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정신 차려야 한다.

밝힐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오늘밤 9시까지 엠바고가 걸린 여론조사 결과를 몇 시간 먼저 받아보게 됐다.
여론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2월 15일 KBS-연합뉴스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발표>

 

-광주
이용섭 42 권은희 23.7 문정은(정) 4.7

 

-인천
안덕수 송영길 최원식
(23.5) (34.6) (12.6)
윤형선 송영길 최원식
(24.4) (34.2) (14.1)
-노원병
안철수(38.3) 이준석 (33.1) 이동학(11.5)
당선가능성/안철수(44.4) 이준석(27) 이동학(9)

 

-마포갑
노웅래(35.3), 강승규(34.6)
노웅래(40.7), 안대희(30.5)

 

-종로
박진(33.3) 정세균(38.1)
오세훈(40.0) 정세균(35.6)
정인봉(26.0) 정세균(42.9)

 

-전남 순천곡성
이정현 37.2 김광진 18.1 구희승 13.2
이정현 34.0 노관규 24.4 구희승 16.1
이정현 37.0 서갑원 16.4 구희승 19.4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결과다.
종로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나올 경우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것, 그리고 순천에서 이정현 의원이 승리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나 같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국민의당이 등장하며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형성됐고, 야권이 단일화 하지 않으면 어부지리로 총선 낙승을 거둔다는 게 그동안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일관된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 계산이 틀어졌다는 게 여론조사로 드러났다.
노원(병)의 경우 노회찬 전 의원이 창원 성산으로 내려갔지만, 안철수 의원의 출마와 이동학 후보의 등장으로 3자 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다들 이준석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었다. 그러나 3자 구도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5% 이상 앞서고 있다.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선거에서 사표(死票)를 염려한 야권 지지자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표를 몰아줄 경우 당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마포(갑)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진통 끝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마포(갑)으로 보냈지만, 강승규 당협위원장보다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경우 해운대 출마설이 불거진 이후 험지 차출론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마치 억지로 떠밀리듯 마포(갑)에 사무실을 열었다.
결국 친박과 비박의 공천 주도권 경쟁이 빚은 혼선이 거물급 후보의 이름에 흠집을 낸 것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이런 식으로 소모 될 카드가 아니었다.
마포(갑)의 여론조사 결과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얼마나 무능한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천 계양(을)에서도 일여다야 구도, 3자 구도에서는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공식이 깨졌다.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과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맞붙어 야권 표를 나눴음에도 여당 후보가 한참 뒤처져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단순히 노원, 마포, 인천 등 특정 지역에 국한 된 민심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전반에 걸친 민심이 증명된 결과다.
그동안 서울 지역의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은 국민의당 후보가 나와도 절대 쉬운 선거가 되지 않을 거라며 지도부와 청와대의 각성을 촉구했었다. 청와대가 TK 물갈이와 진박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영남 출신 의원들이 대다수인 지도부는 일여다야 구도에서 치러질 총선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동안 여당을 향한 수도권의 민심은 이토록 차가워졌다.
애초에 서울은 48개 지역구 중 더불어민주당이 31곳을 수성하고 있는 야도(野都)다. 용산이나 강남 정도를 제외하면 서울의 거의 모든 지역구가 여당 입장에서는 험지인 셈이다. 야당이 강세를 보이는 서대문(을)에서 3선을 한 정두언 의원은 “국민의당이 중도 보수 표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이 좋은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여당에게 투표했던 계층이 존재한다. 그들이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으로 이탈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험지에서 뛰고 있는 의원들은 차가운 민심을 체감하지만, 영남이라는 따뜻한 아랫목을 차지한 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수도권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만하며 정쟁만을 일삼아왔다.
이대로 전략도, 대책도 없이 총선을 치르면 여론조사 결과대로 수도권 주요 격전지에서 여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인 것은 아직 총선이 두 달 가까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여론조사가 새누리당에게 일찍 맞은 매가 될 수도 있다. 매를 먼저 맞고,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야권이 분열하면 필패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서울시당위원장 김용태 의원은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도권에서 진박 마케팅이 유치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도권에서는 진박 마케팅이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차지하려면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수도권,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소수 야당이다. (최경환 의원은) 수도권에서 출마하지 않아서 상황을 모른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 무관심층이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투표에 관심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야당에 표를 몰아줄 경우 몇 천 표로 승부가 갈리는 서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총선 직전에 통합할 가능성은 없지만, 개별 후보끼리의 단일화나 출마 포기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더 이상 어부지리를 기대하며 자만할 수는 없다. 지난 총선들을 돌아보면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질 수 없는 선거’를 언급하는 순간 국민들은 예상 외의 선택으로 균형을 맞췄었다. 국민은 언제나 더 겸손한 정당을 선택한다.
수도권에서의 참패를 목도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영남 위주의 진박 마케팅이 아닌 제대로 된 민생 정책과 안보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일여다야 구도에서 여당이 질 수 없다는 공식만 믿고 배 째라 식으로 나온다면, 국민들은 진짜 여당의 배를 갈라버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