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복지론자들의 순진한 착각

국민연금과 무상급식은 동일한 구조의 복지다. 모두에게 돈을 걷어서 모두에게 나눠주는 것, 즉 제로섬이다. 전면 복지론자들이 말하듯이 공짜는 없다. 그런데 대중은 국민연금에는 무한한 불신을, 다른 무상급식에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대다수의 대중이 국민연금에는 회의적이면서, 전면적 무상급식에는 찬사를 보내고 있는 이 일관되지 않은 태도는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노동당 무상급식

ⓒ 민주노동당

 

이 모순의 배후에는 무상급식에 적용되는 ‘감성적 접근’이 있다. 무상급식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대중의 감정에 호소하는 “애들 밥 좀 먹이자는데!”와 같은 슬로건으로 은근슬쩍 미화하는 것이다. 정책에 관한 문제를 선악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문제로 바꿔버린다. 상대편을 “애들 밥 좀 굶기자는데!”와 같은 망언을 하는 악마처럼 만들어버리는 것이 그들의 논법이다. 착한 OO 나쁜 XX. 어디서 많이 본 슬로건 구조가 아닌가?

게다가 언제는 전면 무상급식이 저소득층 아이들의 자존심의 문제라면서, 이제는 아이들 ‘건강’의 문제라며 논점을 바꿔버리는 교활함까지 보인다. 사실 무상급식의 질은 같은 돈으로 시행하는 유상급식의 질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 전면적 무상급식자들이 ‘아이들 자존심’이라는 문제에서는 우위에 있을지언정, 급식의 질에서 출발하는 ‘건강’이라는 부분에서만큼은 절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가 없다.

무상급식 KBS 뉴스 급식질

출처: KBS 뉴스 방송 캡쳐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두가 공동경비로 각출하여 관리하는 돈은 개인의 돈에 비해 이곳 저곳 허술하게 지출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허술하게 지출될 뿐만 아니라, 아끼려 들지도 않는다. 쉽게 말해 사람들의 젓가락이 모두가 같이 먹는 탕수육에 먼저 가는지, 내가 혼자 먹는 자장면에 먼저 가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공유지의 비극이다.
얼마 전 연말정산 시기에 세금을 돌려받은 사람들이 공돈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결정세액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당장 눈앞의 돈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이런 사람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다수라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중우정치의 재앙이다.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조그마한 이익만 있으면, 궁극적인 손해를 보지 못하고 넘어가버린다. 이런 일이 복지에서도 일어난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국내 의사 숫자는 10만 명을 겨우 넘어섰다. 가벼운 감기환자부터 중한 암환자까지, 우리나라 의료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 10만 명이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라는 이름으로 모두에게서 돈을 걷어 모두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들의 수가 몇 명인 줄은 아는가? 자그마치 만 명이 훌쩍 넘는다. 의사가 10만명인데 회계 역할을 하는 사람이 1만 명이다. 돈을 모았다가 나눠주는 회계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월급은 당연히 모두가 모은 돈에서 나가게 된다. 의사와 환자가 1대1로 돈을 주고받았다면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사옥

▲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 신사옥 예상설계 ⓒ 엘리베이터컨설팅

 

물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건강보험제도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럴 의도도 없다). 다만 보편적 복지론자들이 너무나 쉽게 말하는, “다 거둬들여서 모두에게 나눠주는 행위”는 생각보다 큰 운영비용과 사회적 마찰을 동반한다는 말이다.
도시 별로 인건비와 물류비는 다르기 마련이다. 서울과 제주도 학교에는 같은 급식비가 책정되어야 하는가? 다르게 책정되어야 한다면, 그 액수에 동의하지 않을 학부모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는가? 일단 조직이 만들어지면, 그 조직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 회계를 맡은 직원들, 그들이 들어갈 최신식 건물, 그 기관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료 등. 게다가 우리나라 공금의 고질적인 문제인 횡령과 낭비도 빼놓을 수 없는 예상지출이다.

무상복지의 세계에조차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영구기관은 없다. 그것은 ‘모두가 돈을 내는데 왜 무상급식이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인정하고 들어가는 사실이다. 다행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착각에 빠져있다. 주어진 공금이 한 치의 손실도 없이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순진한 착각이다. 상상 속 복지행정은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에서는 삐그덕댈 수 밖에 없다.