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개혁이 정말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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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인

‘명문대 나오면 뭐해 절반이 백수인데.’를 주제로 한 강연의 녹취록이 화제다. 15년에 걸친 기자 생활동안 한국 사회의 경제/교육 분야를 두루 돌아본 최중혁 기자의 강연록이다. 공교육과 사회 시스템의 개혁을 부르짖은 강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 사회의 공익과 합리성을 떨어트리는 폐해는 ‘그들만의 이너서클’에서 나온다. 법조계/산업계/의학계/체육계 어디에도 예외는 없다.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세상이 본래 그렇지 뭐’ , 또 하나는 자기도 이너서클에 들어가려 노력하는 것. 이너서클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은 그 해결책을 교육에서 찾아왔다. 그 결과 ‘영어 유치원 – 사립 초교 – 국제 중학교 – 특목고 – 명문대 코스’를 밟으려 기를 써왔다.”

“영어 유치원 3년, 사립 초등학교 6년이면 적어도 학비로만 1억원쯤 쓴다. 상위 10%에 들지도 못하면서 스스로를 중산층이라 믿는 분들의 가랑이가 찢어져왔다. 그리고 그 선택의 ‘합리성’이 취업난으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렸다. 그렇게 키워놓은 아이들이 취업을 못 한다. 대학 공시를 보면 SKY 대학의 취업률이 50% 안팎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포함한 수치가 이렇다.”

“명문대 나오고 유학을 다녀와봐야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삼성전자도 현대자동차도 앞날을 낙관할 수 없는 시대다. 취업의 시대가 끝났다. 고용의 종말과 저성장을 동시에 맞이한 시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65%는 현재 세상에 없는 직업을 갖게 될 전망이다.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평생 몰두할 업은 공부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현장 경험으로부터 오는 직관’이 중요하다.”

“취업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을 교육에 대입해보면 ‘교과의 시대는 끝났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아직 맞춤형 교육은커녕 경쟁 교육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교과의 시대를 멈추고, 교과와 비교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적성을 찾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교육에 대한 사고 또한 직선에서 순환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대학교 졸업-취업-정년퇴직으로 이어지던 시대는 끝났다. 고교 졸업 후 창업을 했다 나중에 필요를 느껴서 대학에 진학하고, 다시 재취업이나 창업을 하는 미국인들의 순환식 사고를 참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직선의 시대에 맞춰져 있는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관료들도 순환적 시스템으로 전환할 미래 사회에 걸맞은 인프라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떤 정책을 선택해야 할지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 개혁’을 주제로 개최된 강연은 처음이 아니다. 가진 자들의 카르텔과, 함께 가지기 위해 ‘양반 자격증’으로 기능해온 대학 졸업장, 기름밥 장사밥 먹는 상인들 앞에서 근거없이 깨알만 죽여대는 사농공상주의, 이미 투입한 베이비부머-486세대의 자식교육비용에 대한 분석은 이미 여러 번 주목받아왔다.

얽히고 설켜있는 ‘비합리적’ 사회구조에 개선 방안도 쉴 새 없이 쏟아져나왔다. 최중혁 기자의 강연도 그 흐름의 연장에 있다. 결국 결론은 ‘교육’과 ‘시스템’의 개선이다. 그런데 그게 쉽게 되지 않는 이유가 있으니 변화를 찾기 힘든 것이다. 특히 현재 세상에 없는 직업을 갖게 될 현 시대의 초등학생들과,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2050년에 대안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칠포세대

ⓒ 중앙일보

다시 말해서, 이미 부모에게서 독립적 가치관을 거세당하며 키워진, 대학 나오느라 꼴아박은 비용만 억 단위인, 현 청년세대는 어떻게 할 거냐는 거다. 그들은 새롭게 개편된 시스템을 기다릴 여유도, ‘순환적’이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향해 개혁될 교육을 다시 받을 여력도 없다.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바로 코 앞의 ‘십년지대계’를 바꿀 수 있는 교육 서비스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덩치가 크고 반응이 느린 공교육으로는 당연히 힘들고, 사교육 시장이 기능해줘야 한다.

모두가 ‘대학’을 바라보았고, ‘대기업’을 꿈꿔왔으며, ‘양반’이자 ‘가진 자’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현재 사회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취업난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이들은 이미 예전부터 ‘순환적’ 혹은 ‘현실적’ 사고로 선택을 해온 이들이다. 대학을 안 갔거나, 빠르게 중퇴하고 직업전문학교 혹은 폴리텍대학에서 ‘산업 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커리어를 시작해온 이들. 남이 뭐라 하건 시장에서 구르며 정육점이건 핸드폰 대리점이건 각자의 ‘생존 방식’을 체득한 이들이 시대의 ‘현자’가 되었다.

화자

‘나는 아닐 거야’라며 애써 현실을 외면해온 청년들의 비합리적 현실감각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먹은 ‘힐링힐링’과 ‘가능가능’. 그리고 ‘힐링’과 ‘가능’위에 세워진 사교육 시장이 붕괴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시장은 가장 빠르게 ‘현실’을 반영하지만, 기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부모-자식-사회 전부가 눈이 멀었던 ‘비합리적’ 소비자 성향으로 여기까지 버텨온 곳이 바로 취업-사교육 시장이다.

‘성공’이 아닌, ‘명예’가 아닌, ‘꿈’과 ‘희망’과 ‘이상’이 아닌, ‘현실적 생존’을 핵심 비전으로 삼는 사교육 시장 개편을 고대한다. 공교육과 시스템 개편을 기다리기에, 오늘도 청년들의 현실은 냉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