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와 일베의 잘못된 논리

지난 해 7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호두과자 제품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천안 소재의 모 호두과자 업체가 다시 한 번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의 직후 작성한 사과문을 취소하고,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비난 글을 남긴 네티즌 150여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실이 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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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이 되었던 호두과자 제품.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허핑턴포스트>

 

이 논란의 중심에는 악명 높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가 있다. 문제 호두과자 업체 대표의 아들이 일베 회원이며, 노 대통령 비하는 일베 회원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비뚤어진 놀이문화다. 일베 회원들의 패륜적 발언과 문제 행위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상당한 반감을 사고 있었고, 지난 해 문제 업체의 노 전 대통령 비하 제품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자 업체와 일베에 대한 대중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이전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를 옹호하며, 이에 대한 비난에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호두과자를 옹호하는 논리는 단순하다. 왜 쥐와 닭은 되고, 코알라는 안되냐?

 

왜 쥐와 닭은 되고 코알라는 안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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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과 쥐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그림은 흔히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민중의 소리>

 

호두과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쥐’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하는 ‘닭’을 그 예로 들며 사람들의 이중잣대를 지적한다. 쥐와 닭도 코알라와 같은 형태의 희화화이자 조롱인데, 왜 코알라만 유독 문제 삼느냐는 반론이다. 단지 고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납득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언뜻 보기에 이 주장은 충분히 논리적인 것 같다. 허나, 노 전 대통령 비하에 대한 비판의 논지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

 

노무현을 비판해서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일베 회원들의 고 노무현 대통령 비하가 사회적 질타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성과를 비판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한 개인의 죽음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기 때문이다. 코알라가 그려진 호두과자 제품이 사회적으로 비난 받았던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여 그린 코알라 마크를 넣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죽음을 조롱하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추락주의”와 “중력의 맛”이라는 글귀는 명백히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쥐와 닭, 그리고 코알라와 같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패륜적 방종이다.

한 개인의 죽음을 조롱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정치적 견해 차를 떠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다. 일베 회원들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비하가 사회적 질타를 면치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패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베 회원들의 고 노무현 대통령 비하에 대한 비판은 “쥐와 닭은 되고 코알라는 안 된다”라는 식의 진영논리에서 비롯된 이중잣대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의적 선에 대한 지적이다. 정치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의 문제인 것이다.

 

그들의 한 마디가 주는 교훈

비록 비판의 논지를 잘못 파악한 반박이었지만, “왜 쥐와 닭은 되고 코알라는 안 되냐?”라는 일부 입장의 반박은 우리 사회에 지적하는 바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그가 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도는 5.7%였다. 역대 최악의 지지도다. 대통령으로서의 실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나마 내세울 수 있었던, “청렴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조차도 퇴임 후 드러난 각종 뇌물 수수 혐의로 무참히 무너져버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좌우를 막론하고 그야말로 적대적이었으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불법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위해 검찰 소환 명령이 떨어지자 노 전 대통령은 출두하기 전 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반노무현여론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이를 지지하는 여론은 그 규모가 상당했다.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은, 당시 반 이명박 정권 분위기와 맞물려 여론을 180도 뒤바뀐다. 연이은 보수 집권당의 출현은 그 반작용으로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왔다. 이렇게 정부비판적 목소리에 친노 성향이 추가되며 여론을 지배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듯한 사회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그의 행보에 대한 수많은 비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쳇말로 “까방권(까임방지권의 준말)”을 얻은 것처럼 고인의 정치 성과를 비판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는 사회 분위기다.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는 한 시민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할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은 비판해서는 안 된다”라는 암묵적 규칙을 강요하고 있는 일부 정치 집단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일베의 아이러니

​모순적이게도, 일베 회원들이 오히려 이런 일부 정치 집단의 프로파간다를 돕고 있는 상황이다.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행위가 행여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본인을 일베 회원으로 오해하게 만들까 두려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베의 부도덕한 행위들은 그들을 사회악의 아이콘으로 만들기 충분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이 아이콘의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결국 일베는 진보와 보수, 친노와 반노 모두의 적이 된 셈이다.

​결국 쥐와 닭은 되고, 코알라는 안 되는 이중잣대를 만들어 낸 것은 일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