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페티쉬

 

사회 복지 제반을 포함해서 이상적 국가에 관한 담론을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주장이 ‘스웨덴’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흔하다.

애초에 이와 같은 ‘스웨덴 페티쉬’ 혹은 ‘북유럽 페티쉬’를 가진 이들과의 언쟁은 무의미함을 깨닫고 지양하는 편이지만, 며칠 전 방영된 KBS의 특별기획 다큐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의 여파로 ‘스웨덴 페티쉬’가 또 한 번 만연한 것 같아 어젯밤 축구 대신 문제의 다큐를 시청했다.

2부작으로 구성된 이 다큐 1부의 소제목은 ‘행복의 마술사’로서, 보기도 전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ABBA, Swedish House Mafia 그리고 Max Martin의 나라. 테니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Björn Borg의 나라. 골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Annika Sorenstam의 나라.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Zlatan Ibrahimović의 나라.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Selma Lagerlöf와 Stieg Larsson의 나라. 가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IKEA의 나라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VOLVO의 나라 그리고 무려 캔디크러쉬와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나라.

 

그뿐인가?
2015 양성평등지수 세계 1위
2015 살기 좋은 나라 세계 5위
2015 노인행복지수 세계 3위
2015 행복 지수 세계 8위
2014 정치청렴도 세계 4위

 

대충 봐도 스웨덴이 좋은 나라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일면만을 지나치게 부풀려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 다큐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도록 판을 짜놨다. 이 다큐를 통해 당신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대략 정해져 있다는 소리다.

“여러분 스웨덴 짱짱 좋음!!! 쩝… 근데 우리 나라는?”

인구는 고작 972만 명으로 1,020만 명의 서울시 보다도 적지만, 면적은 605km2의 서울시보다 744배나 큰 450,295km2의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바이킹의 나라 스웨덴.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시작부터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원이나 제도 같은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스웨덴과 우리나라는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 물리적 한계가 있다.

그런데 스웨덴은 정말 유토피아이고, 대한민국은 디스토피아일까?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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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치를 살펴보자.

“스웨덴 국회의원 수는 우리보다 조금 많지만, 일은 훨씬 열심히 한다.”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
대한민국 국회의원: 300명

조금 많아? 매우 많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 수는 5,152만 명으로 스웨덴의 5배가 넘는데 그럼 국회의원 수도 5배가 많아야 맞다. 그냥 비판이 하고 싶었다면 기초, 광역의원들 수라도 합산한 후 비교 했어야지.

“그래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돈을 너무 많이 받는다! 스웨덴 국회의원 보수는 1인당 GDP의 1.79배인데 우리나라는 1인당 GDP의 5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근데 이 다큐는 나머지 반을 안 보여준다.

스웨덴의 1인당 GDP 49,582$ 세계 10위
대한민국의 1인당 GDP 28,338$ 세계 28위

애초에 표준값이 다른 걸 가지고 몇 배 많다는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보좌진 수와 같은 기타 향유 혜택이 많다는 비판이 타당하다.

“어쨌든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일을 안 한다! 쟤들이 뭘 하냐? 스웨덴 국회는 하루에 수십여 개의 법안이 나온다! 4년 동안 638개의 법안을 제출한 의원도 있다!!!”

이쯤 보면 혹시 PD가 스웨덴 왕가와 관련된 인물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루에 수십여 개의 법안이 나온다는 것은 그 사회가 이상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모름지기 법치주의가 그리는 이상적 사회는 법이 필요 없는 사회라 할 것이다. 그런데 하루에도 수십여 개의 법안을 만드는 국가가 좋은 걸까? 법은 잉여생산물이 아니다. 따라서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법은 행위의 제한이므로, 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는 전제적이게 된다.”
-Gilles Deleuze-

天下多忌諱, 而民彌貧. (천하다기휘, 이민미빈)
“천하에 금기가 많으면, 백성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노자 도덕경 5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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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범죄율은 어떨까?
“스웨덴은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 1위다? 치안이 좋은 나라다?”

간단하게 수치만 보자.

[인구 10만 명당 강간 범죄 발생 건수]
스웨덴: 58.9 (2013), 62.5 (2012), 64.1 (2011)
필리핀: 9 (2013), 4.5 (2012), 5 (2011)
케냐: 2.1 (2013), 1.8 (2012), 2.2 (2011)

 

필리핀과 케냐.

흔히 생각하기에 치안이 안 좋다고 여겨지는 국가보다 스웨덴의 강간 범죄 발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필리핀과 케냐에서는 강간을 당해도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치가 낮을 거라고 반론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인구 10만 명당 강간 범죄 발생 건수]

스웨덴: 58.9 (2013), 62.5 (2012), 64.1 (2011)
스위스: 7.1 (2013), 7.1 (2012), 7.0 (2011)
독일: 9 (2013), 9.7 (2012), 9.1 (2011)
프랑스: 17.4 (2013, 17.0 (2012), 16.4 (2011)
노르웨이: 22.5 (2013), 22.3 (2012), 21.7 (2011)
출처: UNODC Statistics

 

스위스나 독일은 물론이고, 같은 북유럽에 속한 노르웨이와 비교해도 강간율이 3배나 높다.

절도 범죄 발생 비율 역시 스웨덴이 유독 높다.

 

[인구 10만 명당 절도 범죄 발생 건수]
스웨덴: 4,002 (2013), 3,989 (2012), 4,027 (2011)
필리핀: 126 (2013), 45 (2012), 58 (2011)
케냐: 25.8 (2013), 32 (2012), 32 (2011)

이것이 죄수(數)론에서 비롯된 통계의 착시라는 주장이 있으나,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수죄를 적용하는 국가들과 비교해도 스웨덴의 성범죄율은 분명 높다.
아래는 지난 학기 교양수업 당시 토론 내용이다.

본인: “스웨덴이 다방면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있음은 분명하나, 여성이나 아동을 상대로 하는 범죄율은 여전히 세계 최악 수준입니다.”
X양: “아뇨, 제가 조사한 자료에는 치안도 좋다고 하는데요?”
본인: “그 자료를 어디서 찾으셨죠?”
X양: “인터넷이요”
본인: “전 UNODC 통계를 인용했는데요”
X양: “어떻게 통계만 믿죠??”

교양 수업에 교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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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복지라면 역시 스웨덴이 세계 최고일까?

“그래도 복지는 스웨덴이 짱이야!!!”

제일 중요한 포인트다. 사람들은 스웨덴으로 가기만 하면 자신에게도 핑크빛 미래가 보장되어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몽상임을 이번 난민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다.

스웨덴의 명성을 익히 들어온 난민들은 스웨덴으로 왕왕 몰려갔고, 그 결과 스웨덴은 유럽에서 인구 수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과는? 난민에 의해 자국민이 살해당하고, 곳곳에서 난민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다큐에서도 국가의 난민 수용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민의 질문이 있었지만, 스웨덴 국회의원은 “교육 시켜서 일을 시키고 세금을 내게 하면 됩니다.”라며 태연스럽게 넘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다큐가 방영된 다음 날 난민범죄로 인해 8만 명 상당의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스웨덴 내무부장관의 성명이 있었으며, 우리 나라에서 ‘복면가왕’이 방영되던 오늘 스웨덴에서는 ‘복면괴한’ 100여 명이 난민 아이들을 집단 폭행하는 사태가 일었다.

난민들에게 조차 관대한 무분별한 복지정책이 낳은 참극 아닐까? 

물론 스웨덴이 복지의 파라다이스로 여겨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질세부담 (Tax wedge)]
스웨덴 (42.46% of labour cost)
대한민국(21.46% of labour cost)
실제로 내는 세금 부담이 높을수록 일반 노동자들은 죽어 난다. 정말 간단하게 보면 스웨덴은 우리 나라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세금을 낸다는 거다.

[개인소득세 (Tax on personal income)]
스웨덴 (12.22% of GDP)
대한민국 (4% of GDP)
스웨덴은 GDP 대비 개인소득세 부담 비율이 무려 12.22%다. 우리 나라보다 3배 더 뜯어간다고 보시면 되겠다.

[법인세 (Tax on corporate profits)]
스웨덴 (2.58% of GDP)
대한민국 (3.16% of GDP)
반면,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스웨덴이 우리나라보다 적다. 초등학교 수학 50점 이상의 수준이라면 스웨덴이 굉장히 기업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다. 아니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스웨덴식 복지를 혀가 닳도록 칭찬할 거면 세금 더 내고 기업규제 완화해주는 정책에 동의한다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있어야 한다.

여기다 대고 “대기업들 배를 더 불리자는 소리냐!”라는 말은 않았으면 한다. ‘헤이딜러’와 같이 창창한 스타트업들을 망하게 만드는 구시대적인 규제나 좀 하지 말라는 소리니까.

결론은 스웨덴이 개인에게는 신나게 삥을 뜯어가지만, 기업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다는 것이다.

전체 파이의 크기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분배하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서는 다 같이 잘 먹고 마실 수가 없다. 극단적 평등 추구는 필시 하향평준화로 귀결된다.

남의 돈을 빼와서 내 지갑에 넣으려고 한다면, 내 지갑에서도 돈이 빠질 수 있다는 각오도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