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성공하는 사회는 없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위인전을 읽고 성공신화를 접해온다. 그 결과 자수성가를 미덕이라 생각한다. 자수성가란 무엇인가.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수성가 스토리는 대체로 그 개인이 노력하여 일군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알게 모르게 주어진 기득권에 대해서는 보통 언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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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과학혁명의 시초가 된 뉴턴은 현대 과학의 상당한 부분의 기초를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연구업적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한 수준이니 칭송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 17세기 우리 선조들이나 여타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왜 뉴턴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았냐고 말하면 곤란하다. 풀뿌리 하나 주워 먹기 힘들고,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시설은 커녕 서당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웠던 당시 조선을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뉴턴이란 입지전적인 인물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영국이라는 비교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나라에서 태어났고, 당시 대학에 진학할 만큼 부유한 집안이었다는 ‘기득권’이 있다. 현대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도래도래 과자점의 성공신화가 널리 퍼진 적이 있었다. 젊은 여성 CEO가 소자본으로 시작하여 꾸준히 한 가지 업종에 집중하다 보니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헌데 얼마 후 그 사장님의 아버지가 인천 구월동의 14층의 오피스텔 건물주였고, 그러한 성공신화도 어느 정도 배경이 있었음이 알려졌다. 그러고 보니 21살의 나이에 주식처분금과 세뱃돈으로 마련했다는 8천만 원의 창업자금도, 임대차 계약을 5년 이상 갱신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그러한 배경에서 사업을 한다한들 도래도래 사장님처럼 크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보통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어떠한 기득권이 있다. 그러니 이러한 성공신화는 자영업을 시작하는 분들 중 꼭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줘야지, 다수의 청년들에게 강요하기 시작하면 결국 너희들은 노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란 결론밖에 나오질 않는 것이다.

 

기득권은 그렇다. 정작 그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나 공기업, 금융권 등의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은행에서 직장을 담보로 신용대출을 받은 수 있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다시 갚아야 하는 빚인데 이게 무슨 혜택이냐 하시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자영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나 학생들에게는 그것도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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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그래도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글을 읽을 줄 아는 분들일 것이다. 당신이 서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어딘가 부족에서 태어났다면 사교육은커녕 공교육도 받지 못해 문맹이 될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운 오늘 아침 교통체증 및 만원 지하철로 짜증이 났을 수 있지만,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는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 먼지 폴폴 내며 사는 사람들도 많고, 지하철은 커녕 기초적인 공공교통시스템조차 미비한 도시들도 상당하다. 그러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당신은 정말 노력해서 무언갈 얻을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인생은 운칠기삼이다. 우리나라가 그러한 환경에 있었을 때가 고작 오십 년 전이었고, 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로 경제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우리 부모세대는 그때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오십 년 전 우리와 경제 수준이 유사했던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위인전이 필요한 경우도 존재한다. 나의 경우 중동에서 건설공사 현장에 갑자기 덩그러니 놓여지고 인도 아저씨들 백여 명의 리더가 되어 땅을 파고 공구리를 치러 다닌 적이 있었다. 살면서 리더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던 나는 리더십에 대한 책이 절실했다. 그러나 중동에는 책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며, 궁여지책으로 찾아본 위인전이 딴지일보에서 연재 중이었던 ‘테무진 to the 칸’ 이었다. 당시 칭기즈칸 이야기는 나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자무카라는 더 재능 있는 경쟁자가 있었음에도 신뢰와 관용으로 칸의 자리에 오른 칭기즈칸이 나의 유일한 ‘리더십 선생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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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자서전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공식 자서전을 보면 그의 성공스토리는 물론 그가 인생을 살아오며 끼쳤던 해악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일을 하며 폭언을 하는 건 예삿일이고, 심지어 동거했던 여자 친구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외면했던 흑역사까지 서술된다. 비록 잡스는 어린 시절 친부모의 품을 떠나게 되지만, 양부모 밑에서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다는 점도 언급된다.

 

내가 자서전 중에서 잡스의 책을 최고로 꼽는 이유는 이런 이유에서이다. 잡스는 자신이 가진 기득권과 노력, 장점과 단점을 모두 나열하고, 철저히 제3자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을 기술하길 원했다. 나는 잡스가 매킨토시나 아이폰을 만들어서 위대한 인물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에 훌륭한 자서전을 남기고 간 점이 더 위대하고 생각한다.

 

글을 맺어보자. 우리는 각자 알게 모르게 주어진 기득권이란 게 있다. 노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각자 처해진 상황에 따라 꿈을 이루는 방식도 제각각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성공방식을 남에게 강요하고, 내가 이렇게 자수성가했으니 너희도 꿈을 꾸고 노력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설파하기 시작하면 곤란하다. 성공이란 것이 이젠 그렇게 중요한 담론도 아니다 싶지만, 그 성공을 이룬 자신의 스토리도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정치인이 되어 나와 같이 가진 것이 없어도 누구나 꿈을 꾸고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어설픈 포부는 접을 수 있지 않을까.

 

부자아빠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을 보면 현금흐름 사분면이 나온다. 보통 사람들같이 월급 받고 직장 생활하며 근로-노동 수입을 받지 말고,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 인세, 권리 수입을 받는 쪽으로 사분면을 이동하라는 말이다. 적어도 그는 책을 팔아 인세를 받고, 그 인세를 바탕으로 자산을 굴리고, 굴린 자산의 권리로 수입을 창출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 모두가 그런 생활을 한다면 그러한 삶도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베스트셀러를 팔고, 건물을 살 수는 없다. 재화는 유한하고, 그 재화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도 한정적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부디 이와 같은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누구나 성공하는 사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