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일그러진 영웅, 병역거부자 박유호 씨

병역거부 기자회견20141223

​▲ 12월 23일 오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박유호 씨(28)의 병역거부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입영영장을 받은 박유호 씨(28)가 정치적 신념에 따라 입영영장에 불응하고 군 복무를 거부하겠다는 소견을 밝힌 자리였다.

이날 박유호 씨는 “(군대) 밖에서는 국가가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고, (군대) 안에서는 폭력이 일상이 된 국방의 의무”라며 “더 이상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지도 명예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민을)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국가”라며, “이런 나라는 저도 지키지 않겠다”고 발언함으로써 병역을 거부하겠다는 본인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유호 씨는 일관된 자세로 반 정부적 성향을 보여왔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제적 당한 그는, 학교 측의 동의 없이 ‘안티 이명박 포럼’을 개최하려다 행정실 직원에 의해 제지된 바 있고(09년), 학교 축제 기간 도중 제주 해군기지 불법시위를 진압한 정부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으며(12년), 세월호 참사 관련 반정부 시위가 한창일 때에는 본인의 이름, 학과, 학번을 걸고 시국 선언에 참여하기도 했다(14년). 이렇듯 박유호 씨는 2006년에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에 입학한 이래 제적당할 때까지, 교내 좌익 활동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언급된 활동들은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들만 나열한 것이다. 그는 현재 진보청년단체인 청년좌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노동당의 대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박유호병역거부자 아시아경제

​▲ ‘이런 나라는 지키지 않겠다’며 병역을 거부한 박유호 씨(28). 그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제적당하기 전 교내 진보정치활동을 주도했다. <이미지 출처: 아시아경제>

 

지킬 가치가 없는 나라라며 군 복무를 거부한 박유호 씨의 과거 진보정치운동 행보가 눈여겨지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진보의 ‘일그러진 영웅’이 대한민국 진보주의의 발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진보주의의 궁극적 목적은 체제의 개선이지 체제의 붕괴가 아니다. 현 정부, 현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진보주의의 바른 길이다. 사회 질서를 발전시키는 것과 사회 질서를 거부하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박유호 씨는 국가와 군대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본인은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겠다는 궤변을 펼치고 있다.

박유호 씨와 같은 이 시대 진보의 ‘일그러진 영웅’들은 아무런 논리 없이 정부를 비판하기에 바쁘다. 정부에 반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어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이러한 면모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 독재에 맞섰던 민주화 열사들의 반정부•반강권적 성향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은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절대악이 아니며, 정부와 투쟁하는 것이 절대선이 아닌 세상이다. 모든 문제를 정부 탓으로 돌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과거 민주화 영웅들의 그림자를 좇는 이 시대 ‘일그러진 영웅’들은, 사회를 더 나은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진보주의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박유호 씨의 병역거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당당하게 거부하는 그 뻔뻔함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는 한편, 그의 소신있는 행동을 지지한다는 여론도 있다. 애당초 이런 논란 자체를 보고 있는 것이 불편하다. 박유호 씨의 궤변은 여론이 찬반으로 나뉠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군 복무를 피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그가 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니 ‘같은 편’이라 생각하고 이를 감싸주는 일부 진보 세력들의 태도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28살까지 군 입대를 연기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운운하며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박유호 씨. 그 이유가 우리나라가 못났고, 군대가 못났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의 남성으로서 져야할 국방의 의무를 이토록 황당한 논리로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인물이 진보 세력의 영웅으로 떠받들어지는 한, 대한민국 진보에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