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법안에 대한 거짓 선동과 진실

이자스민사진

▲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 <이미지 출처: 딴지일보>

 

새누리당 이자스민 비례대표 의원이 발의했다고 주장하는 불법체류자 보호와 관련한 법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문제 법안과 관련하여 떠도는 인터넷 게시글들은 이 법안이 불법체류자 자녀에게 의료복지와 교육 혜택을 보장하는 법안이며, 불법체류자의 자녀가 한국 학교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자녀의 모든 가족을 강제추방에서 면해준다는 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거짓 선동과 진실

그러나 이자스민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한 적이 없다. SBS 임찬종 기자에 따르면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이하 오유)의 한 거짓 게시물에서 시작된 악성 선동이다. 게시물에서 말하고 있는 법안은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을 필두로 한 10명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만약 법안에 반대하여 발의자를 비판하고 싶다면 이자스민 의원과 새누리당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의 발의자들을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유머 이자스민법

​▲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게시글.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불법체류자들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이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비속어가 쓰인 부분은 블러 처리됐다. <이미지 출처: SBS 뉴스 취재파일>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체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법안을 비방하고 나선 선동 게시물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불법체류자들이 강제추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관계와 다르다. 법안 발의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불법체류자가 자녀 때문에 강체추방을 면제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는 강제추방 유예 기간을 늘리거나 강제추방을 면제해주는 규정이 없다.​

정청래

​▲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진짜’ 대표 발의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 <이미지 출처: 레디앙>

 

해당 법안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불법체류자들의 자녀인 이주아동의 기본권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이주아동을 의료급여의 수급권자로 판단하여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해주는 것, 이주아동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 이주아동도 보호대상아동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세금도 내지 않는 불법체류자의 자녀를 위한 복지를 왜 우리 세금으로 챙겨야 하나?

​해당 법안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왜 내가 낸 혈세로 외국인 자녀의 복지를 챙기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는 이주아동의 기초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1991년에 비준한 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에 따르면, 정부는 부모의 신분에 상관 없이 아동의 체류권, 교육권, 보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는 부모의 국적을 떠나 아동의 천부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약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에 따르고 있다.

​약 2만 명에 달하는 무국적 이주아동들에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발의된 법안에 ‘손해’ 운운하며 볼멘소리가 나오는 현실은 우리나라 국민의식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발의자 정청래 의원은 “불법체류자의 자녀라고 교육도 받지 말고 치료도 받지 말아라라고 하는 것은 비인권적이다”라며, 이 법안은 “인간 생명을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발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우리나라 국민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외국인 부모의 자녀들의 기본권을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국민의식의 성장을 꿈꾸며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하지도 않은 법안을 가지고 이 의원에게 상스러운 비속어를 남발하고 있는 오늘날의 여론은 우리나라 국민의식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자극적인 선동에 감정적으로 동요하여 사실관계를 찾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비난하고 보는 여론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의원이 필리핀 출생이라는 점만으로 들끓는 증오여론과, 이에 맞물려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여론은 새삼스레 인권과 다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수준이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오랫동안 유지해 온 단일민족국가로서의 정체성이 이 편협함과 무지함의 근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방 구석에 앉아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이 편협한 종족적 민족주의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아닐까.

외국인 노동자들, 외국인 며느리들,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들.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라 보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이들은 엄연한 사회 구성원이자 우리의 이웃이다. 국회의원 삼백 명 중 사회적 약자인 이들을 대변하기 위해 선출된 단 한 명이 바로 이자스민 의원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못마땅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보인다. 그녀가 필리핀 출생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욕설을 남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외국에서 동양인 비하 사건이나 한국인 차별 사건이 벌어지면 벌떼같이 달려드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이주민들에게는 왜 이리 잔혹해지는지 모르겠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이런 구시대적이고, 이기적이고, 편협한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