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심판은 정답이 있는 문제다

통합진보당

​<이미지 출처: 통합진보당>

지난해 11월 5일,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요청함으로써 대한민국 입헌정치 사상 최초로 특정 정당이 헌법에 어긋나는가에 대한 여부를 놓고 법적 공방전이 펼쳐졌다. 전신인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14년 만에 당 최대의 위기를 맞은 통합진보당은 올 연말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된다.

주심 이정미 재판관 등 아홉 명의 헌법재판관 앞에서 진행된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심판은 지난 1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무려 17만 쪽이 넘는 문서와 3815건에 달하는 증거 등 압도적인 규모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심판이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만큼 처음으로 녹화를 허용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이례적으로 최후진술에 대한 방송 녹화를 허용한 경위를 설명하기도 했다. 본 사건은 전례가 없는 경우로, 향후 정치와 법률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최초의 사건인 만큼, 이의 모든 것을 기록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통진당 황교안이정희

▲ 지난 25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관련 최종변론을 한 청구인 측 대표 황교안 법무부 장관(좌)과 피청구인 측 대표 이정희 통진당 대표(우)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청구인 측 대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피청구인 측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최종 변론을 끝으로 사건은 최종 선고만을 남겨놓고 일단락된 상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은 “헌법 정신과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결론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심리 절차를 마무리했고, 해산 여부에 대한 선고 날짜는 추후 양측 대리인에게 통보될 예정이다.

본 심판을 놓고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들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통합진보당 해체를 촉구하는 시민 1만 5000여명의 서명 용지를 전달한 보수 단체들은 “통합진보당은 애국가가 국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국민의례도 하지 않는 정당”이라며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진보 단체들은 ‘민주수호 통합진보당 강제해산반대 범국민 운동본부’를 결성, “정권에 의한 정당 강제 해산 시도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행위”라며 해산심판 청구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두 단체들은 최종변론이 있었던 25일 오후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가지며 신경전을 벌였다.

통진당해산시위 동아일보

▲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진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시민 단체의 모습 <이미지 출처: 동아일보>

 

이 심판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향후 정치 흐름의 역사적 분기점이 될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상당하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구성, 목적, 활동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 판단하여 해산 청구를 승인하게 되면, 통합진보당은 헌법에 의해 강제 해산된다.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이번 해산 청구를 기각할 경우, 통합진보당은 헌법적 권리 아래 정당으로 계속 남게 될 것이고 정부는 무리한 청구를 했다는 야권의 맹렬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어떤 판결이 내려지건 간에 현실정치적 측면에서 큰 파장을 불러올 사건인 것이다.

통진당해산건양측주장-서울신문

​▲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와 관련한 정부와 통합진보당의 입장 차이 <이미지 출처: 서울신문>

 

그러나 본 심판의 판결이 매우 조심스럽고 또 걱정스러운 진짜 이유는, 판결이 정당 간의 각축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정체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헌법재판소가 주권이 결정한 최고 법령이자 최고 가치인 헌법에 준거하여 내린 판결이 행여 통합진보당의 존립을 지지하는 것이라면, 이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관을 그 바탕으로 건국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통합진보당의 정치 목표 중 하나가 자유민주주의를 해체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의 실체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이후 만천하에 공공연히 드러났다. 이전에도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등 당원들의 각종 비상식적인 행위들은 통합진보당에게 “종북세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도록 만들었는데, 현직 국회의원이 그 주체였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정부로 하여금 당 해체 청구라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현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시설물 폭파, 무기 탈취, 사회혼란 유도 등의 방법론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기 때문이다.

통진당 자료

​▲ 내란음모를 주도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위 사진)과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내부 교육용 문건 <이미지 출처: 조선닷컴>

 

정부의 이러한 결단에 맞서, 통합진보당 측은 그들의 각종 비상식적 행동들을 “정치적 의견 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현 사회를 해체하고자 하는 그들의 행동을 민주주의적 가치관에 의해 보호받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통합진보당 측의 기만이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따르면 그들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그들의 추종 이념이라 말한다. 노동자와 민중의 계급 투쟁을 이야기하고, 프롤레타리아트 계급혁명을 꿈꾼다. 이는 바로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해체를 그 전제로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을 부정하면서, 그 국가 이념이 보장하는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에 기대고자 하는 통합진보당의 기만전술은, 국가를 만성적인 혼란 상태에 빠뜨리는 그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자유공방 윤주진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기각하게 될 경우, 대한민국은 “가치의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준거하여 자유민주주의 해체를 목표로 하는 통합진보당을 인정해버리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토대로 만들어진 헌법 체계가 부정되는 꼴이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이러한 사태를 “사상적 내전 상태”라 말하며 우려했다.

남들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허용되는 법이다. 국가의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국가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심각히 위협하는 행위다. 이러한 자유는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 통합진보당 측이 그들의 반자유민주주의적 목적과 활동을 “정치적 견해차”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이러한 통합진보당의 궤변을 비판하며 과거 독일의 선례를 들었다.

1956년 독일 헌법재판소가 독일공산당을 해산시켰을 때 총결문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였다. 통합진보당은 민주주의의 제도를 이용해서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다.

독일 판결문은 구체적 행위의 증거 없이, 그 의도만으로도 정당의 해산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전 변호사는 이 선례가 이번 통합진보당 위헌 심판의 주요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진당 해산 반대

​▲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를 외치고 있는 세력 <이미지 출처: JTBC 뉴스>

 

통합진보당 및 강제 해산을 반대하는 이들은 “정권에 의한 정당 강제 해산 시도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행위”라 주장한다. 참으로 황당한 말이다. 우리나라 헌법 8조에 따르면, 정당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거나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에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해당 정당의 해산을 심판 청구 할 수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이를 해산시킬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는 헌법을 통해 보장된 것이란 말이다. 무엇보다 이는 사회혼란을 유도하려는 세력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적 정체성과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반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보여주듯 통합진보당이야말로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주체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문제다. 이는 1948년 8월 15일에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국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과 미래에 관한 문제이며, 현 사회를 위협하고 해체하고자 하는 세력들에 관한 문제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의견대립처럼 옳고 그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명백한 정답과 오답이 있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