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와 식인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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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ABC>

미국의 ABC에서 편성한 드라마, 보스턴 리걸(Boston Legal)은 보스턴의 법률회사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특히 배우 제임스 스페이더가 열연하는 극중 변호사 “앨런 쇼어”는 화려한 언변으로 도저히 승소하기 힘들어보이는 재판에서 배심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 내용을 자유공간에 옮겨왔다.

극중 메사추세츠 주 법원에서는 흥미로운 재판이 열린다. 어느 한 노숙자가 ‘식인 행위’로 기소된 것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재판에 기소된 노숙자는 오랜 세월 함께 노숙 생활을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날 피고는 친구와의 대화중 자신들이 죽게되면 얼마나 비참하게 방치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들을 위해 묘지를 만들어주거나, 장례를 치러줄 친지인이 없는 노숙자들의 시체는 그대로 방치되어 썩어가거나, 보건복지부 직원에 의해 어딘가에 버려진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체가 인간다운 방식으로 다뤄지길 바랬고, 죽고나서라도 인간의 존엄 만큼은 지키고 싶었기에, 둘 중 어느 하나가 죽게 되면 살아있는 한 쪽이 그 친구의 시신을 화장시켜주기로 약속했다.

약속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의 친구는 영양 부족과 합병증으로 인해 숨을 거두게 된다. 피고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작을 모은 후 그의 시체를 불에 태웠는데, 죽은 친구와 마찬가지로 보름 이상 굶었던 피고는 심각한 굶주림에 이성을 잃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는 새 불에 타고 있는 시체의 살점을 조금 떼어먹은 것이다. 이 행위는 주변을 지나가던 보행자에 의해 목격되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그를 즉각 체포했다. 이후 피고는 시신손괴죄 및 반인륜적 행위로 기소되었다. (주법 및 헌법에는 식인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명시가 없기에 검사 측은 충격적인 반 인륜적 행위라는 명목으로 그를 기소할 수 밖에 없었다.)

재판의 결과는 어땠을까?

노숙자의 무죄가 판결되었다.

 

피고에 대한 주인공의 변론이 꽤나 흥미롭다.

 

“미국에는 3,70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빈곤 기준선 아래에서 살고 있다. 100만 명 이상의 노숙자가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 행정부와 사법부는 보름 동안이나 굶어 자기가 사랑했던 친구의 시신을 먹게될 정도로 굶주려있는 시민들을 철저하게 외면해왔으며, 그들이 죽고 나면 널빤지 위에서 썩어가거나 쓰레기처럼 아무렇게나 버려지도록 만들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과 죽음은 허락하지 않았으나, 친구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한 노숙자를 “반 인륜적 행위”라는 명목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재판으로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정부는 매회 6~7만 달러라는 기소비용을 들이고 있다. 재판에서 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감옥으로 보내져 자유를 박탈 당하는데, 정부는 이렇게 한 명의 자유를 박탈하기 위해 매년 죄수 한 명 당 45,000달러를 쓰고있다. 보름 동안이나 굶주린 자국민들에게 음식을 내어줄 돈은 없는데,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이토록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도대체 누가 반인륜적이고, 누가 비인간적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