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언더독에게 바치는 글

보이저 호

ⓒ NASA

보이저(Voyager) 1호와, 보이저 2호라는 우주탐사선이 있다. NASA가 태양계 탐사를 위해 추진한 보이저 계획에 따라 1977년 우주로 쏘아올려졌다. 재미있는 점은 보이저 2호가 1호보다 먼저 발사되었다는 점이다. 2호는 8월 20일에, 1호는 9월 5일에 발사되었다. 먼저 발사된 탐사선이 아니라 나중에 발사된 탐사선에 1호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가 있다. 보이저 1호가 더 빠르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보이저 1호는 좋은 궤도를 타고 빠르게 날아가 보름이나 먼저 발사된 2호를 금세 따라잡았다. 이후 79년 3월 최초로 목성을 통과한다. 보이저 2호보다 4개월이나 빠른 기록이었다.

보이저 1호는 별 무리 없이 남은 임무를 마치고 현재는 태양계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학자들은 이 위대한 탐사선에 찬사를 보낸다. 세계에 대한 인간들의 이해를 넓혀왔고 상식을 뒤바꿔왔기 때문이다. NASA는 인류역사상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멀리 날고 있는 보이저 1호에게 ‘성간 비행’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겼다. 태양계를 넘어 아직 그 누구도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개척자의 임무를 맡긴 것이다. 보이저 1호는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가능성을 두고 각 나라의 인사말과 지구의 사진, 소리 등을 담은 ‘골든 레코드’를 품고있다. 인류는 우리들의 메세지가 보이저 1호를 통해 외계 그 어딘가로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

보이저 호에 실리는 ‘골든 레코드’. ⓒ NASA

나는 이 이야기가 참 싫었다. 더 좋은 조건과 지름길을 통해 보이저 1호는 2호보다 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록을 깼고, 역사를 만들었고, 지금은 인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한편 보이저 2호는 보이저 1호의 후광에 가려 언더독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보이저 호’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그것은 1호에 관한 이야기이지 2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 멀리 우주 어딘가에 있는 보이저 2호는 그렇게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런데 보이저 2호를 측은히 여긴 건 순전히 내 주제넘은 오만이었다.

보이저 2호는 비록 1호보다 느렸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보이저 1호가 목성과 토성을 거쳐 태양계 가장자리인 헬리오스히스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1호보다 9개월 늦게 토성에 도착한 2호는 끈질기게 다음 태양계 행성을 향해 날아갔다. 5년 후 2호는 1호가 지나친 천왕성에 도달했고, 다시 3년 후 해왕성에 도달했다. 현재 인류가 가지고 있는 천왕성과 해왕성에 대한 지식은 보이저 2호에 의해 얻게된 것이다. 보이저 2호는 5개로 알려져왔던 천왕성의 위성이 사실은 10개임을 알렸고, 해왕성의 북극 4,850km 상공에까지 접근해 6개의 위성을 새로 발견했다. 각종 기상현상을 관측한 것은 물론이고, 해왕성의 위성의 정체를 알림으로써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보이저 2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호를 관측하거나, 통신장애를 겪기도 하고, 기체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게 각종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 나아가고 있다. 가장 빨리, 가장 멀리는 아닐지라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계속해서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 고독 속에서.

설계된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해온 보이저 2호는 2017년, 그러니까 지구를 떠나고 40년만에 태양계의 자기권이 미치는 범위인 헬리오스피어를 넘어 그 바깥 공간에 있는 헬리오포즈에 도달한다. 비록 1호보다는 늦었지만, 1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출력이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보이저 2호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참고로 보이저 2호도 ‘골든 레코드’를 품고 있다.

보이저 2호

ⓒ NASA

이 세상 모든 ‘보이저 2호’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