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테러가 종북인 이유

김기종_뉴시스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현장에서 체포된 테러용의자 김기종씨 ⓒ 뉴시스

용의자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번 반미(反美)테러가 왜 종북세력과 연결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심지어는 “종북몰이로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드려는 보수세력의 음모”라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이는 좌익 운동권의 역사를 몰라서 하는 궤변이다.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것이거나.

좌익 운동권은 80년대 학생운동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크게 두 계파로 나눠진다. <평등파 PD>와 <주사파 NL>이 그것이다.

NL PD

ⓒ 윤태호

 PD는 People’s Democratic의 약어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인민민주주의 혁명을 목표로 삼은 운동권이다. 즉 반정부 운동 및 시위를 기본적으로 ‘계급 투쟁‘이라 생각하고 전개했다. PD는 NL과 평행선을 이루며 대한민국 운동사를 이끌어갔는데, 전두환 정권 때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파트너이자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NL이 운동권을 장악해버렸고, PD 운동세력에게 NL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후 소련 등 동구사회주의국가가 붕괴되는 것을 보며 수많은 PD 운동권이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으로 전향하거나, NL의 마수 속에 들어갔다.

NL은 National Liberation, 즉 민족해방을 의미한다. 이들은 흔히 주사파라고 불리는데, 대학가 지하조직을 양성해 골방에 틀어박혀 북한의 주체사상을 공부하며 (그래서 ‘주사’다)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줄임말)을 외치던 사람들이다. 주사파 NL은 주체사상의 이념에 따라 자주적으로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좋은 말 같지만, 전혀 아니다.

이게 왜 위험한 생각인지 알아보자. 주사파 NL이 공유하는 세 가지 정서가 있다. 1) 친북, 2) 반미, 3) 반 대한민국. 친북은 같은 민족이라 하는 거고 (말이 친북이지,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건 종북이다), 반미는 우리 민족을 미국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하는 거다. 그렇다면 도대체 ‘반 대한민국‘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48년 8월 15일 건국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는 말이다. 남한만의 선거로 들어선 이승만 정부를 괴뢰정부라 생각하고, 미국과 동맹한 것을 미제의 식민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등을 거부하는 이유기도 하다.

따라서, NL 주사파가 주장하는 “자주적으로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미국을 몰아내고, 혁명을 일으켜 현 괴뢰정부를 무너뜨리고, 민중이 주체가 되는 국가를 건설한 다음 북한과 통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반미테러의 용의자 김기종씨는 이러한 사고에 젖어있는 전형적인 주사파였다. 그렇기에 종북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이다. 용의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명백해진다. 그는 종북 정당이라는 이유로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에 속해있던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일원이며, 각종 반미 친북 운동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김기종 쌍용훈련 중단하라_연합뉴스

ⓒ 연합뉴스

한편 우려스러운 사실은, 이런 인물이 1997년부터 십여 년간 성공회대 교양학부에서 외래교수로 재직했다는 점이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다. 반복된 세뇌교육을 통한 사상개조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혁명을 위한 준비로써 교육을 통해 민중을 “계몽하는 것”(주사파 표현이고, 쉽게 말해 빨갱이 만든다는 거다)은 주사파의 주요활동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주사파 NL을 극소수의 정신병자 집단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그들의 사상은 ‘그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멀쩡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겠냐는 안이한 생각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주사파 NL이 정신병자 집단이기는 한데, 극소수는 아니다. 게다가 그들의 사상은 주변 사람에게 교육의 형태로 전염되며, 암세포처럼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주사파는 반정부 운동이 절정에 이르던 80년대에 반복된 세뇌교육을 통해 생각보다 많이 ‘양산’되었다. 운동권에 포섭된 사람들을 모아놓고 “주사의 세례“(실제 쓰이던 말이다)를 받으라며 세뇌교육을 실시했다. 골방에 틀어박혀 “주체사상에 대하여”, “해방 전후사의 인식”, “8억 인과의 대화” 등과 같은 극좌편향 책들을 읽게 하고 사고방식 자체를 혁명전사의 그것으로 바꿔버렸다. 이런 교육을 거친 사람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조국이 아니게 된다. 진짜 조국은 북에 있으니까. 이렇게 주사파는 교육으로 또 다른 주사파를 낳는다. 그간 김기종 씨가 학생들에게 이런 사상을 주입해왔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