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헛소리다.

‘전국민 매월 40만 원 기본소득’ 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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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당

한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기본소득’ 정책을 들고 나왔다. 전 국민에게 월 40만원씩을 무조건적으로 분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 글은 그 정당이 제작한 자료, 그리고 그를 주제로 작성된 모 블로거의 글, 그리고 기본소득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기본소득이란? 그리고 그 배경은?>

 

 

기본소득이란 말 그대로 국민 전부에게 일정 금액의 기본적인 소득을 국가가 배급하는 제도이다. 논란의 주제가 된 적은 많지만 현재까지 특수한 상황 하의 정부 외에는 실현된 바 없다. 해당 블로거는 미국 알래스카의 예를 들고 있다.

 

ⓒ http://rooroosu.tistory.com/

 

알래스카는 1982년부터 오일머니로 기금을 조성해 매년 인당 수백~2000달러 정도의 금액을 주민들에게 배당해 왔다.
알래스카는 미국의 50개 주 중 가장 크다. 알래스카의 재정은 90%가 오일머니로 이루어지며 인구는 겨우 73만 명이다. 북유럽 국가들과는 극도로 적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알래스카는 주민배당 외에도 세금의 천국 미국에서 가장 세금이 싼 주였으며 소득세는 아예 없었다.

 

그렇다. 없 ’었’ 다.

 

저유가 쇼크에 재정이 급격하게 악화된 알래스카 주정부는 지난 12월, 소득세를 35년만에 부활시키고 주민 배당을 삭감했다. 오일머니라는 특수한 조건이 없이는 유지가 불가능한 제도였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재원 마련의 현실성>

 

 

해당 정당은 이 제도에 소요될 예산을 1단계 105조원(2017), 2단계 237조원(2020)으로 예상한다. 올해 한국의 전체 예산이 386조원이니, 국가 예산을 1년만에 27%, 4년만에 61% 증가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거대한 재원의 근원은 ‘조세부담률 증가’ 에서 찾는다. 조세부담률은 각 국민이 소득에서 세금으로 지출하는 금액의 평균비율을 말한다. 이 정당은 ‘조세형평성’ 이라는 것의 실현으로 조세부담률 상승을 꾀한다고 하는데, “불평등한” 조세제도, 부동산 임대소득과 주식 양도소득 등의 “불로소득” 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조세형평성을 실현할 계획이고, 저 블로거는 여기에 이자, 배당, 주식 등을 모두 불로소득으로 규정하며 “조세정의” 를 실천하자고 주장한다. 마치 지금의 조세제도는 불의이기라도 하다는 듯이.

 

첫째로, 모든 형태의 부동산투자와 금융투자 소득을 불로소득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가당한 일일까? 재무, 투자, 회계수업을 단 두 시간 만이라도 들어본 사람, 하다못해 주식을 오백원 어치라도 사 본 사람은 ‘리스크’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치밀한 계산을 통해서든 또는 단순한 운으로든 간에 그 리스크를 감당하고 수익을 냈다면 그것을 노동 없는 수익, “불로소득” 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심지어 저 블로거는 “이건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배당수익을 받아간다.” 고 주장 하는데, 지난 수십 년간의 올바른 의사결정과 그 기간 동안 이건희가 짊어져야 했던 엄청난 크기의 리스크를 통해 다른 수많은 사업자가 명멸하는 동안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어딜 가고 갑자기 이건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보릿자루가 된단 말인가?

 

둘째, 과연 그 “불로소득” 과세로 충분할까? 간단한 계산을 위해 총 소득세에서 근로소득세를 제외한 금액 전체를 두고 보자. 여기엔 금융소득, 임대소득, 사업소득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2014년 근로소득세를 제외한 소득세 총액은 27조 9천억원이다. 그 정당이 목표하는 금액(첫해 65조원)을 근로소득세를 제외한 채 채우려면 적어도 근로소득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세율을 133% 올려야 한다. 특히 이 계산 안에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 등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상승률은 더 커진다(설마 사업소득도 불로소득이라 주장할 것이 아닌 다음에야). 게다가 이 계산은 기존 소득세의 용처를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며, 기존 지출 약 28조원을 없애지 않는다면 인상률은 233%로 증가한다.

 

기본소득

 

“일반 국민의 세금을 무조건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부동산 임대소득, 이자, 배당소득, 주식 등과 같은 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와 고소득자의 소득세 및 법인세 강화 등을 통한 조세 정의를 먼저 실천하면 됩니다.”

라는 블로거의 말로 미루어보건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면세대상자를 과세대상에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 타당할 터, 단 일년 만에 특정 소득세율을 233% 올리는 것이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 한다면, 그리고 그런 기상천외한 행위가 경제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셋째, 세출 낭비를 줄여 30조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올해 예산은 386조 4천억원. 이 정당은 홍보물에서 “4대강과 같은” 예산 낭비를 근절할 계획이라는데, 4대강 사업을 매년 한차례씩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년 만에 예산을 대체 어디에서 7.8%나 줄이겠다는 계획인지 의문이다. 2016년 국방 예산이 39조원에 약간 못 미치니 국방을 포기하면 가능할 수는 있겠다.

 

넷째, 2020년을 위한 2단계 장기계획은 더욱 의문스럽다. 총 필요한 재원은 237조원 ~ 240조원인데, 소득세 보편증세와 ‘생태세’ 도입을 통해 195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생태세는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 제외하고, 어느 정도의 증세가 이루어지는지 시뮬레이션만 해보도록 하자. 195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려면, 현재 소득세의 세출이 변동 없이 유지되고 현재 소득세 과세 비중이 동등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소득세율이 종합적으로 366% 증가한다. 단 6년만에 소득세가 네 배 반이 된다. 현재 최고 소득 구간에 적용되는 소득세율이 38%이니 2020년부터는 177%를 납부 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최고과표로 1억원을 벌면 그 소득 전액에 7700만원을 대출받아 얹어서 세금을 내야 한다. 아마 이정도 수준이라면 1~2년이면 ‘조세정의’ 가 모두 실현될 것 같다.

 
<논리적 당위성>

 

이 정당은 한 설문에서 한국인의 78.6%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며, 모두가 이민을 갈 수 없기 때문에 떠날 수 없는 이들이 정치에 참여(아마도 해당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방법으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 블로거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법이 기본소득제도라며 이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표현한다.

 

상기한 ‘이건희 회장 보릿자루 이론’ 이 여기서 등장한다.

 

“이건희 회장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누워 있지만, 그에게는 어마어마한 돈이 배당됩니다. (2014년 1,758억) 그가 보유한 주식 때문입니다. 우리는 국가로부터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베풀어주는 시혜가 아니라 국민이 가진 권리입니다.”

 

라고 서술하는데, 국가로부터 우리가 “배당” 을 받을 당연한 권리가 있음을 지지하는 논리적 근거는, 글쎄, 이건희가 보유지분에 대한 배당을 받았기 때문인가? 나는 글 어디에서도 “기본소득 제도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기득권 세력, 정치 권력자들 때문에 안 하는 것입니다.“ 라는 어색한 논리 이상의 명백한 당위성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법과 세금은 무엇이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회의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하는 시스템입니다.”

 

과연 그런가? 반수의 근로자에게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비상식적 세금을 물려서 그를 배급하여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고? 그 것이 “통장에 들어오는 돈, 국민이 스스로 찾아가” 라고 말 할 정도로 당연한 진리인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 중에 개인의 재산권 보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한국 조세부담률의 이해>

 

이 정당의 주장대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보다 낮다. 이는 한국의 높은 소득세면세자 비율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계산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 45~50%의 근로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소득공제 수준이 높아 면세점이 높게 설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납세 구조는 조세부담률, 조세에 의한 소득재분배효과 등 많은 통계수치를 왜곡시킨다. 예를 들면, 비중을 조정해 과표를 높이면 면세대상인 하위소득 근로자가 과세대상에 포함되게 되는데, 마치 상위계층에 집중된 세부담 집중도를 완화시켜 소득격차를 심화시킬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득세 부담비중이 달라지면서 소득재분배효과는 상승하고 지니계수는 큰 폭으로 하락한다.

 

더 짧게 설명하면, 면세대상인 저소득층에게 세금을 물리면 마치 소득재분배효과가 더욱 악화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득 단위당 재분배 효과는 커지게 된다. 결국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효과를 높이려면 저소득층에게도 소득세를 물리면 된다는 의외의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왜곡이 “기존에 누진도(상위계층에 집중된 정도)가 높긴 하지만 소득재분배 효과가 적으므로 고소득층에 더 세금을 물려야 한다.” 는 식의 주장의 근거가 된다.

 

 

결국, 언론이 다루는 조세제도는 항상 다음과 같은 모습이다. “조세감면혜택, 상위 4% 고소득층에 집중”, “세금감면 혜택 13조 고소득층 집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세부담은 고소득층에 집중되어있다. 전체 소득자의 1%가 16.6%의 소득을 가져가지만 소득세는 44%를 감당하며, 상위 18%의 소득자가 전체 소득세의 90% 이상을 부담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 소득자들에게 주어지는 감면혜택이 설사 100조 원이 된다 해도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명목상의 수치일 뿐이므로. 1000조 원을 물리고 900조 원을 깎아주나 101조 원을 물리고 1조 원을 깎아주나 내는 돈은 똑 같은 100조 원이라는 말이다.

 

조세부담률은 면세계층을 줄이는 방법으로 높이는 것이지 고소득층을 더 털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다.

 

<정리>

 

청년, 노인, 함께, 두배, 반값, 나눔, 평등, 사랑, 형평, 존엄, 인간.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들리는 이런 가슴 따스한 제안의 문제점은 항상 현실성, 실현가능성 이다. 논리적 당위성 과 개인 재산권의 보호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다. 게다가 이런 거대한 사업의 후폭풍, 인플레이션율의 상승이나 기업 이전, 부유층의 대탈출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지닌 우리나라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정책입니다.” 라는 주장을 하려거든 왜 우리 앞의 10여개 국가가 아직도 이런 정책을 못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봄이 어떤가. 심지어 그 중 일부는 자원부국에 인구는 우리 10분의1밖에 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