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쳤다?

조선일보 6월 28일 호외

▲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조선일보의 1950년 6월 28일자 호외. ⓒ 미디어오늘

얼마 전 SNS를 중심으로 기사 하나가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김일성 장군 만세” 외쳤던 조선일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였다. 미디어오늘이 단독 보도한 해당 기사는 조선일보가 1950년 6월 28일에 발행한 호외를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였다. 기사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이 기사를 토대로 좌 성향 매체들의 2차 보도가 이어졌다. 논조는 단순했다. 보수 매체로 알려져있는 조선일보가 종북 행위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딱 좋은 소재다.

좌 성향 매체들은 기사에 호외의 원본사진을 첨부하며 자신있게 논리를 전개했다. 물론 호외 원본에는 그들의 주장대로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호외는 6월 28일, 그러니까 북한군의 불법남침으로 6.25가 발발하고 나흘째 되던 날에 발행된 것이었다. 이날 북한 인민군 제 105군 부대에 의해 서울이 함락되었고, 대한민국은 수도 서울을 북한에게 내주게 된다. 해당 호외는 북한군이 서울에 입성한 것을 축하하며, 서울시민들이 북한군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쓰고 있다. 또 대한민국 정부를 “만고역적 리승만 도당들”이라 표현했고, 북한군이 서울시민들을 해방함으로써 “이제 시민들은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고 써놨다. 호외의 마지막 부분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와 “우리 민족의 경애하는 수령인 김일성 장군 만세!“가 적혀있었다. 호외가 발행된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이러한 내용만 접하게 되면 정말 ‘종북’으로 오해하기 좋은 내용들이다.

허핑턴포스트 조선일보 호외 보도

출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커버 페이지 캡쳐

 

당시 조선일보의 상황을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1950년 6월 26일 북한군의 ‘불법 남침’을 보도했다. 다음 날인 27일 저녁에 6월 28일자 신문을 만들고 서울 본사의 신문 제작을 잠정적 중단했다. 인민군이 빠른 속도로 서울을 향해 진격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민군은 28일 새벽 3시 30분경에 서울에 입성한다. 이 당시 조선일보는 이미 서울에서 철수한 상황이었다. 이후 10월 23일이 되어서야 서울 본사에서 1차 전시판을 낼 수 있었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문제가 되고 있는 6월 28일자 호외는 조선일보의 공식 지면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해당 호외는 조선일보의 공식 기록에도 없다. 최근 조선일보 측은 “(해당 호외는) 조선일보가 발행한 신문이 아니다. 28일에 발행한 신문은 따로 보관되어 있다. (호외가) 발행됐다는 기록도 없다“라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호외는 누가 만든 것일까?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들이 있다. 북한군이 서울을 함락한 날, 북한 기자들이 내려와 조선일보의 인쇄기를 장악하여 찍어낸 호외라는 설이 있다. 임종명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문제의 호외에서 “당시 소련군이 사용하던 어투,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문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설에 무게를 실었다. 조선일보 내에 숨어있던 좌익 인물이 주도한 호외라는 추측도 있다. 조선일보가 서울에서 철수할 때 그들과 동행하지 않고 북한군을 기다렸다가 기사를 냈다는 설이다. 실제로 48년 정부 수립 이후 6.25전쟁 발발까지 남한에는 빨치산 유격대를 비롯해 수많은 좌익 세력들이 숨어있었다. 이들은 남한을 북한의 손아귀에 넘기기 위해 암암리에 활약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조선일보 내에 좌익 인물이 잠입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좌익세력들이 군대에도 대거 잠입했을 정도였으니까.

이와 같이 호외를 누가 썼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해당 호외는 조선일보가 발행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북한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했고, 그 과정에서 호외를 발행한 누군가가 인쇄기를 장악했다. 조선일보는 이미 서울에서 철수한지 오래다. 조선일보의 이름아래 북한을 찬양하는 호외가 나간 것은 절대 조선일보의 의지가 아니었다.

좌성향매체 조선일보 호외 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좌 성향 매체들이 조선일보에 대한 비난조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마치 조선일보가 북한에게 순종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내며, 있지도 않은 과오를 꾸짖고 있다. 이런 배경을 몰라서 그런 기사를 썼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애당초 이 호외에 대해 최초 보도한 미디어오늘은 위 내용을 함께 다뤘다. 비록 <“김일성 장군 만세” 외쳤던 조선일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내용을 왜곡하긴 했지만, 해당 호외는 조선일보가 공식 발행한 것이 아니라는 배경을 서술해놨다.

결국 좌 성향 매체들은 조선일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최초 기사에 적혀있는 배경은 보고도 못 본 체 쏙 빼놓고, 자기네들 입맛대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제목만 인용했다. 이러한 기사들을 본 수많은 사람들이 또 이렇게 선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사들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