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간통죄 폐지, 우리는 준비되어 있을까?

 

헌재 간통죄 판결_SBS

ⓒ SBS 뉴스

 

헌재가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그 논리는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 존중’이었다. 개인의 성생활에 대한 판단은 개인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를 일관되게 적용하면 ‘매춘’ 역시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에 속한다.

헌재의 이 대담한 판결은 유럽의 간통죄 폐지 흐름을 따라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유럽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 흐름에 발맞춰가려는 것은 곤란하다. 서구 유럽에서 간통죄가 폐지된 배경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대개 결혼 전 동거기간을 갖는 것이 유럽의 문화다. 그래서 사실혼, 즉 실제로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법률혼과 같은 수준으로 보호한다. 이 과정에서 ‘간통’이라는 개념은 복잡다단한 배경을 가지게 된다. 법률상 혼인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간통이 성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은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죄를 처벌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혼죄 처벌이 없다. 이중 살림을 차리더라도 법률혼 밖에 인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중혼이나, 이에 준하는 배덕의 행위를 간통죄로 처벌해 왔다.

유럽은 간통을 처벌하는 대신 중혼을 처벌함으로써 성의 개인적 결정을 존중하되, 결혼이라는 관습적 전통을 보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헌재의 판결로 인해 결혼과 가족을 보호하는 법이 사라져버렸다. 결혼의 신성함을 파괴하는 두 집 살림과 같은 행위를 처벌할 방법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이런 걸, 꼴뚜기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고 한다.

간통죄는 약자의 권리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배우자에 대한 신의성실이라는 약속을 깨버린 이를 간통죄로 처벌함으로써, 결혼생활에 충실한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구속해온 것은, 단순 결혼이라는 관습을 지키려는 이유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 충실했던 사람의 권리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상대에게 거친 말을 하여 정신적 피해를 준다면 이는 모욕죄로 처벌받는다. 그런데 간통으로 배우자에게 절망에 가까운 정신적 피해를 주었음에도, 국가가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미국의 경우엔 간통에 대한 처벌법이 실제적인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간통죄를 폐지하지는 않았다. 이혼시 위자료를 통해 간통자에게 불리함을 주기 위해서다. 간통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당한 사람의 경우, 죄상에 따라 거의 전 재산을 넘겨줘야 할 정도로 간통죄에 대한 위자료 판결과 사회적 인식은 엄격하다.

배우자를 배신하고 정신적 피해를 입힌 사람이 그 행동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위자료 재산 분할과 같은 규칙이나 타 법적 처벌장치를 먼저 구비한 후에 간통죄 폐지를 논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다.

성의 결정은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이의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 처벌이 도덕적 차원의 비난에 그칠 것인지, 사법 차원의 징벌로 이어질 것인지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도덕감정에 달려있다. 법이란 논리이기 전에 도덕감정의 연대라는 자유주의자 아담 스미스의 정의론이 다시 생각나게 하는 판결이다.

 

※ 편집자 주: 본 글은 미래한국 한정석 편집위원의 기고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