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무장과 그 팬클럽의 추악한 이면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이다. 최근 기고한 글 <박창진 사무장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링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바라보며 떠오른 말이다.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이기도 한 박창진 사무장

해당 칼럼은 박 사무장의 무책임한 발언에 의해 억울하게 마녀사냥 당한 김 승무원을 위해 쓴 글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박창진 사무장만 놓고 본다면, 박 사무장이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김 승무원에게 박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일 뿐이다. 박 사무장은 김 승무원이 대한항공 측의 회유를 거절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해 김 승무원이 교수직 제안을 받고 대한항공에 유리한 거짓증언을 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승무원무죄 기사

출처: ‘아시아투데이’ 기사 캡쳐, 적색선 삽입

 

승무원무죄기사 2

출처: ‘아시아투데이’ 기사 캡쳐, 적색선 삽입

 

김 승무원의 정직함은 이미 오래 전 공판과 검찰의 입증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박 사무장은 김 승무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이는 매체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인터넷 여론은 아직까지도 김 승무원을 희대의 배신자로 기억하고 있다.

인터넷에 퍼진 김 승무원의 사진과 신상정보로 그녀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이른바 ‘땅콩회항’의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다. 박창진 사무장은 그녀가 마녀사냥을 당하게 만든 원인제공자였으며, 이 사태에 대한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다.

이와 같은 팩트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에 예상외로 거센 반박이 있었다. 완전무결한 선이자,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박창진 사무장의 또 다른 모습을 공개했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글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확증편향에 빠진 것이다. 관련 기사 캡쳐 이미지를 첨부했음에도, 팩트가 없다는 둥, 선동을 한다는 둥, 심지어 대한항공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황당한 댓글까지 달렸다.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박창진 사무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김 승무원을 희생시켰다.

 

피해자에 대해 함구하자는 박창진 팬클럽

칼럼에 동시다발적으로 달리는 ‘반박하기 위한 반박’들을 바라보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박창진 사무장을 거의 신봉하는 것과 같은 태도로 억지 주장을 부리는 댓글들이 다수 보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이 댓글들은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즉 박창진 사무장의 팬클럽 회원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작성한 것들이었다.

1

출처: 네이버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게시판 캡쳐, 적색선 삽입

 

4

출처: 네이버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게시판 캡쳐, 적색선 삽입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이러한 단체 댓글 도배는 그리 특이한 것이 아니다. 일부 ‘일베’ 유저들의 패륜 놀이문화를 비판했을 때에도 이런 식으로 단체 댓글들이 달렸었고, 몇몇 ‘오유’ 유저들의 거짓선동을 비판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던 중, 해당 팬클럽 주요회원 중 한 명의 글을 보게 되었다. “또 다른 피해자(김 승무원)에 대해서 지금은 함구합시다”.

3

출처: 네이버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게시판 캡쳐, 적색선 삽입

 

글을 쓴 회원의 주장은 명료했다.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피해자 김 승무원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 박창진 사무장의 입지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김 승무원이 대한항공의 회유에 넘어가 박 사무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이 알려지면 약자, 피해자라는 이미지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 사무장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발언이었을 터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발언이다. 김 승무원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이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우리사람(박 사무장)만 챙기자며, 애써 진실을 외면하고 감추려 드는 것이다. 애당초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이라는 카페는 사회적 약자에게 지지를 보내고자 연 카페가 아니었단 말인가?

 

사무장을 위한 돌격대원들

카페 운영자가 쓴 공지글에는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이 추구하는 방향이 드러난다. 운영자는 카페 회원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때때로 독단적이게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박창진 사무장을 위한 돌격대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돌격대원

출처: 네이버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운영자 게시판 (공지사항) 캡쳐, 적색선 삽입

 

박 사무장을 신봉하듯, 그를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그 모습은 마치 어린 소녀들이 아이돌 가수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것과 같았다. 박창진 사무장에게 불리한 기사나 칼럼에 우르르 몰려가서, 글을 쓴 기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카페 게시판 내에서 기사 정보를 공유하고, 조직적으로 댓글을 남긴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회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해당 카페는 극성 아이돌 팬클럽 수준과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더욱 거칠다는 인상이다.

특히 승무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돌격대원이 되어야 한다”는 운영자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승무원들을 마녀사냥하는 일에 앞장섰으며, 회원들간 그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승무원 마녀사냥

출처: 네이버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게시판 캡쳐, 아이디 및 실명 블럭처리

 

이후 공판에서 김 승무원의 무고함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며 승무원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유지했다. 김 승무원의 눈물 어린 호소는 물론이고, 검찰조사 당시 위증이 없었다는 검사의 확인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승무원 몰아가기 댓글

출처: 네이버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댓글란 캡쳐, 아이디 및 실명 블럭처리

 

국토교통부 조사를 언급하며, 그때 거짓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김 승무원에 대한 마녀사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도 다수 보였다. 국토부 조사 당시 김 승무원뿐만 아니라 박창진 사무장도 거짓진술을 했다. 조사관들이 대부분 대한항공 측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 둘 다, 국토부 조사는 의미가 없고 검찰조사가 진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마라’는 후원금

해당 카페는 이미 몇 차례 언론에 노출된 바 있다. 이들이 구설수에 오른 주된 요인에는 박창진 사무장 ‘신격화’ 말고도, 후원금 관련 논란이 있다.

뉴데일리기사

출처: ‘뉴데일리’ 기사 일부 캡쳐, 적색선 삽입

 

카페의 운영자는 박창진 사무장을 위한 후원금 모집을 추진했는데, 후원금 규모, 사용처, 목적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카페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고, 이는 회원들의 대량 탈퇴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운영자는 후원금 모집 관련 공지글을 삭제했다.

후원금 불만

▲ 후원금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겠다는 카페 운영자의 입장에 반발하던 어느 회원의 글. <출처: 네이버 카페 ‘박창진 사무장을 응원하는 모임’ 게시판 캡쳐, 적색선 삽입>

 

사용처가 불분명한 후원금을 끌어모으려는 운영자의 행동은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것이다. 떳떳한 방식으로 사용할 돈이라면 굳이 사용처를 감출 이유가 없다. 그런데 회원들의 반감을 사면서까지 비공개 방식으로 돈을 받으려 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기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다.

위 인용된 <뉴데일리>의 기사에 따르면, 해당 카페의 운영자는 박창진 사무장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운영자가 불매운동, 진정서 작성, 댓글 대응 등을 지시하며 박창진 사무장 언론플레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고, 또 박 사무장의 방송출연을 광고하고 일상 사진 등을 공유하며 팬만들기에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박창진 사무장과 운영자는 매우 긴밀한 사이로 추측된다.

 

‘땅콩회항’의 진짜 피해자는 아직 고통 속에 있다

다시 논점으로 돌아오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땅콩회항’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직 구원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 승무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넛을 서빙했다가 폭행을 당하는 수모를 겪은 장본인이다. 그녀는 사건이 이슈화 된 이후, 대한항공 측의 끊임없는 회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집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박 사무장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그에게 연락을 했다가 도리어 그의 희생양으로 이용당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박 사무장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피해자인 그녀는 한 순간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박 사무장 등에 칼을 꽂은 희대의 배신자로 알려지며 신상정보와 사진이 퍼져나갔고,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땅콩회항 김 승무원 사진_데일리한국

ⓒ 데일리한국

 

어느새 국민의 관심은 ‘땅콩회항’으로부터 멀어졌고, 언론은 김 승무원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는 데에 큰 흥미가 없다. 박창진 사무장의 팬클럽은 박 사무장의 입지를 위해 피해자인 그녀에 대해 함구하자고 한다. 박창진 사무장은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영웅화되고 있으며, 김 승무원은 공공의 적이 되어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박 사무장에게는 팬클럽이, 가장 큰 피해자인 김 승무원에게는 안티팬들이 주어졌다. 공판에서 김 승무원의 정직함이 입증된 것이 벌써 한 달도 더 전이다. 그녀는 아직 마녀사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참으로 불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