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권력 암투설 총정리

정윤회박지만

​▲ 권력 암투설의 중심에 있는 박지만 EG 회장(좌)과 정윤회 씨(우) <이미지 출처: 뉴시스>

 

지난해 11월 말부터 논란이 되었던 소위 ‘정윤회 문건’ 사건과 관련하여 최근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보고가 있었다. 지난 5일 검찰은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은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풍문을 짜깁기해 만든 허위 문건이며, 두 사람이 박지만 EG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자진하여 저지른 행위’라는 수사 보고를 했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는 ‘권력 암투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9%가 해당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오직 20%만이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신뢰하고 있는 상황이다(한국갤럽). 각종 매체와 정치권에서 내놓은 추측들이 상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본 사건과 관련하여 청와대는 소위 ‘비선실세’로 추정되는 정윤회 씨와 박지만 EG 회장 간의 권력암투설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정치계와 언론계의 주장을 바탕으로 해당 사건을 알기 쉽게 정리해봤다.

 

정윤회 문건이란?

​이른바 ‘정윤회 사건’은 세계일보의 기사에서 시작된다. 세계일보는 지난 2014년 11월 2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014년 1월 6일에 작성한 감찰보고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행정관인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해당 감찰보고서는 <청와대 비서실장(김기춘) 교체설 등 VIP 측근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되었다고 전했다. 여기서 언급된 “VIP측근”은 그간 박근혜 대통령의 배후 실세로 알려져왔던 정윤회 씨를 일컫는다.

​세계일보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은 정윤회 씨가 이른바 “문고리 3인방”(박근혜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세명을 거쳐야 한다고 해서 붙은 별칭)으로 불리는 청와대 핵심 비서관 세명(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을 포함한 10명의 인사를 정기적으로 만나며 후한 말 조정을 휘둘렀던 ‘십상시’처럼 국정을 배후조종했다는 내용을 담고있었다. 실제로 해당 문건에는 행정직책상 김기춘 비서실장보다 아래에 있는 문고리 3인방이 민간인인 정윤회 씨의 지시를 받아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야와 청와대의 반응

​​세계일보의 보도는 2014년 말 엄청난 이슈를 만들어냈고, 야당은 국정을 이렇게 몰고 간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론을 제시하며 청와대에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심지어 여당 조차 검찰 조사를 지켜보자며 의혹을 부정하지 않은 채 한 발자국 물러섰다.

​이에 대한 반발로 청와대는 해당 문건을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찌라시” 문건으로 규정했고, 이러한 문건을 유출함으로써 국기를 문란시킨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세계일보를 고소했다. 문제는 해당 문건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청와대 공식 문건이라는 점. 야당은 이러한 공식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한 청와대와 대통령을 강력 비판하며 “그럼 이 정부는 찌라시 정부냐”라 반박했다.

 

​정윤회의 해명

‘비선실세’ 정윤회 씨와 ‘십상시’에 대한 의혹이 가중되며 상황이 급박하게 치닫자, 정윤회 씨가 직접 나섰다. 정윤회 씨는 12월 1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문건의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지난 7년간 야인으로 살며 대통령은 물론 3인 측근 비서관들과 일절 연락하지 않았고, 10인이 회동해 국정을 논의하고 본인이 청와대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것은 완전한 낭설이자 소설’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말에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형을 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의 폭로

​그런데 조응천 청와대 전 공직기강 비서관이 이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12월 2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윤회 씨가 그간 문고리 3인방과 연락하고 지냈을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연락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박관천 경정에게 문고리 3인방의 동향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장본인이며, 2014년 2월 문고리 3인방이 비서실장을 음해하려 한다는 문건 내용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에 따르면, 그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를 한 2달 뒤인 지난 4월 10일께, 청와대 공용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이를 받지 않자,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고 밝혔다. 이를 무시하자, 다음 날에는 이재만 비서관이 “(정윤회 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며 정씨를 대변하는 말을 전했다고 폭로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중순경, 조응천 전 비서관은 비서관직에서 경질된다. 이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문고리 3인방과 정윤회 씨에 관해 보고한 것에 대한 보복성 인사로 풀이되고 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의 폭로는 정윤회 씨와의 주장과는 달리 문고리 3인방이 정씨와 꾸준히 연락을 해왔다는 정황을 드러냈다. 또한 조 전 비서관은 문제의 ‘감찰 보고서’는 청와대의 주장대로 “찌라시”가 아니라 상당한 근거를 가진 보고서라 주장했다. 보고서 유출에 대해서 “관리 책임자로서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문건 유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의 폭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고리 3인방의 국정개입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인사검증임무는 공직기관비서관실이 해야할 일인데,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박근혜 정부의 연이은 인사 참사의 책임은 문고리 3인방에게 있다는 주장을 했다.

 

​조응천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조응천 전 비서관은 어떻게 일개 비서관의 지위로 당시 청와대 주류 관력에 맞설 수 있었을까?

주요 매체들은 그 배경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지목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검찰 출신으로, 과거 박지만 회장의 마약수사건 당시 담당검사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박근혜권력지도

​▲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펼쳐진 갈등 구도 <이미지 출처: 아이엠피터>

 

​박근혜 대통령의 배후에는 정윤회 라인과 박지만 라인이라는 두 개의 권력이 있는데, 문고리 3인방(정윤회 라인)이 박지만 라인의 대통령 접근을 차단하자, 박지만 라인 측이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을 이용하여 반격하려 했다는 추측이다.

​언론과 정치권이 내놓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조응천 당시 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이 비서실장 교체를 꾀한다는 사실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여 그를 포섭할 의도였고, 이를 통해 정윤회 라인을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김기춘 비서실장은 해당 보고를 ‘청와대를 흔들려는 시도’로 판단, 묵살해버렸다. 이로 인해, 해당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한 조응천 당시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청와대에서 물러난 것이다.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행정관 직에서 물러나며 경찰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14년 2월) 문건이 경찰청으로 유출, 이후 세계일보로 유출되었다.)

 

박지만 라인의 패배

​실제로 민성수석실 조응천 비서관 및 민성수석실 파견 경정들의 경질 이후, 박지만 라인 쪽 사람들이 줄줄이 권력에서 밀려났다. 박지만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이 5월 사임, 박지만 회장과 육사 동기인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10월 1군 부사령관으로 이동 등 당시 이유가 불분명했던 각종 인사들의 원인에 박지만 라인의 패배가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지만 라인 경질 (중앙일보)

​▲ 위 3인을 포함해 박지만 EG 회장의 측근들이 명확한 이유 없이 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나는 경향이 있었다.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검찰의 수사결과

본 사건은 청와대에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권력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정황을 드러냈다. 비록 검찰의 수사는 이러한 ‘비선실세’, ‘권력암투’를 철저히 부정하고 있지만, 정치계와 언론계에서 제시한 추측의 근거들과 정황상의 증거들, 그리고 각종 인사들의 증언들이 박지만 라인과 정윤회 라인의 존재를 증명했다.

​이러한 배경을 참고하여 문건과 관련한 갈등 관계를 정리한 이미지를 살펴보자. 해당 이미지는 검찰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므로, 정치계와 언론계에서 제시한 의혹과 추측은 반영되지 않았다.

문건 갈등관계 연합뉴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다음은 검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합뉴스가 구성한 문건의 작성 및 유출 흐름도다.

문건유출흐름 연합뉴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본 사건의 책임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모두 떠안게 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검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된 흐름도 속에 정윤회 씨와 박지만 EG 회장은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은 문건 작성, 보고, 유출은 그저 박 회장에게 환심을 사고싶었던 두 인물이 자진하여 저지른 행위라 결론지은 것이다.

 

​청와대의 책임

​국민이 뽑은 정치인이 아닌, 일개 민간인이 배후에서 국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분명 이는 심각한 문제다. 끊임없이 비선실세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연이은 인사참사의 원인이 비선실세의 인사개입에 있다는 전 비서관의 증언까지 나왔다. 검찰은 비선실세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지만, 각종 정황을 판단했을 때 국민의 의혹이 풀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비선실세의 존재여부를 떠나, 청와대는 본 사건을 내부에서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책임이 있다. 청와대 공식 문건이 외부로 유출됐음에도 이를 파악, 대응하지 못했던 그 무능력함과, 청와대 공식 문건을 “찌라시”라 일컫는 그 무책임함에 대한 비판을 회피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 잘못 없다’는 듯, 사건의 중심에서 벗어나 이를 방관하는 듯한 태도는 국민에게 안타까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