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시민들의 실질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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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이스북은 아마 최강의 고학력-화이트칼라 매체일 것이다. 철구 같은 관종들도 있지만, 정치적 의견이 교환되는 공간으로서 페이스북은 굉장히 엘리트 중심적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선 ‘고견’들이 오간다.

 

 

2.
대단한 학교를 나온건 아니지만, 구몬-보습-메가스터디, 구보메 테크를 밟아온 나는 세상에 사람이 1-10까지 다양성으로 존재한다 생각했다. 그러나 파주에서 포병부대에서 복무하며 세상에는 1-1000까지의 스펙트럼으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앞으로 그 스펙트럼은 어디까지일지…) 구보메 테크의 또래들이 토익과 대외활동으로 이력서를 채워갈때, 편부편모, 자살시도, 애인 임신(혹은 낙태), 전과, 생계로서 토토까지. 위의 스펙으로 지휘참고를 채워간 분들이 육군에는 바글바글했다.

 

3.
육군은 대한민국의 미니어쳐이다. 어떠한 성적이나 특기를 보지 않고 그냥 모인다. 즉, 보통선거를 실시하는 대한민국의 의사결정은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다. 가난하고 못배우고 엘리트들은 연민의 대상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 그들이 바로 민주주의 의사결정의 주인들이다.

 

4.
그러나 깨시민들은 여당을 비웃을 때 이렇게 말한다. “저학력, 블루칼라, 시골출신. ㅉㅉ 수준나오네.” 여당의 패악질과 무관하게 이런 자세 때문에 깨시민은 민주주의에서 암적 존재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비판적 합리주의를 견지한 ‘열린 사회’를 향해 가는 것이다. 엘리트들이 완벽하게 설계한 이데아의 사회가 아니다. 즉, 막 굴러먹는 사람들의 의견을 거기서 욕 빼고, 이상한 소리 번역해서 ‘민의’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5.
그래서 킹무성 같은 분들이 유쾌하고 호방하게 우스운 소리를 하는 것이 먹히는 것이다. 트럼프까지 갈 것도 없이 미국에서 테드 크루즈는 하버드 로스쿨이 주목한 천재였으나 지금은 멍청이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율 2위의 정치인이다. 결국 정치는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 강남좌파 혹은 강단좌파에 머무는 야당이 대중들에게 오히려 외면 받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엘리트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86세대만큼 민주주의를 이해 못한 사람들도 없지 않을까?

 

6.
민주주의는 절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실질적’ 민주주의 같은건 없다. 민주주의는 가치중립적 도구니까. 그런데 우리는 안다, 깨시민들이 말하는 ‘실질적’ 민주주의가 엘리트주의라는 것을. 영도를 하고 싶으면 회사를 차려서 카리스마 CEO가 되라. 아니면 시민단체를 하라.

 

7.
민주정치는 그렇게 굴러먹는 사람들도 1표를 받고 존중 받는 것이다. 죽창 앞에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듯, 선거 앞에서 조국 교수 같이 잘난 분도 못 배운 무지랭이도 1표다. 진심으로 51%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 그 높은 곳에서 내려와서 흙판에 굴러보란 말이다. 언제까지 명망가들의 아마추어 취미 정치를 지켜봐야하나. 프로들의 정치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