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국민들은 진짜 열광했을까?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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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진보세력이 주장하는 ‘열광’의 정의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위 기사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로 온국민이 열광했다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딱히 그래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내집단에 속해 있길래 혁명전야와 같은 ‘열광’을 목격하고 장중한 칼럼을 써 내려갔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국민적 열광’의 객관적 지표는 늘 그런대로 트위터의 RT숫자라든가 페이스북 공유, 좋아요 숫자로 파악하는 것 같다. 그런데 SNS에서 특정 진영에 환호하는 현상은 문재인이나 표창원, 박원순 트위터만 들어가도 365일 벌어지던 ‘국민적 열광’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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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SNS가 아닌, 진짜 지표를 보자.

리얼미터가 제공한 정당지지도다. 필리버스터 바로 직전(22일)의 정당지지율은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 42.1
[더불어민주당] 24.3
[국민의당] 13.9

은수미의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그 팬덤 효과가 극에 달했던 26일의 정당지지율은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 46.5
[더불어민주당] 26.8
[국민의당] 11.0

새누리당은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고, 더불어민주당도 상승했지만 국민의당이 하락했다.

29일에 새누리당은 4%포인트가 하락한 42.6%이나 필리버스터가 끝난지 단 하루만(3일)에 46.1%로 회복했다. 이는 오히려 2월 1주 40.2보다 6%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마지막 자료인 4일 정당지지도는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 43.1
[더불어민주당] 26.7
[국민의당] 11.8

뭐가 국민적 열광이란 말인가? 국민의당 지지율과 무당층 지지율을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사이좋게 나눠가진 것밖에 더 있나? 심지어 새누리당이 좀 더 많이 혜택을 입었다.

 

필리버스터 전후를 비교해봤을 때 국민적 열광이라고 부르기에 걸맞지 않는 평범한 지지율 변화다.  멀리는 효순이미선이(SOFA개정), 광우병, 4대강, 미디어악법, 도룡뇽살리기부터 세월호, 노동개악, 복면 폭력 총파업, 필리버스터까지 뭐하나 국민적 열광이 아니었던적이 없었다. 매년 매달 매일 일어나는 ‘우리들만의 열광’에 무슨 분석이 있고 책임론이 있나?

 

민주당 지지자들의 자기 기만은 지치지도 않고 계속 된다. 정의가 불타오르던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쉬지도 않는다. 필리버스터는 그저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말소시킨 것 외에 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도 김종인의 결단이 아니었더라면 선거구 획정도 못하고 침묵하는 다수가 심판하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다음 ‘나라 팔아먹어도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며 정의감을 뽐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번 총선도 멋있게 패배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았겠지. 패배DNA는 특별한 게 아니다. 객관적이라고 자부하면서 정작 객관적인 지표나 통계가 아니라 주관적인 측정, 즉 자기 지지자들 내부의 정서나 반응을 중요시 여기며 자위하는 것에 그칠 때.

 

냉정한 현실 인식을 하지 못할 때, 문제를 모르니 답을 알 수 없는 악순환에 빠져 계속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