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작권’에 관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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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장훈 트위터 @ConcertKim 캡쳐

 

각종 논란을 일으켜 온 연예인 김장훈 씨가 이번에는 ‘불법 다운로드’로 구설수에 올랐다. 영화 <테이큰 3>를 다운로드 했다며 올린 위 트위터 게시물이 문제의 원인이다. 해당 트위터가 게시된 후 일각에서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 다운로드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논란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다운로드, 결론부터 말하자면 합법이다. 그렇다면 합법 다운로드가 불법 다운로드로 둔갑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는 합법

2012년부터 시행된 저작권법 제 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인터넷에서 영화를 다운받아 보는것은 현행법상 문제될 소지가 전혀 없다. 이를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봐도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것은 불법이다. 정리하면, 내려받는 것은 합법이지만,  전달하는 것은 불법이다. 결국 “김장훈 씨가 불법 다운로드를 했다”는 말은 ‘불법으로 전달된 파일을 합법적으로 다운로드’ 받았다는 교묘한 말장난인 셈이다.

왜 영화에만 정의로우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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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qoo.net

 

우리나라의 영화시장은 세계적으로 봐도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약 3배 정도 되는 인구를 가진 러시아도 우리나라보다 영화시장이 작다. 우리나라는 인구 수 대비 영화에 쓰는 돈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영화는 영화관 가서 보는것’이라는 인식과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있다. 영화업계는 ‘굿 다운로더’ 캠페인을 벌이며 자신들에게 돈을 바치지 않는 네티즌들에게 죄의식을 심고 옥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분야의 저작권은 신경도 안 쓰면서 영화나 음악같은 대중문화에 대한 저작권만 칼같이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의 반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CL)’가 뭔지도 모른다. ‘카피라이트’는 알아도 ‘카피레프트’는 모른다. 소프트웨어 사용권에 관해서는 더욱 심각하다. EULA 문서는 읽지도 않고 동의한다. 웹하드에 50포인트를 지불하고 ‘정품’ 포토샵을 설치한다. 정말 저작권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런 반쪽짜리 행동은 그만두어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은 없으면서, 유독 대중문화 저작권을 강조하는 이들은 종종 독립영화나 인디음악을 들먹인다. 콘텐츠에 대한 결제가 없으면 이런 작품을 하는 사람들이 배를 곯게 될 것이고, 이는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한 가지 착각을 전제한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소비해야 한다는 착각.

천만에. 소비자는 자기욕구를 제외한 무언가를 위해 ‘억지로’ 콘텐츠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안 팔리는 음반은 어차피 안 팔리고 잘 팔리는 음악은 어차피 잘 팔린다. 앨범을 사는 팬이 없어 배를 곯는다면, 그들의 음악은 그들만 좋아하는 음악인 것이다. 팬이 많을수록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당연한 이치이다.

오락가락 저작권

내려받는것은 합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기 위해 올리는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이다. 그러나 내려받는것이 마냥 합법은 아니다.

다운로더 입장에서 복제의 대상이 되는 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파일인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면 위와 같은 다운로드 행위를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서 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2008년 8월, 서울중앙지법 ‘저작권침해금지등가처분’

2008년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판결에 따르면, 내려받는 파일이 ‘미필적으로나마’ 저작권을 침해했다는것을 알고 있었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원칙적으로 내려받는 것은 합법이지만, 위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다.

또 웹하드에서 내려받으면 합법이지만, 토렌트로 내려받으면 불법이다. 토렌트 기술은 특성상 내려받으며 동시에 올리기 때문이다. (토렌트를 통해 전체 파일이 아닌 의미 없는 작은 데이터 조각을 교환하는것이 저작권 위반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런데 (판례가 없지만) 토렌트 시드를 공유하거나 마그넷 주소를 공유하는 것은 직접적인 파일 공유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저작권 위반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IT 전문 웹진 블로터닷넷에서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사용하는것에 대해 콘텐츠 홀대라며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음악을 보며, 음악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라고 했지만, ‘김장훈 씨, 불법 아니니 안심하세요‘ 라며 의도적으로 죄책감을 불어넣는 저작권자를 비판하기도 했다. 매체만 같고 다른 기자가 쓴 기사들이었다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같은 기자가 쓴 글이다.

우리는 저작권에 관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명확하지 않고 오락가락 하는것이 저작권법이다. 윤리적인 잣대를 가져다 댈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이 무조건 지켜야 할 완벽한 도덕률이며, 의무라고 외칠 것인가? 저작권 법은 그 애매한 특성상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일시적인 법률일 뿐, 완전무결한 정의는 아니다. 영화를 다운받아 본다고 영화사가 파산하는 시대가 아니다. 일관성 없는 저작권 잣대에 자신의 도덕성을 끼워맞출 필요는 없다.

저작권을 반대했다고 해서 창작 의지가 꺾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작권 개념은 오히려 기업 이익에 부응하는 제도라고 생각해요. 전세계 모든 곳에 정보가 퍼져 있고 온라인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입니다. 일부 지식인층이나 다국적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잘못된 일입니다

– 아멜리아 안데르스도테르 (전 유럽의회 의원)

참고
(-.-)a “인터넷으로 영화 다운받는 게 불법인가요?”
해적당은 정보 주권을 이용자에게 돌려주려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