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노한다.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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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세월호가 침몰했다. 침몰하는 배안에는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학생들과 관광객, 운송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타고 있었다. 침몰하는 배안에서 스스로 살 길을 찾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선장의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에 말없이 순종했던 착한 사람들은 세월호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우리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이 무력하게 목숨을 잃어가는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바다에 가라앉으면 산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체온증으로 인해 3시간안에 사망한다는 뉴스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 뉴스를 보면서도 간절하게 기도하는 우리였다. 제발 살아있어달라고, 그렇게 허망하게 가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그러나, 간절하게 바랐음에도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얼굴조차 모르는 아이들이었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 티비를 틀면 세월호 관련 소식들이 쏟아졌고, 세월호가 침몰할 수 밖에 없었던 많은 이유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re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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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해운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유병언의 온갖 비리, 선장 이준석의 무책임한 행동, 지역사회의 관행, 그것을 방치한 국가의 낙후된 시스템, 그리고 감시기능의 부재가 총체적으로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어찌된 일인지, 세월호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지만, 무고하게 죽음을 당한 이들에게 미안함이 계속 몰려왔다. 일상의 업무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의 무기력함이 지속됐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우울증과 비슷한 상태였던 것 같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와 함께 잠긴 이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마도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내가 모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 자신의 맡은 바를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사람, 공정함을 대신하는 온갖 연줄, 이를 방지하지 못하는 제도, 그리고 그 제도를 감시하지 못하는 우리. 세월호 참사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부정적 단면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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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일까? 세월호를 떠올리면 안타까움 말고 하나의 감정이 더 생긴다. 바로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을 향한 혐오와 분노다. 물론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러 쟁점이 있다는걸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을 세월호와 관련하여 이미 규명된 ‘과학적 진실’을 의도적으로 부정한다. 그리고 ‘과학적 진실’의 자리에 자신들의 음모론을 집어넣는다. 과학적 진실을 대신하는 음모론의 뒤에 자신들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이후 이와 관련된 많은 ‘시장’이 생겨났다. 이미 조사가 끝나고 죄를 지은 사람들이 처벌까지 받은 상황에서, 커져버린 정치판의 뒷수습을 위한 특조위가 생겼다. 그러나 특조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또한 세월호와 관련된 수 많은 단체들이 생겼으며 관련된 상품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수 많은 ‘시장’들이 돌아가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은 물론이고, 세월호 참사에 슬퍼하는 사람들의 성금이 투입되었다. 이 시장으로 인해 누군가는 정치적 이익을, 누군가는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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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물론 이러한 ‘만들어진 분노’에 동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떠한 이익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분노를 생산하고, 설파하는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수십년간 증명되어온 ‘분노 시장’의 블루오션에 불과한 것 같았다. ‘잊지 않겠다’는 구호도, ‘침묵하지 않겠다’는 말도 오랜 기간 이 ‘시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다는 사람들이 ‘세월호처럼 침몰했다’라는 표현을 쓰거나,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본딴 만평을 그리는 것을 보면, 그들이 진정으로 분노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세월호의 분노를 주도했던 이들은, ‘분노 시장’이 생산될 수 있는 곳이면 귀신같이 나타나서 명예를 얻고 돈을 만들었다.

 

이들의 무리한 장사가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지만, 없앨 수 없는 분향소만이 쓸쓸하게 남아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세월호를 팔아먹던 장사꾼들은 어느새 세월호를 이야기 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이 그토록 ‘잊지 않겠다’고 부르짖던 유가족들은 슬픔에 잠겨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며, 팽목항과 안산의 주민들의 피해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오늘은 세월호 2주기다. ‘시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버려져 불과 며칠 전까지 아무도 관심갖지 않다가, 기념일마냥 갑자기 ‘기억’해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2년이 지난 날이다. 이제는 만들어진 분노와 강요된 기억을 잊고,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를 하나씩 풀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무고하게 죽어간 아이들과 어른들, 구조를 하다 돌아가신 많은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세월호를 제대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맡은 직무안에서 윤리의식을 가진다면.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상황속에서도 원칙과 메뉴얼을 준수하며 시스템안의 부조리와 부패에 있어 투철한 신고의식을 가진다면. 빨리빨리,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문화가 쌓여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적폐들을 하나씩 없앤다면.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았다고 매년 4월 16일이면 당당히 말할 수 있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