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게임 규제를 규탄한다!

모든 규제는 일종의 시장왜곡이다.  자연상태를 인위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각 주체의 인센티브를 잘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너무 심하게 왜곡하면 각 주체의 인센티브를 파괴해서 시장 자체가 터질 수도 있고,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한다.

 

2월 25일에 발표된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 및 추후관리는 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됐다. 그 중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 문서에 관련됐다. 게임중독을 당장 질병코드로 등록하는 건 아니지만,장기적으로 정신건강관리 측면에서 질병처럼 관리하겠다는 이야기다. 돌려서 말하는 것이지 같은 이야기다.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가 직접적인 시장규제는 아니지만,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업체들을 압박하는 게 게임업계의 인센티브를 떨어뜨리는 간접적인 규제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내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관리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에서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등에 대한 중독선별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근거가 뭔지 아는가? 2011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 국민 100명 중 6명이 알코올-인터넷-도박-마약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점. 이게 근거다.

진짜다. 보도자료에 이거밖에 없다.

 

알콜과 도박은 성인만 접근가능하다. 마약은 의료용을 제외하면 사용 자체가 불법이다. 이런 것들과 다르게 게임은 심의를 거쳐서 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라 접근권한도 달라진다. 그러니까 게임을 특정연령 이하는 섭취할 수 없는 물질, 할 수 없는 행동 및 불법 물질과 동일선상에 놓는 일은 참 문제적인 행동인데, 그 문제적인 행동의 근거가 너무나 미약하다.

 

게임 중독이 무엇인지 정의내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게임 중독과 인터넷 중독을 구분하지도 않은 조사를 근거로 쓰는 게 무슨 상황인가. 오히려 게임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한 ‘2015 게임과몰입 종합 실태조사’ 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게임과몰입군은 전체의 0.7%다. 표본도 다르고, 조사 방법도 다르겠지만 이 조사를 보면 숫자가 참 적다.

 

여기서 또 하나. 사실 게임 중독이라는 질병이 정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기사를 뒤져보니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같은 경우 addiction이 아니라 disorder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 외의 다른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 기사를 좀 더 찾아보니 한국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제대로 규정되지도 않은 게임중독이란 가상의 적을 왜 이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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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질병으로 관리하는 순간, 손인춘 법에서 주장한 “매출액의 몇 %를 기금으로 뜯는 행위”가 정당해진다.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발의한 게임 규제 법안에서는 ‘인터넷게임중독치유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여성부 장관이 관리하며 관련 업계의 매출 1%를 인터넷게임중독치유부담금으로 징수하겠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정신의학과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서 게임중독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긴다.

참고로 게임중독법을 이끈 사람은 신의진 의원인데, 본업이 정신과 의사다. 신의진 법은 더 악법이다. ‘게임’을 넘어서 ‘인터넷 콘텐츠’라는 정체 모를 무언가를 규제하자고 한다. 이래서 정말 헬조선이다.

 

 

ⓒ 동아일보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이해관계는 게임을 질병으로 관리하고 규제할수록 손발이 착착 맞는다.반대로 문체부와 미래부는 이럴수록 복장이 터진다. 한류라고 외치면서 강남스타일을 주문처럼 외울 때 번 돈보다 서든어택 총알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2014년 기준으로 콘텐츠산업 수출액이 약 50억 달러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게임에서 나왔다. 케이팝이랑 드라마가 아무리 대단해 보여도 게임이 수출왕이다.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정의되진 않았지만 게임으로 인한 문제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미디어 리터러시가 낮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도구가 있으면 그 도구를 어떻게 써야 잘 쓴다고 소문이 날지 고민하는 게  먼저다. 무조건 그 도구를 못 쓰게 규제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또한 중독 같은 경우, ‘단절’이 전제되는 상황에 일어난다. 그러니까 사람이 사회와 단절되어 있을 때 게임이 툭 떨어지면 그 사람은 소위 ‘중독자’ 상태가 되는 셈이다. 그 자리에 술이 있으면 알코올중독, 도박이 들어가면 도박중독이 된다. 이에따라 미시적인 정책도 있어야겠다만 장기적으론 사회에서 단절된 사람을 어떻게 데려올지 고민해야 하는데 한국의 규제 정책은 그런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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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DUCHINA

 

 

앞서 말했다시피 결국 규제는 각 주체의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토록 빈약한 근거로 엄청난 규제를 예고하는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는 아무리 봐도 정부 관련부처만 좋고 산업을 죽이는 일이다. 각 주체의 인센티브를 적당히 갖고 노는 게 아니라 일단 규제로 두들기고, 두들길 때 나오는 콩고물을 정부가 관리하려는 것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싸이 이야기보다 페이커 이야기를 듣는 세상이다.

한국 게임 콘텐츠가 전세계로 팔리는 세상에 게임을 이렇게 무식하게 규제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뱃지를 달고 있다.  무차별 시장파괴 살인전차가 따로 없다. 후져도 너무 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