로 똘똘 뭉친 한독당은 김두한을 필두로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1966년 김두한은 박정희 정권에 의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됐다. 이렇듯 해방 이후 김두한의 정치행보는 항일독립투사들과 함께했다. 김두한이 친일파였다는 주장은 김두한의 정치행보와 독립투사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김두한 오물 투척

​▲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 당시 국회에서 “이병철이 밀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범죄를 저지를 만한 환경을 조성해 줬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를 파괴하고 재벌과 유착하는 부정한 역사를 되풀이하는 현 정권을 응징하고자 한다. 국민의 재산을 도둑질하고 이를 합리화시키는 당신들은 총리나 내각이 아니고 범죄 피고인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선 너희들이 밀수한 사카린 맛을 봐라!”​며 국회에 ‘똥물’을 투척한 김두한 의원.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파란만장했던 김두한 정치인생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만일 누군가가 김두한을 항일영웅으로 치켜세워서, 작성자가 ‘김두한은 항일영웅이 아니었다’라 주장했다면 이는 타당한 것일 수 있다. 김두한은 항일영웅의 아들이지 그 자신이 항일영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제 시절 김두한은 종로의 주먹패였을 뿐, 독립운동가는 아니었다.

물론 김두한이 일본인들과 많이 싸우기는 했었으나,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싸운 것이었지 독립운동의 목적으로 벌인 일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해방 이후 그는 독립운동가들과 함께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그 사실이 그를 독립운동가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 게시물 작성자는 김두한이 친일파였다고 주장한다. 김두한이 친일파였다는 구체적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애꿎은 가족을 제물로 삼는 비겁한 선동​​

배우 송일국 가족이 친일파라는 이 근거 없는 선동은 새누리당을 비방하기 위해 애꿎은 송일국과 그 자식들을 제물로 삼는 비겁한 행동이다. 배우 송일국은 그간 사회활동과 작품활동을 통해 그의 투철한 애국심을 증명해왔다.

송일국 트위터

​▲ 2012년 광복절 당시 독도까지 220km에 달하는 거리를 릴레이 수영하는 행사에 참석한 송일국은 일본 외무차관으로부터 앞으로 일본 방문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바 있다. 관련하여 트위터에 본인 심경을 밝힌 송일국. <이미지 출처: 송일국 트위터>

 

문제 게시물의 작성자는 송일국 집안이 “이미지메이킹으로 살고 죽는 집안”이라며 자식의 이름을 대한, 민국, 만세로 지은 것이 소름이 돋는다고 말한다. 이 귀여운 ‘삼둥이’들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이 우리들로 하여금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멀어지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게시물을 작성한 이가 생각하는 ‘상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새누리당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집안이나 인물이 있다면 근거가 있건 없건 무작정 비방하고 보는 것이 상식일까? 세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친일파 가족의 기만이라 치부하는 것이 상식일까?

새누리당을 공격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의 아들을 부정하고, 한 집안에 친일파라는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는 사람이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헛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러한 거짓 선동 게시물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정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 가슴 한 편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