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으로 싸게 사는 반포자이

대한민국 주거정책의 바른 방향은, 우선 전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라는 무임승차 체계의 소멸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나아가 주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월세’ 중심의 시장 개편 방향을 인정하는 한편, 뉴스테이 같은 월세주택의 공급을 지원해야 한다.

 
이 중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최저주거권 보호정책으로, 최소한의 보증금과 시장가격 대비 낮은 월세를 부과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면 된다. 단, 그 대상과 품질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집을 ‘못’사는 사람과 차임을 ‘못’부담하는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것이 공적자금이지, 집을 ‘안’사는 사람과 차임을 ‘안’부담하려는 사람을 위해서는 단 한푼도 쓰여선 안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서울/수도권/광역시 기준 전세금 1억원, 지방 군단위 기준 전세금 5천만원 이상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적자금을 통한 주거복지는 불필요하며 부당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보다 조금 좁거나 안 좋은 입지의 집을 매입할 수 있음에도 투기적 관점(시세상승에 대한 비관), 구매력 대비 주거허세(학군,넓이,교통 등), 공동체에 대한 기여 회피(취득세,재산세 등 아무것도 납부하지 않음)를 누리기 위해 집을 ‘안’사는 것일 뿐이다.

 
해당 기준선에 미달하는 주거취약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에도, 분양면적 16평(전용면적 12평, 방1~2개+거실+주방+욕실)을 공공임대주택 품질의 최상한선으로 놓고 그 이내의 범위로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당연히 편의시설은 전부 삭제하고, 주차장은 지상으로 올리며, 자재는 최저급을 써서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그 이유는 후술.)

 

 

휴먼시아

ⓒ 휴먼시아

1~2억원짜리 강북,경기도의 아파트/다세대 주택, 몇천만원짜리 지방의 아파트/다세대 주택이라도 그것을 매입하여 거주하는 사람들은 매입 시점에서 취등록세를, 보유기간동안 매년 재산세를 관할 지방자치단체 앞 납부한다. 주택채권 매입 또는 할인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마련의 재원 또한 공급하며, 중개보수와 인테리어비 등을 지불하여 지역 중개사와 업자들의 일자리도 공급한다.

 
그런데 동액의 보증금을 내고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대체 공동체에 어떤 경제적 기여를 하나? 싼 집이라도 자기 집을 매입해 사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들은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공적자금으로 마련된 인프라는 모두 활용하니, 사회에 프리라이딩 하는 무임승차자들이다. 4억원 주고 강북 24평 아파트를 매입한 사람과, 같은 돈을 주고 같은 단지의 32평 아파트에 전세사는 사람 중 전자는 강자이고 후자는 약자인가?

 
근본적으로 전세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 전세를 놓는 것은 시세변동의 리스크를 제거하면 어떤 경우에도 손해보는 장사다. 막말로 10억원주고 집 사서 8억에 전세놓는 사람은 취득비용 4천만원 + 매년 재산세,감가상각 부담해가며 8억원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 그냥 집 안사고 전세 공급 안하면서 10억원 은행에 예치하는게 남는 장사라는 건 초등학생들 산수만 해도 안다.

 

 

즉 집값이 취득/보유비용과 기회금리를 모두 커버하는 이상으로 올라버리는 바람에, 매도를 통해 차익을 챙기는 자본이익실현 외에는 그 어떤 공급의 유인도 없다는 이야기다. (시세변동의 상하방 리스크중 상방에 대해서는 비용 떼고 양도소득세까지 들어가지만, 하방에 대해선 어떤 보상도 없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누군가의 일방적 희생과 누군가의 일방적 무임승차 폭리를 전제로 하는 체계가 유지될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도 집값이 안정추세를 보이면서 전세 소멸을 향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공적 기금으로 이런 호구질을 해달라는 건 대체 무슨 공짜심보인가.

 

 

언더도그마

ⓒ 언더도그마

 

 

집을 산 사람은 자기 집의 귀속임대료(집 살 돈으로 다른 데에 투자를 했다면 벌었을 돈, 자기 집에 자기가 거주하지 않고 남에게 임대했다면 받았을 돈)만큼을 대가로 지불하고 살고 있고, 월세입자 또한 임대료로 공급자에게 거주에 따른 비용을 지불한다. 전세만을 바라는 사람? 전세금의 기회금리를 계산해보면 월세입자의 절반 수준의 대가만을, 심지어 임대료가 아닌 기회비용의 형태로 부담할 뿐이다. 남의 돈, 서비스로 효용을 누렸으면 대가를 지불하는건 당연한 거 아닌가.

 
공공임대주택 품질의 상한선을 분양주택 품질의 하한선 아래(전용 12평, 최소한의 건축비로 최저한의 품질로 공급)로 제한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정의’에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하는 재원은 주택 구매자들이 납부하는 세금과 주택채권매입(할인)에 의한 것이다. 열심히 일해 돈벌고 세금내서 1억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제공하라고 1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낸 세금으로 2억원 상당의 공공주택을 제공한다? 세금내는 사람을 호구로 보는가? 분명히 임대주택의 질은 분양주택의 최저한보다 낮아야 한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지나치게 질이 높다. 그러니 소득과 자산을 숨겨가면서 수서,일원동의 임대주택에서 대형차를 굴리는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 같은 자들이 속출하는 것 아니겠는가. 무임승차 권장사회다.

 
임대주택 정책중 최악의 정책은 오세훈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저질러 놓았던 SH공사의 ‘시프트’다.

 

 

매매가 10~11억원, 전세가 8~9억원의 반포자이 26평형의 시프트 전세가가 4.7억원이다. 이 돈이면 강북 홍제동의 30~40평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고, 마포 신축 30평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갈 수 있다. 5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을 과연, 최고급 주거지의 특급 아파트에 세금한푼 안내면서 기생하게 할 이유가 있는가? 심지어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과 서울 시민들의 세금 위에 세워진 아파트이다. 하루빨리 철폐되어야 한다. 시프트 소득여건 만족시키는 부유층의 백수 자제라든지 충분히 강북 아파트 살 수 있는 중산층에게 10억원짜리 아파트를 4.7억원 내고 살게 해주는게 말이 되는가? 그 비용을 도봉구 쌍문동 3억원 아파트 사는 사람의 세금으로 충당하는게 올바른 구조라고 보이는가? 심지어 이게 강남의 웬만한 재건축단지마다 ‘소셜믹스’까지 한답시고 로얄층들에도 박혀있다.

 
양재동 경부고속도로변에 양재우성아파트가 있다. 90년대에 지었고, 주차장도 부족하고, 낡았다. 그런데 그 건너편엔 지하주차장까지 완비하고 넓은 최신평면의 양재리본타워 라는 시프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양재우성아파트 주민들은 낡은 집을 취등록세, 중개보수 내고 사서 인테리어 비용 들여가며 고치고, 매년 재산세를 부담하고 있는데, 양재리본타워 시프트 입주자들은 훨씬 넓고 안락하며 편안한 주택에 세금한푼 안내며 공짜로 살고 있다. 강남의 수서, 일원, 세곡지구, 서초의 우면, 내곡지구 등에 가면 아주 흔한 풍경이다. 이 외에도 송파 장지, 마천지구, 마포 상암지구 등. 심지어 자기 돈내고 집 사서 자기 세금으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멀리 서판교에서 마을버스 이용해 판교역까지 들어가는 불편을 감수하는데, 훨씬 좋은 입지의 초역세권 동판교에는 다른 사람들 세금으로 임대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놓았다. 이게 올바른 일인가?

 
무엇보다, 무슨 서울에서 몇년을 모아야 집 한채를 산다 라는 류의 선동도 그만 봤으면 한다. 한국정도 되는 나라의 글로벌 도시 중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일반 직장인이 보편적으로 몇 년간 자기 돈만 모아서 집 살 수 있는 도시는 없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20~30년 장기 모기지 땡겨서 집 산다. 월세를 고정 주거비용으로 생각하든지, 그 돈으로 장기 모기지를 부어서 자기 집 만들든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공짜 좋아하는 한국인들처럼 ‘전세’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참고로 선진국의 LTV는 한국보다 훨씬 헐거운 기준을 적용해 대출비중은 더 높다. 그리고 소득대비 주택가격과 주거비용(월세) 모두 한국은 OECD 국가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즉 집을 매입하기도, 월세를 살기도 착한 가격의 헤븐조선 이라는 얘기다.

 
도시 1억원(군읍면 5천만원) 이상의 전세보증금을 마련 가능한 사람에겐 그 값의 집을 사든지, 아니면 대출을 용이하게 해주어 레버리지를 끼고 좋은 집을 사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 몫의 취득세와 재산세를 내면서 공동체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대출-주택매수 활성화가 올바른 주거복지 대책이다. 이런 면에서 지난 몇년간의 대출 확대, 거래활성화 대책은 옳은 방향이다.

 
대학에서 팀플할때 항상 있는 프리라이더들. 누군가가 다 준비해 놓으면 이름만 살짝 올리는 사람들. 지금 한국의 주거복지는 대학의 주먹구구식 팀플 학점 부여만도 못한 인센티브 체계다. 열심히 한 사람에게 C를, 이름만 올린 양심불량자들에게 B를 주고 있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