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시스템” 공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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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데일리

친노는 탈당을 “20% 컷오프에 자신이 짤려 나갈 것을 걱정하는 무능한 사람들이 나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20% 컷오프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서 지지도, 의정활동, 공약이행, 다면평가, 선거기여도, 지역구활동을 점수로 환산하는 것으로 누구도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시스템 평가라는 것이다.

 

 

문재인은 애초에 공천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공천개혁과 정치개혁을 진행하는 사리사욕 없는 사람인데 자기 사리사욕을 쫓는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 때문에 반발해서 나가는 것이다, 라고 설명한다.

 
일단 그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실적이 나오지 않는 업무에서 그 사람의 역할을 수치로 환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어떤 기준으로 할지가 상당히 중요해진다. 기준점을 어디에 세우는가에 따라 누구는 무능한 사람이 되고 누구는 유능한 사람이 된다. 이것은 인사비리에서도 항상 등장하는 문제이다. 누군가를 채용하거나 채용하지 않으려고 할 때 무조건 하는 집단은 없다. 그 사람이 강할 수 있는 기준, 혹은 그 사람이 약할 기준을 설정한다.

 
그럼 이 “시스템”의 기준이 무엇인가?

 
가장 재미있는 것은 “다면평가”이다. 다면평가는 국회의원들이 서로를 평가하고, 당직자들이 국회의원을 평가하여 점수를 주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이 야당은 120여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70명은 주류로 분류되고 50명은 비주류로 분류된다. 70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한 팀이다. 50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다른 팀이다. 이 다면평가 점수를 누가 얻게 될까?

 

 

당직자들은? 지금 주류가 당권을 가지고 있다. 그럼 그들은 자기가 모시고 있는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줄까, 아니면 혹시 전달과정에서 유출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현재 자기 상사에게 나쁜 평가를 줄까? 이 다면평가 점수를 누가 얻게 될까?

 
아, 그들은 양심적이고 지성적인 국회의원이시니까 그들이 진정성 있게 설문에 응할 것이라는 말을 믿으면 되는 것인가?
다면 평가는 10%이다. 120명이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100점만점의 시험에서 70명은 10점의 가산점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시험이 공정한 시험이라고 말한다.

 
공약이행을 생각해보자. 공약이행은 개인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법안이나 심의에 자기 지역의 안건을 밀어 넣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 그래서 여당 국회의원이 야당 국회의원보다 공약을 이행하기 더 쉽다. 힘 있는 국회의원이 힘 없는 국회의원보다 공약을 이행하기 더 쉽다.

 
자기 공약을 이행하기 싫은 국회의원은 없다. 행정부의 공약이행은 책임도 행정부가 져야 하지만 입법부의 공약이행은 책임을 행정부가 지기 때문에 모든 국회의원이 자기 공약을 이행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원해도 모두가 할 수 있지 않다. 당에서 우선순위에 두고 힘을 실어줘야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한 문제이다. 주류가 공약이행을 하기에 더 쉽겠는가, 비주류가 공약이행을 하기에 더 쉽겠는가?

 
사무실을 상상해보자. 12명이 일하는데 7명이 같이 뭉쳐있다. 7명은 같은 학교, 같은 회사출신 6명과 나 좀 끼워달라고 따라다닌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그 무리에 끼지 않았다. 같은 출신도 아니지만 그렇게 몰려다니는 게 싫어서 굳이 굽히고 끼워달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이익도 있었다. 조금 일해도 실적이 많이 잡히는 일은 자기들이 하고, 티 안나는 힘든 일만 내가 하게 된다. 그래도 그들에게 굽히지 않고 그냥 내 일을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무리 중에 하나인 과장이 직원 평가를 해서 3명을 내보낸다고 한다. 평가는 기준은 서로 점수를 주는 상호평가, 그리고 이제까지의 실적이란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어떤 감정이어야 하는가? 그 과장이 그러면서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할 때, 나를 자르고 자기 사람을 뽑으려는 것이 뻔히 보일 때, 그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능한 주제에 피해망상에 걸린 사람인가?

 
또 이런 시스템 컷오프를 공천개혁이라고 부른다. 권력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천은 누구를 자르는 문제이기보다 누구를 집어 넣는가의 문제이다. 지금 더민주가 누구를 집어 넣는데 어떤 객관적인 시스템을 사용하는가?
지금 친노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좋은 사람을 영입해서, 자기 생각하기에 적절한 곳에 출마시키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공천개혁인가? 이것이 권력을 내려놓는 것인가? 아니다. 당총재가 전권을 가지던 시절의 공천방식이며 정확히 권력을 강하게 잡고 있는 공천방식이다.

 

 

정당에서 이 정도의 권력이면 무소불위이다. 박근혜도 그걸 하고 싶은데 김무성이 막고 있어서 열받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탈당파들을 무능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하나 더 설명하고 싶다. 안철수, 김한길, 최재천, 권은희 의원은 그들이 제시하는 기준에서도 20%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 10%의 패널티를 뛰어 넘을 것이다.

 
나머지 유성엽, 황주홍, 임내현, 김동철 의원 같은 경우는 20%에 해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이들은 모두 “광주”의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광주는 어떤 곳인가? 이 의원들도 인기가 없지만 문재인 지지도는 역대 야당 지도자 중에서 최악인 곳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니가 나에게 실적을 이야기하는게 말이 되냐.”라고 말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 기준으로 하면 문재인이 가장 무능하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겠는가?

 
이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서 설명하려면 무능한 사람들이 아니라 친노와 정치적 노선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규정해야 한다. 그것이 이 그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정의이다. 그럼에도 친노는 계속 이들을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하려고 한다.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자기 이익을 위해 무능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내가 야당 지지자라고 해도 자기 비판이 필요하다.

 
김무성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할 때 당신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정치적 행간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아, 박근혜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 제도의 단점을 생각해볼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이 현역에게 유리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야당에서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고 하면 아예 행간을 보려고 하지 않는가? 그 방식의 단점이 무엇인지 점검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오히려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다 새누리당편이며 악이다라고 비판하는 것이 맞는가?
주류와 비주류로 그룹화 되어 있는 정당에서 국회의원이 서로를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 권력에서 먼 국회의원이 따기 힘든 점수인 공약이행과 선거기여도를 점수화하는 것이 맞는지, 국회의원이면 입법활동과 지역평가가 절대기준이어야 하지 않을지, 다른 기준과 대안은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여당에 대해서는 그렇게 정치 9단 같은 통찰을 하던 사람들이 야당에 대해서는 홍보전단지를 신봉하는 사람처럼 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