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그 비겁한 낙인찍기

코카시즘

▲ 한국형 매카시즘을 일컫는 “코카시즘”. 이는 비단 박근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애국적 가치에 호소하며 개인의 자유 발언을 억압하곤 하는 보수 세력의 전반적 문제다. <이미지 출처: 한겨레>

 

1952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Adlai Stevenson이 말했다.

“우리 시대의 비극은 우리 사회에 깔려있는 공포 분위기이며, 또 그 공포가 억압을 낳는다는 사실이다. 권리장전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빈번하게 ‘반공주의’ 라는 애국적 기치 아래 은폐되고 있다.”

주류 정치 세력의 의견에 반하는 주장에는 어김없이 공산주의라는 낙인이 찍히던 시절, 그는 당시 매카시즘이라 일컬어지며 기승을 부리던 ‘공산주의자 사냥’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말했다. “우리는 쥐를 잡기 위해 헛간을 태우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류 정치 세력에 반하는 개인의 자유발언을 억압함으로써, 약 반세기 전 미국의 한 정치인을 한숨 쉬게 만들었던 이 편협한 낙인찍기는 여전히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특정 정치적 의견에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개인이 정치적 자유 혹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억압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과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일컫는 단어가 ‘종북’임에도 불구하고, 이 꼬리표는 상황에 맞지 않는 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곤 한다. 특히 보수 진영을 비판하거나, 현 정권을 비판하는 의견에는 예외 없이 등장한다.

일부 보수 세력이 즐겨 사용하는 이 ‘꼬리표 붙이기’ 전략은 꽤나 효과적이어서, 종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은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 민주 사회의 한 시민이 아니라, 북한에서 넘어온 간첩이라도 되는 양 취급 당하기 일쑤다. 인권에 호소하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외치는 사람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조합원들 등 수많은 집단과 개인이 종북이라는 꼬리표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종북

▲ 진보를 가장한 종북 세력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진보가 그런 것은 아니다. 종북 세력의 선동 만큼이나 악질적인 것이 바로 이러한 “종북 낙인찍기” 선동이다. <이미지 출처: 뉴데일리>​

 

과연 그들이 정말 북한 정권을 신봉하는 간첩 세력일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부의 지나친 권력에 반대하는 이들, 민족애와 인류애를 바탕으로 적의보다는 호의를 실천하려는 이들, 자본가의 권력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등, 이들은 모두 그저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따라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민주시민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에 의거한 그들의 정치적 주장이 너무나 자주 종북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되고 있다.

우리는 종북이라는 단어에서 북한 정권의 반 자유민주적 체제에 대한 멸시와 혐오를 느낄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어대며 특정 의견을 묵살시키는 행위가 북한 정권의 그것과 몹시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단어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애국심과 안보의식에 호소함으로써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대한민국의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졸렬함은 북녘 땅의 김씨 가족의 그것과 닮아있다. 어쩌면 진짜 종북 세력보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에의 더 큰 위협은 바로 이 사회의 편협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경향 만평

​▲ <이미지 출처: 경향DB>

시도 때도 없이 남용되고 오용되는 ‘종북’이라는 단어 사용을 비판한다고 해서, 몇몇 치들은 필자를 종북이라고 칭할지도 모르겠다. 하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대북 정책에 대해서 만큼은 필자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이자 강경론자라는 것이다. 신교대 조교로 군 복무를 했던 탓인지, ‘종북’이라는 단어를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멍청이들이 강조하는 “안보 의식”이 꽤나 투철한 편이다.

군 시절, 매일 아침 훈련병들과 함께 외치던 ‘육군 복무 신조’라는 것이 있다. 그 시작은 이러하다. “하나,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역군이 된다“.

‘종북’이라는 단어가 조성하는 공포의 분위기와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억압. 필자는 이러한 것들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또 대한민국의 정치적 장이 북한 수준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종북 세력의 편을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니 부디, 댓글란에 적으려 했던 “여빨추”(여기 빨갱이 추가요의 준말)라는 패악스러운 말은 머리 속에서 지워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