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징벌이 자유시장을 지킨다

한쪽에서는 폭스바겐에 대한 집단소송이 이어지는데, 다른 한쪽에선 전례없는 할인에 구매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 모습이 그다지 모순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폭스바겐이 현대, 기아, 쉐보레보다 한 레벨 높은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다. 브랜드가 고급화될수록 그것을 사지 못한 하위권 잠재 구매자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문제가 생겨도 마진율을 조금 포기하면 구매자들의 경제력이 상위 10%에서 30%로 떨어질 뿐 수요는 그대로 유지된다.

폭스바겐 배출량 SBS

<이미지 출처: SBS 뉴스 화면 캡쳐>

반면에 현대기아차의 전략은 ‘이 가격대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는’ 최저가 시장을 장악하는 방법이었다. 1톤 포터를 대신할 수 있는 차는 없다. 다른 회사가 그 가격에 그 정도의 차를 내놓는 것을 포기했으니까. 고속도로에서 포터가 서거나, 바퀴가 빠지거나, 심지어 폭발한다고 해도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최저가 제품을 장악한 덕이다.

그러나 평균적인 경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서, 최저가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최저가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는 ‘충성’ 구매자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현대기아차도 최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가격을 올려보고, 럭셔리 브랜드를 내세우는 등 상위권으로 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쉬워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최저가 기업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저가에 맞는 품질을 당연시했기 때문이다. 아, 현대기아차가 이 가격이면 차라리 조금 더 주고 폭스바겐 살까? 소나타가 캠리보다 비싸질 수 없다는 이른바 ‘캠리 마지노선’이다. 캠리가 실제로 소나타보다 좋으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그렇다. 현기차의 품질 논란은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외제차의 결함에는 호의적인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한몫한다. 최저가 회사의 숙명이다.

수입차 선호도

ⓒ 조선일보

결국 시장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는 폭스바겐의 부정행위를 응징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시적인 처벌, 특히 징벌적 배상제다.

선진국들의 시장경제가 전체주의적인 통제 없이도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 주체에 대한 양심을 기본적으로 신뢰하면서도 비양심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이 혹독했기 때문이다. 기차역에 개찰구가 없다 하더라도, 매번 표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극히 드물게 무임승차를 적발했을 경우에 처벌이 혹독하다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선진국의 시스템에서 양심을 믿는 부분만 가져왔을 뿐, 규칙을 어겼을 때의 처벌은 전체주의적 통제시절과 같게 만들었다. 담합으로 1천억원의 이익을 본 것이 적발되어도 10억원의 과징금만 내고 이익은 환수하지 않는다면, 아니 1천억원의 이익을 환수한다 하더라도 들켜야 본전인 셈이니 담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배기가스 조작에 대한 과징금이 미국은 21조원, 한국은 140억원이다.

헬조선은 그것을 외치는 사람들조차도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헬조선 유행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들이 사유재산과 노력에 따른 보상을 부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승패 자체라기보다는 판정시비다. 판정이 공정하지 않고, 혹여나 공정한 판정이 났다 하더라도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가 퇴장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는 모습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담합과 조작은 식별하기가 정말 어렵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 전에는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적발하기 어려운 확률을 감안하여 부정행위로 얻을 수 있는 기대값을 대폭 낮춰야 한다. 세 번에 한 번 적발할 수 있다면 과태료가 낮아도 된다. 하지만 백 번에 한번 적발할 수 있다면 그것을 일벌백계해야 한다. 담합을 하면 기업이 망한다, 고작 배기가스 수치 하나를 속여도 기업이 망한다. 이런 인식을 기업에 심어주어야 한다. 징벌적 배상제는 정말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